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늘 내가 좋은 건 아니야.
아, 꼴 보기 싫다.
어떤 사람의 모든 면을 좋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나이가 들면 어느 방식으로든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측면이 있다.
나하고 맞는 성향, 맞지 않는 성향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게 유난히 불편하거나 싫은 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는데
이 사람은 아니다, 싶은 '촉'을 감지하게 되면
은근슬쩍 피하면서 싫은 사람과 어울리며 발생하는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그런데 말이다,
나 스스로에게서 자꾸 꼴 보기 싫은 면을 발견하게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그런 거다.
나는 휴일 내내 드러누워 있는 나 자신이 싫어질 때가 많다.
청소도 하고 요리도 좀 하고
주중에 못 읽었던 책도 좀 읽고 경제공부도 좀 하고,
씻고 산책도 나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좀 생산성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누워서 휴대폰을 붙잡는 순간 그날의 일정은 끝이다.
아침나절부터 누워있다가 정신 차리면 이미 한참 넘어간 해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나를 발견하면 극심한 짜증과 함께 자기혐오가 밀려온다.
나란 인간은 왜 이렇게 게으른 것이며
반나절 누워있었으면 반나절 정도는 활동을 해도 되지 않나 하는 현타.
또 다른 것도 있다.
나는 생각이 많은 것에 비해 실행력은 한참 떨어져서
무언가를 실제로 하기까지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예를 들면 치과.
내 증상과 통증에 대해 온갖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갈만한 치과 리스트를 수없이 찾아보고,
치과를 가야 할 것 같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왕창 말한 뒤에야 실행에 옮기는 식이다.
이러다가 중요한 일의 타이밍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도, 고치기 어렵다.
신중함을 넘어서서 답답할 때까지 실행하지 않는 나 자신을 볼 때면 역시. 진짜 꼴 보기 싫다.
이런 나 자신의 싫은 면은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과자부터 집어 먹는 거, 정리정돈 한지 하루 만에 금방 어지럽히는 거, 낯선 사람이나 장소는 피하고 보는 거, 말 너무 많이 하는 거... 생각하다 보니 한도 끝도 없다. 고쳐보려고 노력했는데도 탄성 좋은 소파처럼 금세 원상 복구된다. 지긋지긋하다.
나를 제일 자주 보고 세세히 보는 건 아마 나 일테다.
그래서일까. 나 자신의 싫고 불편한 면도 나한테 제일 많이 보인다.
나랑 사이좋게 지낸다는 건, 나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점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걸까?
너무 짜증이 나고 답답하며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하며 따지고 싶은데도?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나를 사랑해- 하는 말의 의미가, 나 자신의 모든 면을 사랑한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이런 나 자신을 자주 견딜 수 없는 나는 나를 안 사랑하는 건가.
가족들을 떠올려보면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긴 세월 함께 살아왔어도 가족들의 모든 면을 좋아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긴 세월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더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말도 섞고 싶지 않을 때가 분명 있다.
그렇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좀 불편하고 이해할 순 없지만, 같이 지내기를 포기하진 않는다.
넌 그렇구나.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받아들일게.
그러다 보면 다시 이해에 도달할 때가 있고, 또 같이 웃게 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다시 나를 이해하는 지점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