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준비를 해야 해."
“우리는 언제든 떨어질 준비를 해야 해.”
초록 이파리가 해가 어렴풋이 넘어가는 것을 보며 연두 이파리에게 말했다. 떨어질 준비? 겨울은 멀었는데? 벌써부터 준비해야 할까? 아직 날이 따뜻한데… 연두 이파리가 대답했다.
“아직 이르지 않아? 떨어질 생각부터 하면 난 우울하던데…”
“뭐… 우울한 일이긴 하지. 그래도 항상 준비는 해야 해. 그래야 지금이 가장 빛날 수 있어.”
떨어질 생각을 하면 가장 빛날 수 있다니… 연두 이파리는 초록 이파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풍에 들 노랑 물감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그렇다고 벌써부터 노랑 물감을 준비하라는 건 아니야. 마음을 그렇게 먹자는 거지. 그래, 알아. 쓸데없이 우울하지. 굳이 그래야 하나 싶고.”
초록 이파리는 연두 이파리의 속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 담담했다. 연두 이파리는 괜스레 발끈해서 대답했다.
“난 지금 우리의 파란 이파리를 만끽하면서 살고 싶어. 언젠가는 다 떨어지겠지만 벌써부터 그 걱정을 하고 싶지는 않아.”
해가 넘어가고 푸르스름한 저녁이 되자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다 가지 않은 더위를 식혀 주는 반가운 바람... 연두 이파리의 말을 들은 초록 이파리는 잠시 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래, 맞는 말이야. 난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지금을 가장 잘 알고,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끝을 준비하는 거야. 연두야, 끝을 알면 지금이 소중할 수밖에 없어. 떨어질 생각을 하면 기쁘진 않지. 하지만 그렇게 우리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 내가 이 나무에서 왜 싹을 틔웠는지, 왜 그 싹을 키워야 하는지, 또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어. 우리의 지금은 끝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거야.”
그날 밤, 연두 이파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초록 이파리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왜 싹을 틔웠던 걸까? 왜 그렇게 햇빛을 받으려고 노력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 다른 이유가 없었다. 다른 이파리들이 그렇게 했으니깐, 나도 그랬던 거야. 괜히 복잡한 숙제가 생긴 것 같아서 연두 이파리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두 이파리는 이 불편함이 나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숙제 같긴 한데… 언젠가는 했어야 할 미뤄둔 숙제처럼 다가왔다. ‘언제 떨어질까’에 대한 단순한 걱정부터 ‘떨어질 거면 나는 왜 싹을 틔웠지? 그렇다면 떨어지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지?’ 등의 복잡한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일 초록이한테 물어봐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연두 이파리는 잠에 들었다.
다음 날, 눈을 뜬 연두 이파리는 초록 이파리를 찾았지만 초록 이파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준비된 이별이었을까, 어제 담담하게 이야기했던 초록 이파리마저 생각치 못한 이별이었을까. 연두 이파리는 초록 이파리가 떨어진 것이 아닌 어딘가로 날아갔으리라 믿으며 그 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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