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리 고민이 많았다. 불안은 한번 입 밖으로 난 뒤 눈덩이처럼 계속해서 불어났다. 친구와 연락하거나 만나게 되면 불안하다, 초조하다는 말만 내뱉게 되고 나의 미래를 계속해서 설명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 모든 것이 돈과 직업으로만 귀결되어야 할 것 같았다.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게 금전적 문제인가 싶어 아르바이트 공고를 오천 개씩 뒤지다가, 아무 생각 없이 돈만 벌고 싶은 게 아닌데, 돈이 이렇게 급했나, 내가 왜 퇴사했더라, 최초의 동기가 흐릿하게 지워진 걸 발견하고 한숨을 폭 쉬며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일을 반복하기 일쑤였다. 유튜브 알고리즘까지도 '불안을 다스리는 법', '대기업 퇴사 후 현실', '프리터족의 삶', '중소기업 퇴사 후 프리랜서 후기' 등으로 물들었다.
사흘 동안 고민해 본 결과, 아마 나의 가장 큰 불안은 언제 내 현금이 바닥날지 모른다는 것과 하기 싫은 일은 명확한데, 하고 싶은 일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데서 오는 것 같다. 작년까지 나는 전세사기에 시달리며 한순간 모아 놓았던 1억을 한번에 잃는 경험을 했다. 고정 수입으로 생계유지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의도치 않게 모든 자산을 깡그리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그동안은 없었던 불안이 나도 모르는 사이 자리 잡혔고, 나를 당연하게 지탱해 주던 월급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지고 나니 밑바닥의 불안이 드러난 것 같다.
하기 싫은 일은 명확하다. 나는 7년 동안 개발자라는 직업과 회사라는 체계에 대한 고민이 짙었고,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곳이라면 그런 곳에서는 있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불호는 명확한데, 하고 싶은 것은 뚜렷한 게 하나 없었다. 당장 내가 그 조직에 있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떨어져 나온 게 전부다. 그게 나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진정으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부지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 책임감이 나를 옭아맨다.
모호하게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일', '내 취향을 기반으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구체화된 게 아무것도 없다 보니 너무 많은 가능성과 자유가 나를 오히려 억압하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을 찾아야 더 빠른 실패도 해 보고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나는 퇴사한 뒤 하루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일단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금 쉬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쉬려면, 일단 뭐라도 하나 해야 불안하지 않게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불안 참 지겹다. 그래도, 큰일이 아니어도 좋으니,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어떠한 최선의 무언가. 그런 게 하나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나는 변화의 첫 발을 뗐다. 일전에 한번 언급했던 리스닝 펍에 지원 문의를 넣었고, 수요일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 사실 동종업계 경력이 8년 전에 반년 정도 카페에서 일해 본 게 전부이고 집에서 거리도 3-40분 정도 되어서 이것도 실패로 끝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은 마음이 한결 편하다. 구멍 난 월급 자리를 채울 만한 아무 일이 아니라, 결이 맞는 어떤 공간에 직접 문을 두드리는 첫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을 다한다면 첫 단추가 꿰어질까. 취향이 취향을 낳을 수 있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나는 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