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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Aug 28. 2024

힘들고 싫어도 가는 힘

#일상과 수영일기

그렇게 코로나와 지지고 볶고

일주일이 흘렀다.


그사이 내 체력과 의지력은 더 깎아져 있었고

오랜만에 수영 가는 날 아침에 눈꺼풀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이미 진도 놓쳤는데 가서 또 혼자 허둥대는 거 아닐까

 체력도 더 떨어졌는데..'


나약해진 의지와 마음은

'오늘도 쉬어. 아냐 아예 포기하고

 담달부터 다시 어때'하며 나쁜 유혹은 다 하고 있었다.


짐까지 전날 다 잘 챙겨놓고는..!!


'아냐. 갔다 오면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거야. 가자 가보자.'


겨우 몸을 이끌고 그렇게 일주일 만에 수영장으로 향했다.




확실히 한 달의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바글바글했던 수영장의 인원도 좀 빠졌다.

옆레인에 8,9명 남짓했던 초급반도

5,6명 정도만이 남았다.


생각해 보니

나와 함께 시작했던 수강생분들도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한 달 후에는 3,4명 정도만이 남아있었다.


뭔가 한 가지를 꾸준히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나온 나를 보며

한 수강생분이 왜 못 나오셨었냐며 물어와 주셨다.


좁아져버린 내 인간관계 속

이런 관심은 꽤 고마웠다.


백수기간이 길어지면서,

한 가지 또 느끼는 게 있었다.


나는 사람을 꽤나 좋아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길 바란다는 것을 말이다.

보통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20대 때는 언제든 다시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지만

30대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모든 게 다 어려워져 버렸다.

왜일까. 더 이상 도전보다는 안정을 더 추구해야 하는

그런 나이대라서 그런 걸까.


이번에 뭔갈 해야 한다면

이제는 자리 잡고 오래 해야 한다는 압박을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계속 주입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그렇게 찾아서 시작한다 해도 그리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내 인생계획대로였다면

나는 6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고

어머니가 아프시는 일도 없었어야 했고

내가 그렇게 일찍 일을 그만뒀을 일도 없어야 했으니까.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더니

그렇게 작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쭉 가라앉았고

이제야 정신줄 잡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발버둥을 치고 있.


'이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힘들어질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자주 던 말이다.

그래 다 이유가 있겠지.


이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나에게도 분명 무언가를 남기겠지.


반성이든 후회든 결심이든.




수영은 다행히 복습위주로 하고 있어

그래도 버둥거리며 열심히 따라 했다.


여전히 자유형이 이상하고

배영에 패닉이 와도

그래도 조금씩은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각자 받아들이고 습득하는 것엔 시간이 다 다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이걸 못한다면 다른 뭔가는 또 잘하는 게 있겠지.


하지만 점점 느끼고 있었다.

나는 주에 3번 나오는 수영만으로는 절대 안 되는걸.

'일도 해야 하지만 그전에 제대로 뭔갈 하나라도

완성할 수는 없는 걸까.'


강습이 끝나고 혼자 호흡연습을 하다 결론을 내렸다.


'자유수영까지 되는 곳으로 가야겠어.'


그렇게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스로에게 그래도 뭔가 칭찬을 해주고 싶어

골똘히 생각하다 이 말이 떠올랐다.


그래. 하기 싫고 힘들 거 알면서도

뭔갈 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야.

용기를 냈다는 것 자체로도 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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