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어른의 덕목
05화
실행
신고
라이킷
20
댓글
2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chalna
Dec 31. 2023
어른의 덕목 4. Good bye 2023!
평범하게 한 해 보내기
다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뭘 하며 보내는지, 뭘 먹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인지.
나는 올해, 2023년을 다른 해와 좀 다르게 보내려고 한다.
어른의 덕목 4. Good bye 2023!
"올해는 연말이 연말 같지가 않아."
함께 걷던 Y의 말이었다.
그러게. 하고 대충 대답한 나도 곧 '연말 같지 않다'라는 결론에 도착했다.
무언가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도
그렇다고 다가올 것에 설레는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평범하고 평온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나는 한 해의 마지막날을 주로 가족과 함께 보냈다.
어릴 때는 여러 방송사에서 하는 각종 시상식을 보다가 제야의 종소리를 함께 들었고
좀 더 커서는 같이 특선 영화를 보거나 케이크를 먹거나 하며 새해를 맞았다.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았던 새해는 딱 한 번이었는데
그때 나는 나답지 않게 홍콩에 있었다.
일면식 없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불꽃놀이 속에서 새해를 카운트다운했다.
새 시간이 출발할 때 가족과 인사를 나누는 일이든
모르는 사람과 신년을 축하하는 일이든 모두 좋긴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맞이하는 나는 늘,
기다란 반성 리스트와 목표 리스트를 만들었다.
뭐가 그렇게 욕심이 많고 불만족스러웠는지
나에게 마무리하는 한 해는 늘 아쉬워서
올해는 운동도 꾸준히 안 했고, 투자 공부도 안 했고, 젠장 여행도 못 갔다 왔네! 하는 식으로
내 지난 1년을 F학점으로 평가했다.
그러고 나서 또 다른 목표로 새해를 그득그득 채웠다.
올해는 자격증을 따고, 토익 시험도 치고, 살도 좀 더 빼고 하는 식으로.
당연히, 소원도 엄청 빌었다. 새해에는 부자 되게 해 주세요.
엄청 예뻐지게 해 주세요. 좋은 사람 만나게 해 주세요.
내가 봐도 정말 욕심쟁이다.
그러니까, 새해를 맞이하는 나는 항상 비장했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는 역시나 망해버렸으니
새해는 반드시 성공하고 말했어- 하는 마음.
커다란 반성과 후회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또 그만큼 거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새해를 맞았다.
그런데 진짜 그랬나?
지나간 시간들이 다 망했나?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그때는 그때 나름 열심히 살았다. 하루하루 그때의 최선을 다하며.
단지, 뭔가 눈에 보이는 변화와 성과가 없었을 뿐이다.
올해에서 내년으로 숫자 하나가 바뀐 것뿐인데,
그 짧은 한 해 사이에 크게 변화한 나를 가지고 싶었던 거다.
한 학년이 올라가는 학생시절처럼 한 해만에 레벨 업한 나를 가지고 싶었던 거다.
긴 인생을 내가
단거리 달리기로 생각했나 보다.
1월 1일이면 출발선에 서고, 12월 31일에 승자를 겨루는 경기.
굳이 인생을 달리기로 비교해야 한다면 장거리 경기에 가깝고
내 인생의 결승점은 아득하며
나는 여전히 달리는 중일 텐데 말이다.
나를 다시 돌아보자.
새해를 맞을 때마다 수없이 많은 목표를 만들었고 또 잊어버렸다.
그런데 목표를 잊었다고 해서 내가 대충 살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매일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큰 변화는 그 매일의 일들이 아주 오래 모여 나타난다.
올해를 '반성'만 있는 해로 치부하고 망했다고 비난한다면,
2023년 열심히 산 나에게 실례일 것이다.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또한 사실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를 다른 해와 다르게 보내려고 한다.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을 거다. 그냥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군, 할 테다.
아무 목표도 만들지 않고, 아무 소원도 빌지 않을 거다.
대신 내일도 오늘처럼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며 새해를 맞으려고 한다.
다른 해와 다르게 평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2023년을 보낼 것이다.
아직 달리기는 진행 중이니까.
keyword
연말
에세이
어른
Brunch Book
일요일
연재
연재
어른의 덕목
03
어른의 덕목 2. 관계(1) - 느슨하게 놓기
04
어른의 덕목 3. 감정(1) - 외로움
05
어른의 덕목 4. Good bye 2023!
06
어른의 덕목 5. 이별
07
어른의 덕목 6. 관계(2) - 도움받기
전체 목차 보기
chalna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30대의 ‘나’ 찾기 & 작고 안온한 교단 일기
구독자
29
제안하기
구독
이전 04화
어른의 덕목 3. 감정(1) - 외로움
어른의 덕목 5. 이별
다음 06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