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연장자

#수영, 일상이야기

by 희윤

한 달 차가 다 되어가지만

어색한 인사만 서로 건네고

쉬지 않고 돌기만 하는

수린이들이 답답했는지

수영샘이 간간히 쉴 때 서로 대화라도 하면서

연습해 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시작된 짧은 담소타임,

나이랑 학교 다니는지 얘기를 나누는데

역시나, 예상했듯이 내가 초보반에서 제일 연장자였다.


착한 수린이 동기분들이

다들 그 나이로 안 보여요!! 해주는데

예의상해주는 말이라도 고마웠다.


하지만 뭔가

연장자에 일도 쉬고 있으니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위축된 나를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웃기게도 이런 나의 자존감을 잠깐이라도 올려주는

내가 여태 해왔던 직업, 일이었다.


나는 병원에서 일을 해왔다.

그렇기에 쉴 때 누군가 대화하다 보면

언제든 재취업할 수 있지 않냐, 쉬어도 걱정 없겠네 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병원으로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일하면서 경력이 쌓인 만큼

그만큼의 지식과 책임감을 잘 쌓아왔나 싶을 때가 많았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이 터질 때마다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치솟았고 집에 와도 맘 편히 쉬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부담은 커져만 갔다.


사실, 그 부담은

일하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보강하면 되는 일이다.

이게 정답이란 것도 안다.


그러나 내가 이 일과 정말 맞지 않는다는 걸

나는 대학 다닐 때부터 알고 있었다.

타인에겐 괜찮아 보이는 직업이었기에

남의 시선이 더 중요했던 나였고

그래서 그렇게 계속 아니란 걸 알면서도 계속해왔다.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 채

다른 걸 배울 때도 기준은 남들이 볼 때 괜찮아 보이는 것,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거리기도 많이 했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금방 포기해 버렸다.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그렇게 보낸 내 시간, 젊음, 돈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너무나 한심해하며 후회했다.


후회해 봤자 돌이키지도 못하고

나아지는 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더 깊이 내려오란 듯이 후회라는 족쇄가

내 발목을 더 쪼이고 아래로 끌어내리는 듯했다.




나는 다른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곧 있으면 수업도 끝나간다.


'이걸로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는 건가?'

'나이도 많은데 또 실패하면 어쩌지?'


수업의 끝이 올수록 계속 드는 생각들에

밤이 되면 부쩍 헤맨다.

가라앉는 발차기처럼 자꾸 가라앉는 밤이다.


이런 나도 결국 다시 잡아 올릴 수 있는 건

나뿐이란 걸 알면서도 마음잡기가 힘든 날이 있다.





그럼에도

내 인생도 떠오를 때가 오고 있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내 발차기도 떠오를 거야.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면

분명 올거야.

내가 나를 다시 끌어올리려 애쓰는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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