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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Jul 26. 2024

역시나 연장자

#수영, 일상이야기

한 달 차가 다 되어가지만

어색한 인사만 서로 건네고

쉬지 않고 돌기만 하는

수린이들이 답답했는지

수영샘이 간간히 쉴 때 서로 대화라도 하면서

연습해 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시작된 짧은 담소타임,

나이랑 학교 다니는지 얘기를 나누는데

역시나, 예상했듯이 내가 초보반에서 제일 연장자였다.


착한 수린이 동기분들이

다들 그 나이로 안 보여요!! 해주는데

예의상해주는 말이라도 고마웠다.


하지만 뭔가

연장자에 일도 쉬고 있으니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위축된 나를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웃기게도 이런 나의 자존감을 잠깐이라도 올려주는 건

내가 여태 해왔던 직업, 일이었다.


나는 병원에서 일을 해왔다.

그렇기에 쉴 때 누군가 대화하다 보면

언제든 재취업할 수 있지 않냐, 쉬어도 걱정 없겠네 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병원으로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일하면서 경력이 쌓인 만큼

그만큼의 지식과 책임감을 잘 쌓아왔나 싶을 때가 많았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이 터질 때마다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치솟았고 집에 와도 맘 편히 쉬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부담은 커져만 갔다.


사실, 그 부담은

일하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보강하면 되는 일이다.

이게 정답이란 것도 안다.


그러나 내가 이 일과 정말 맞지 않는다는 걸

나는 대학 다닐 때부터 알고 있었다.

타인에겐 괜찮아 보이는 직업이었기에

남의 시선이 더 중요했던 나였고

그래서 그렇게 계속 아니란 걸 알면서도 계속해왔다.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 채

다른 걸 배울 때도 기준은 남들이 볼 때 괜찮아 보이는 것,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거리기도 많이 했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금방 포기해 버렸다.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그렇게 보낸 내 시간, 젊음, 돈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너무나 한심해하며 후회했다.


후회해 봤자 돌이키지도 못하고

나아지는 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더 깊이 내려오란 듯이 후회라는 족쇄가

내 발목을 더 쪼이고 아래로 끌어내리는 듯했다.




나는 다른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곧 있으면 수업도 끝나간다.


'이걸로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는 건가?'

'나이도 많은데 또 실패하면 어쩌지?'


수업의 끝이 올수록 계속 드는 생각들에

밤이 되면 부쩍 헤맨다.

가라앉는 발차기처럼 자꾸 가라앉는 밤이다.


이런 나도 결국 다시 잡아 올릴 수 있는 건

나뿐이란 걸 알면서도 마음잡기가 힘든 날이 있다.





그럼에도

내 인생도 떠오를 때가 오고 있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내 발차기도 떠오를 거야.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면

분명 올거야.

내가 나를 다시 끌어올리려 애쓰는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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