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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Jul 24. 2024

아침수영반의 열등생은 나

#수영일기

킥판을 잡고 호흡하기

킥판을 잡고 호흡하면서 발차기해보기

킥판을 잡고....


진도는 킥판까지 왔지만

나의 진도는 그대로였다.


왜 나는 킥판을 잡아도 가라앉는 걸까.

조금씩 수영반 동기들과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킥판을 잡고 다들 제법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내 발차기는 거북이만치 느렸다.

선생님께서 더 빨리 차라고 하셨지만

물먹은 장작처럼 화력은 찰나였을 뿐이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여태 이렇게 살아온 건 나인데.

그저 나 스스로에게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다리 무거워도 너무 무거웠다.

지구력도 체력도 없으니

뒤쳐지는 건 당연한 거였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으레 깔리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숨을 쉬려고 고개를 들면

나는 가라앉고 말 거란 생각을 말이다.

불신이 스멀스멀 생겨버린 것이다.


물에서나 인생에서나

참 안 좋은 자세인데 말이다.




집에 와서

엄마를 보자마자 한탄을 시작했다.

엄마는 듣고 계시다 한마디 하셨다.

'우리 딸은 체격만 있지 체력은 없어~

 근데 딸 몇 번이나 나갔다고 그렇게 욕심을 부려

 남은 남이고 너는 너지. 다 각자 속도가 있는 거야.'

T성향이 강한 엄마가 그래도 위로를 함께 담아

토닥여주셨다.


그래,

나는 체격만 가지고 있었다.

빛 좋은 개살구가 이런 느낌 일까.


괜히 다들 나아갈 때 나만 제자리걸음일까

조바심이 났다.


수영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부쩍 일까지 쉬며 다른 일을 준비하면서

내 자존감은 많이 떨어져 버린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 나에게 조바심은 짝꿍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인생에서도 물에서도 내가 뜨는 날이 올까'


뭐 이렇게까지 우울하게 생각할 필요 있어

그래도 다니는 게 중요하지! 하며

오늘도 스스로를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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