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출판사 10년 경력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장르는 에세이와 실용서입니다.
간간이 건드려 보거나 (반강제로) 담당하게 된 장르에 인문, 소설이 한둘 끼어있는 정도?
그래서 커리어도 대체로 실용/에세이 쪽으로 편중되어 있는데,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갑자기 저를 문학팀으로 발령 내 버렸었죠...
인사 공고를 바라보던 제 표정... ⓒtvN 신서유기
그 팀의 구성원은 메이저 일간지에서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유명 문학상으로 등단한 현직 편집자이자 시인,
10년 이상 순문학을 다뤄온 편집자 등이었습니다.
+문학팀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쩌리 북이슬.
ⓒ MBC 무한도전
아무튼... 뜬금없이 문학팀으로 발령받아서 본격적으로 소설/시/에세이를 다루게 되는데요.
당연히 다른 편집자들에게 엄청 많이 배웠습니다.
어쩌다 보니 문학상도 함께 담당해서 진행하게 되었고요.
(물론 본심, 당선작 결정은 평론가나 현역 문학가 등 심사위원들이 합니다.)
그때 발령 이후 타 출판사로 옮긴 지금도, 여전히 문학을 다루며 배우는 중이랍니다. 하하.
그래서 10년째 다루고 있는 에세이보다는 잘 모르는 분야이니, 그냥 저 편집자 생각은 저렇구나
정도로만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 투고의 길'을 올리고 여러 메일을 받았습니다.
에세이처럼 문학도 정리해서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부터,
기획 제안, 대필 의뢰, 기타 외주 의뢰, 출판사 취업하는 법 문의 등등.
답을 드린 것도 있고, 안 드린 경우도 있어서 사실 언젠가 문학 출간 내용도 가볍게 써봐야겠다는 마음은 작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 가지고만 있었...
우선 소설 출간도 당연히, 전자책이나 자비 출간 그리고 투고 등 여러 루트가 있습니다.
투고를 하시려면 규모가 크고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보다는, 작가님의 원고와 맞는 출판사를 먼저 찾는 게 중요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 다른 글을 참고해 주셔요.
https://brunch.co.kr/@chamisulbook/76
1.
먼저 가장 정석적인 루트로는, 다들 아시겠지만 등단 후 출간이 있습니다.
문예지와 일간지가 독점하던 신춘문예 독주 시대는 가고,(물론 여전히 유효합니다.)
일 년에 수백, 수천 개의 문학 공모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씽유, 위비티, 올콘, 씽굿, 라우드 등 수많은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공모전들을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UI가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서 한번 쭉 훑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딱 문학 관련 공모전만 한눈에 보고 싶다, 하면 전통의 강호 <엽서시>를 추천드립니다.
물론 워낙 작은 단체들이나 상금조차 없는 문학상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공모 요강이나 저작권과 출판 관련 조항을 자세히 찾아보셔야 합니다.
특히 출간을 염두에 둔 공모전 응시라면, 무조건 '출판사 주최' 공모전을 노려보시는 게 좋습니다.
수많은 출판사에서 해마다 다양한 공모전을 열고 있거든요.
상금도 단순히 출판으로 끝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십만 원부터, 수천만 원에 이르기도 하죠.
이때 눈여겨보셔야 하는 부분은,
1)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2) 출간으로 100% 이어지는지
3) 지원 자격과 분량 등(기성/신인 구분, 공개된 적 없어야 하는지(블로그, 브런치 포함), 단편인지 장편인지)
4) 상금은 선인세의 개념인지, 인세 분리인지
등이 있겠습니다.
2.
현실적으로 추천드리고 싶은 루트는, 바로 크라우드 펀딩입니다.
출판 관련 크라우드 펀딩이라면 대표적으로 텀블벅과 와디즈, 해피빈 그리고 알라딘 북펀딩, 예스24 북펀딩이 있는데요.
아쉽게도 해피빈, 예스24, 알라딘은 개인이 아닌 출판사가 신청해야 하므로
직접 진행하시려면 텀블벅과 와디즈 둘 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둘은 분위기가 꽤 다르니, 각 사이트를 살펴보시고 작가님께 어울리는 곳을 고르시면 됩니다.
직접 디자인, 인쇄, 포장, 출고까지 담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수익을 조금 포기하고 아예 통외주를 줘버리셔도 됩니다.
단, 목표금액은 가능한 낮게 잡으시길 추천드려요.
예를 들어, 목표금액을 2백만 원으로 잡아 1천만 원이 모였다면 500% 달성으로 뜨지만
목표금액을 50만 원으로 잡아 1천만 원이 모이면 2,000% 달성이 되니까요.
추후 서점 유통할 때 마케팅 카피 한 줄, 띠지 한 줄에라도 노출하기 좋거든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100% 모금을 달성하셨다면, 무조건 편집자 눈에 띕니다.
출판사놈들이 텀블벅과 와디즈의 출판탭을 항상 주시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성공한 펀딩은 곧 출간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
해피빈과 알라딘, 예스24의 북펀딩 성격도 각각 다른데요.
펀딩이 진행되었던 도서를 쭉 보시면, 차이가 눈에 보이실 거예요.
작가가 직접 펀딩을 진행할 순 없지만, 어느 쪽 펀딩이 어울릴지를 구상해 보신 후
출판사 투고 메일에 직접 펀딩을 제안한다면 읽는 출판사놈들이 혹할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펀딩도 해봤고, 펀딩된 책과 계약도 해본 편집자의 입장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분명 매력적인 출간 루트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관련 내용을 둘러보시길, 강추합니다! :)
제가 가장 최근에 텀블벅 펀딩 후 편집을 담당한 도서는 현재 무사히 출간되어 중쇄까지 했고(소설책입니다),
러시아와 대만 등에서 판권 문의가 들어온 상태입니다.(얼마 전 세 곳에 해외판권이 팔렸습니다!)
즉, 펀딩으로 먼저 시작해도 충분히 독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죠.
꼭 투고나 공모전이 아니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출간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많은 작가님께서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3. 독립출판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 독립서점들이 있습니다. 대형서점에서 유통되는 책뿐만 아니라 소량만 인쇄해 유통되는 독립출판물들도 함께 있는 게 특징이죠. 혹은 아예 독립출판물들로만 구성하기도 합니다.
전 어디를 가든, 지역 독립서점을 꼭 방문해 보곤 하는데요. 그곳에서만 살펴볼 수 있는 독특한 내용과 디자인의 독립출판물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꼭 한두 권이라도 구매해 가져온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독립출판 후 정식출판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겠죠!
사실 이렇게 구매해 온 책들 중 몇몇 권은 기획써를 써서 기안 올려보긴 했는데 아쉽게도 아직 통과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이건 제가 모자란 탓이고, 이 과정을 통해 출간된 책들도 서점에 꽤나 많다는 사실...!
그리고 독립출판을 진행하게 되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유통에 대해서도 꽤 알게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품은 꽤 들겠지만, 한 번쯤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예전에 비해 확실히 독립서점들이 늘어나면서, 대형 출판사들도 독립서점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답니다.
이 글을 다듬으며 먹은 안주.
실비김치를 통에 차곡차곡 옮겨 담고, 남은 양념으로 파김치까지 만들었습니다.
짜파게티랑 먹을까 하다가, 그것만 놓고 술을 하기엔 좀 그래서 고기도 구워봤습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