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시 | 2024년 10월, 마른 눈물을 닦아내며
늦은 아침, 헝클어진 탐스러운 머리카락 사이
새어 나오는 빛의 줄기가 좋았다
반쯤 뜬 눈으로 나를 포옥 껴안으며 전하는 숨결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지만
그 숨이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수없이 거닐 수 있어 좋았다
은행나무 아래 꼬릿한 은행 냄새, 한강의 비릿한 물냄새,
가끔 느껴지는 콤콤한 땀냄새도 좋았다
나는 노을을 바라보고, 너는 나를 바라보고
그런 네 눈빛에 피식 웃어 보이면
노을보다 더 붉게 물들던 너의 코와 귀와 손끝
그 늦은 아침, 아주 오랜 어느 겨울
함께 나누어 끼던 빨간 벙어리장갑의 촉감이 선연하다
부끄럽게 피어오르던 보푸라기는 내 마음과 같았으리라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나는 너의 사랑이 너무나 깊어 외면했다
잠겨 가라앉으면 영원히 올라서지 못할까 두려웠다
항상 숨이 가쁜 나는 겁장이처럼 늘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고 어리석은 나는 어린기에 발을 굴러 도망쳤다
오랜 뒤 늦은 아침, 가을 햇살이 건조한 벽지에 선명히 닿는다
손끝이 차가워 길게 뻗어 벽을 만져보았다
손과 발 얼굴은 따뜻한데 건조한 마음은 차갑게 굳어있다
듬뿍 닿은 벽지 위의 빛보다 머리카락 사이 가늘던 빛이 그립다
나는 잠기지 않았는데
가라앉지 않았는데
숨을 쉴 수가 없다
수영 그쯤 배워두면 되었을 것을
깊은 네게 빠져 흠뻑 적실 것을
너의 품에 포옥 잠겨 얼굴을 비빌 것을
가을 햇살에 나의 안부를
너의 안녕을
우리의 추억을 담아 보낸다
햇살에도, 소낙비에 젖은 지저분한 옷자락이 내내 마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