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윤 Jul 19. 2024

쫄보의 첫 수영수업

#수영일기

수영장 입장부터가 난관이었다.

'분명 베테랑분들이 오 실 테니

눈치껏 따라 움직여서 수영장에 들어가 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모두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초보 6명이 아주 일찍 오픈시간에 맞춰 모여버렸다.


다 같이 들어오고는

어정쩡하게 다들 락커룸 앞에

서 있다가  기다리던 수영 고인 물분이 오시자

다들 분주하게 눈치껏 옷을 벗고 씻고

드디어 수영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도대체 몇 년 만의 수영장인가.

더운 여름날 물안으로 들어가니

그것대로 기분이 참 좋았다.


 수업시간의 초보들,

그중에 단연코 내가 등치도 제일

크고 키도 제일 컸다.

수영장의 깊이는 다행히 그리 깊지 않아

내 가슴팍 아래쯤 해서 차올랐다.




"자, 오늘은 발차기, 호흡법

그리고 물에 뜨는 것까지 할 거예요.'

담당 수영강사샘의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늘 뜨는 것까지 된다고??!!

정말 정말 50분 안에 이게 다 된다고?!'


수업은 생각보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다.


" 자, 발차기부터 할 건데,

발등을 쭉 펴고 내려갈 땐 힘을 빼고

올라올 때 발등으로 물을 멀리멀리 서 보낸다는

느낌으로  해보는 거예요.~"


"자 그다음엔 엎드린 상태에서 할 거예요~

발등으로 물을 누른다는 느낌으로 하세요!"


아니 이론은 이해가 가지만 어디 몸이 뜻대로 될까.

선생님이 차면 슉슉 소리 나면서 물이 멀리멀리 나가던데

나는 그저 큰 돌멩이가 물에 떨어지듯이

첨벙첨벙 소리만 나고 있었다.

힘들기는 또 왜 이렇게 힘든지.


그렇게 선생님 말에 따라 100번 차다 빨리 차다를 반복..

내 체력은 반도 안 남아 있었다.


"이젠 호흡법을 해볼까요~ 들어갈 때 코로 숨을 음~ 하고 뿜어내고 올라오면서 입으로 파~"


이미 숨은 차오른 상태에 안 해보던 걸 하려니 긴장했을까

수영장 벽을 잡고 얼굴을 담그려는 순간

은근한 공포가 밀려들어왔다.


그렇게 다른 수강생분들이 얼굴을 다 담그며

음파에 적응할 때

나는 코언저리까지만 얼굴을 넣다 뺐다 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겁이 많고 적응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었다.

코로 숨을 내뱉는 게 너무 어색해 숨을 계속 참거나

아니면 순식간에 다 뱉어버리고 허우적 대고 있었다.


아마 선생님 눈에도 단번에 보였으리.

내가 유독 허덕인다는 걸.


킥판을 잡고 호흡하며 몸을 나아가보라 했을 땐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을 유독받아야 했다.

감을 빨리빨리 잡는 다른 분들과 달리

나는 참 허우적거렸다.


킥판 덕분에 그나마 나는 처음으로 물속에서

슈퍼우먼처럼 몸을 쭉 펴봤다.

비록 두 다리가, 내 하체가 수평이 되지는 못했지만

처음 느끼는 몸 전체로 온전히 물을 받는

느낌은 꽤나 좋았다.


첫 수업이 끝나고 내 느낀 점은

나는 아직 내가 온전히 뜰 거라는 확신이 없다는 것.

나는 체격만 있지 체력은 없다는 것.


다음시간이 벌써 걱정되면서도 설렜다.

이전 02화 고민은 한평생, 결제는 하루 만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