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의자포U Nov 13. 2024

33. 내 남편에게 술은 보약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라.

발상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라.

지금까지의 생각을 완전히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식을 사용하라.

- 비트겐슈타인



#이야기


한 여인이 법륜스님께 물었습니다.

“스님, 저희 남편은 술을 너무 좋아합니다. 제가 30년 동안 술을 끊으라고 이야기해 도무지 듣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이 술을 끊게 할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는

“30년 동안 술을 끊으라고 말해도 남편이 술을 끊지 않는다고 푸념하지만, 듣지도 않는 말을 30년 동안 되풀이하는 것도 어리석은 행동이다.”라고 하시며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제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겠어요?”


“예. 스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매일 아침 108배 절을 하면서 ‘내 남편에게 술은 보약입니다.’라고 기도하세요.”


“예?”

뜻밖의 말에 당황한 여인이 되물었습니다.


“할 수 있겠어요?”


“예…”

여인은 스님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약속했기에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여인을 대답을 들은 스님은 덧붙여 말했습니다.

“술이 보약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오면 잘한 일입니다. 만일 술을 좀 덜먹거나 안 먹고 집으로 오면 집에서 술상을 봐주세요. 보약이니까 챙겨 먹여야죠.”


여인은 스님의 말이 이해되지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웠지만 스님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남편이 술을 먹고 오면 잘 하셨다고 하고, 술을 안 먹고 오는 날에는 술상을 봐줬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여인이 환해진 얼굴로 스님께 찾아왔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저희 남편이 술을 마시는 일이 훨씬 많이 줄었습니다. 스님 덕분입니다.”


스님이 말했습니다.

“요즘 기도 안 하시네요.”


“아닙니다, 스님. 남편이 술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신이 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 매일 300배씩 절을 하고 있습니다.”


“기도 안 하시네요.”


“..............”


어리둥절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여인에게 스님이 말했습니다.

“술이 보약인데 보약인 술을 안 마신다고 좋아하는 것을 보니 기도 안 하시네요.”



여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1) 30년째 남편에게 술을 끊으라고 말한 여인

매일 술을 마시는 남편이나, 매일 술을 마시는 남편에게 매일 같은 잔소리를 하는 아내나 모두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내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변화가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요?


아인슈타인이 말했습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2) '술이 보약입니다'라는 기도문

여인에게는 술이 원수였고, 술을 마시는 남편이 원수였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는 남편처럼, 여인 또한 술과 술을 마시는 남편에 대한 생각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술이 보약이라는 기도문은 완전히 다른 발상입니다. 새로운 발상은 상황의 다양한 측면을 보게 합니다.


여인이 기도문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남편이 계속 술을 마시더라도 남편 때문에 더 이상 괴로울 일은 없어집니다. 남편이 보약은 먹는다고 원망할 아내는 없으니까요.



3) 108배 절하기

그러나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는 생각을 바꾸려면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경험 없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을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내 세상은 나의 언어로 지은 집이기에 언어를 바꾸면 경험하는 세상이 달라집니다. 새로운 언어는 새로운 경험으로 나를 이끌어 줍니다. 이것이 기도문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언어가 내 삶에 새롭게 새겨지려면 많은 반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매일 108배를 하면서 ‘내 남편에게 술은 보약입니다.’라는 기도문을 외웁니다. 


절을 할 때 우리는 온몸을 숙이게 됩니다. 재밌게도 몸을 숙이면 마음도 따라 숙여집니다. ‘술이 원수다’라는 기존의 나의 생각도 절과 함께 숙여집니다. 완전히 엎드려 ‘술이 원수다’라고 고집해 왔던 나의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내려놓은 그 자리에, 새로운 언어를 새겨 넣습니다. ‘내 남편에게 술은 보약입니다.’ 108번을 반복합니다. 매일 같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두렵고 막막한 일입니다. 기존의 내 생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기도문을 새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절을 하다가 중간에 염주를 집어던지고 싶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러나 다른 길은 없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합니다. 


술은 보약입니다. 남편이 매일 술을 마시고 오지만 나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오늘도 보약을 챙겨 드셨네요. 잘 하셨습니다.’


여기서 머물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내어 주고, 누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 줍니다.’


남편이 술을 마시지 않고 오면 오히려 술상을 봐 드립니다.

‘오늘은 보약을 안 챙겨 드셨네요. 여기 보약 있습니다. 잘 챙겨드세요.’



4) “요즘 기도 안 하시네요.”

‘술이 보약입니다.’라는 문장이 뚜렷이 새겨지면, 남편이 술을 마시고 안 마시고는 상관없이 아내의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반드시는 그렇지는 않지만 남편의 태도가 달라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남편은 이제 집에 가는 것이 편안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집에 가던 남편이, 10번에 1번쯤은 집으로 갑니다. 집에 가서도 맘 편히 마실 수 있으니까요.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술 마시는 횟수도 줄어듭니다.


남편이 변하니 아내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남편의 술이 줄어드니 아내는 기뻐합니다.


‘아! 기도가 효험이 있구나.’

더 열심히 기도합니다. 


‘108배를 해도 술이 줄어드는데, 300배를 하면 술을 아예 끊겠구나. 그놈의 원수 같은 술을.’

108배를 하던 절을 300배로 늘립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남편이 술을 진탕 마시고 오면, 예전보다 더 화가 납니다.

‘내가 300배나 하는데도 이 인간은 여전히 술을 마시네. 지긋지긋한 인간, 지긋지긋한 술!’


어느 순간엔가 아내는 기도문을 놓쳤습니다. ‘술이 보약입니다.’라는 기도문을. 술이 다시 원수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처음 스님께 질문하던 그 때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말씀하십니다. “요즘 기도 안 하시네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지금 닥친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지금의 방식 때문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방식,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의 삶이 밝아지고 환해지기를 소망합니다.



<복습하기>


앞선 포스팅에서 단어를 바꾸는 방법, 문장의 순서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복습해도 좋겠습니다.


*단어 바꾸기


*문장 순서 바꾸기



<4음절 정리>


똑같은일 반복하며

다른결과 기대하는

어리석은 이행동을

가끔우린 하고있네


다른결과 원한다면

지금생각 다버리고

완전새론 발상으로

다른방식 사용하라


삼십년간 술마시는

원수같은 남편버릇

어찌하면 고쳐질까

법륜스님 여쭤보니

술이바로 보약이라

이기도문 주시더라


기도문을 가지고서

매일같이 절을하니

우리남편 술이줄어

기뻐하며 자랑하니

기도하지 않는다네

이게대체 웬말인가


가만가만 살펴보니

어느샌가 내마음에

술이원수 첫생각이

고스란히 살아있네


새세상을 만나려면

나의언어 바꿔야해

나의언어 바꾸는일

생각보다 어려우니

매순간에 깨어있어

세심하게 살펴보세


세심하고 꾸준하게

나의언어 바꿔가면

어두웠던 나의삶이

밝아지고 환해지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