두 번째 방법은 휴대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친구와 카톡을 하는 것인데, 시도해보니 그것도 30분이면 금세 지루해진다.
세 번째 방법은 읽고 싶은 책을 가져가는 것이다. 딱딱하고 지루한 책보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히는 소설이 좋겠다. 미용실 직원에게 가방을 맡기기 전, 막상 가방에서 책을 꺼내려니 조금 창피하게 느껴진다. 도서관도 아니고 미용실에서 책이라니... 왠지 좀 고루하고 따분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일부러 책도 베스트셀러로, 이왕이면 표지가 예쁜 걸로 골라갔다. 하지만 미용실에 책이 아니라 잡지가 비치되어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머리에 온갖 것을 바르고 달아놓은 채로, 사진이나 그림이 아닌 문자로 된 텍스트를 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져간 책은 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마지막으로 시도한 것은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나는 궁금해진다. '이런저런'에는 어떤 종류의 화제가 있을까? 옆자리에 앉은 여자분은 재미있게 말도 잘하던데... 일부러 들으려고 들은 것은 아니었는데, 심심하고 무료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두 분의 대화에 귀가 열렸다.
요즘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 나이 들수록 몸매 관리를 해야 한다, 날씬해지니 남편이 친구들에게 내 자랑을 하더라는 말에 진심 행복이 느껴진다.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은 같은 텐션으로 리액션을 한다. 손님을 누가 40대로 보겠냐며, 너무 예쁘고 옷태도 좋으시다, 남편분이 얼마나 좋아하시겠냐... 등등.
나는 6년 간 같은 미용실을 다니면서도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이 과묵하고 점잖은 스타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리 말이 청산유수일 줄... 왠지 모르게 배신감이 느껴졌다.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두 사람의 대화를 놓친 사이, 화제는 주식 이야기와 친구 남편이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와 바람피운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딱히 얼굴과 몸매를 내세우고 싶지도 않고, 내 자랑을 해줄 남편도 없는 나는 이런 류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나의 일상을 이러쿵저러쿵 남에게 얘기하는 것도 낯간지럽고 어색하다. 적당히 날씨나 연예인 이야기를 몇 번 주고받고 나면 화제가 끊겨 버린다. 그러면 잠시 침묵. 내 머리를 만져줄 때 과묵하고 점잖아 보였던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은 말이 없는 게 아니라 손님인 나에게 맞춰주고 있었던 거였다.
미용실의 화려하고 사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는 늘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여자들의 일상적인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이 매력적인 여성이 되는 데 자격 미달이라도 되는 듯. 내가 만들어 놓은 일상의 틀 안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던 감정이 미용실에만 가면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미용실에서 느낀 부자유함의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미용실의 슬픔이다.
결과적으로 미용실에서의 3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던 나의 방법은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3시간을 투자하여 덥수룩한 자연인에서 쿨한 문명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미용실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지극한 기쁨이다. 머리 모양의 비포/애프터에 나는 민감한 편이다. 더구나 내가 다니는 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은 센스 있고 실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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