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한참을 뒤척 뒤척..
고요한 새벽에도 창문 너머
도로에는 간간히 달리는 차 소리가 들려온다.
'이 시간에 다들 어딜 가는 걸까?'
일을 하는 걸까,
아니면 바람을 쐬러 나왔을까
어디 급하게 가는 걸까.
저마다 제각기의 이유로
오늘을 살아내는 거겠지.
문득
인생이 참 길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밤잠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이 이유도
멀리 보면 잊히고 기억이 안 날지도 모르는 것을
이리 잠도 못 잘 정도로
지금의 나를 괴롭히나.
어쩌면 당장의 내일,
아니 자고 나면 괜찮아질지도 모를 텐데.
나를 하염없이 울게 했던
그 사람의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너도, 언젠가 그 사람처럼
내 기억에서 희미해질까.
우리가 , 서로가
그렇게 희미해질 수 있을까.
잠깐 보지 못했다고
너의 얼굴이, 목소리가 점점 옅어지는 것 같다.
무섭다.
그리 함께 오래 했는데
이리 쉬이 잊힐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