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홀로 내는 게 아니야.
눈을 떴을 때, 아기 반딧불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캄캄했고 차가운 물결이 아기 반딧불이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무서워…”
아기 반딧불이는 눈을 꼭 감았다. 할 수 있는 건 눈을 감고 강바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뿐... 그렇게 아기 반딧불이는 몇 달을 홀로 누구의 손길도 없이 어둠 속에서 보냈다.
어둠이 익숙하던 어느 날, 작은 반딧불이는 어김없이 바닥에 꼭 붙어 눈을 감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 지친 여행을 계속해야 할까...무엇을 향해 가야하는 걸까, 를 고민하던 그때, 밤하늘 어디선가 한 움큼의 빛이 어두웠던 강바닥을 비추었다. 그 빛은 강바닥에서도 보일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추위에 떨던 작은 반딧불이는 그 빛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 빛이 어른 반딧불이의 빛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빛을 낼 거야.
그래서 나처럼 혼자 있는 친구들을 비춰 주어야지.
빛은 잠시 후 사라졌지만 작은 반딧불이는 빛이 사라진 쪽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걸어 작은 반딧불이는 드디어 물가로 나올 수 있었다. 지친 반딧불이는 물가에 있는 큰 나무 아래, 작은 구덩이를 파고 깊은 잠에 들었다. 밤하늘을 환하게 빛내는 자신을 꿈꾸며..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반딧불이는 포근한 구덩이를 나와 밤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더 이상 반딧불이의 몸은 연약하지 않고 단단했으며, 힘찬 날개를 펼쳐 이곳저곳 날아다닐 수 있었다. 이제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밝은 빛을 마음껏 볼 수 있었지만, 어두운 밤 추위에 떨고 있을 작은 반딧불이들을 위해 빛을 내는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반딧불이를 품었던 큰 나무는 그런 반딧불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휴, 오늘도 열심히 했다. 슬슬 힘이 드는 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빛을 낸 반딧불이는 오랜만에 큰 나무 아래로 돌아왔다. 조용한 밤, 강물이 흐르는 소리와 이따금씩 작은 벌레들이 소곤거리는 대화 소리만 들렸다. 반딧불이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저 멀리 벌레들이 신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강 건너편에는 환한 빛이 웅얼거렸다. 몇몇 반딧불이들이 모여 있었다.
‘…’
그러고 보니, 친구와 대화해본 적이 언제였더라… 반딧불이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부터 아무도 없진 않았다. 빛을 처음 화려하게 낼 때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빛을 부러워하는 친구, 멋진 빛을 내는 반딧불이와 친해지고 싶은 친구, 열심히 노력하는 반딧불이를 존경하는 친구들... 하지만 반딧불이는 빛을 내야 한다는 마음이 조급해 그런 친구들을 돌아보지 못했다. 반딧불이는 밤하늘을 빛내야 했다.
“나무야, 왜 내 주위에는 친구들이 없을까?”
오랫동안 반딧불이를 지켜봐 온 큰 나무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반딧불이야, 어쩌면 네 빛이 너무 밝은 건 아닐까?”
“빛? 빛이… 왜? 내 빛은 어두운 곳을 환하게 비춰줘.”
반딧불이는 자신의 빛을 이리저리 흔들며 이야기했다.
큰 나무는 허허, 하고 크게 웃었다.
“때로는 은은한 불빛이 필요한 거야.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빛은 꼭 밝아야만 하지 않아.”
“하지만 옛날에 난, 그 빛을 보고 희망을 얻었는 걸…”
나무는 커다란 팔로 반딧불이를 따뜻하게 보듬었다. 그리곤 아주 작게 이야기했다.
“빛이란 건 그런 거야. 멀리 있는 존재에겐 희망이 될 수 있지만 정작 가까운 친구에겐 부담스러운 눈부심일 수도 있지. 앞을 밝혀주는 빛도 좋지만, 마음을 비추는 빛은 밖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야. 물론 모두들 너처럼 밝은 빛을 내고 싶어 하지.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아.
반딧불이야, 빛은 혼자서 멀리 비출 때도 아름답지만 그만큼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은은하게 비추는 것도 아름다워.”
반딧불이는 큰 나무의 말을 들으며 강 건너 다른 반딧불이들의 빛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반딧불이는 알게 됐다. 어릴 적,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그 환한 빛은, 그리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내려고 했던 빛은 어른 반딧불이 홀로 낸 빛이 아닌 여러 반딧불이들이 서로를 비춰주는 은은한 빛이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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