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관찰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진 Apr 09. 2020

아빠의 신발



아빠의 신발


아빠는 유행 지난 내 발을 신곤 했다

통 넓은 청바지 아래로

하얀색 하이탑 슈즈

햇빛에 반짝이는 메이커

주름진 바짓단


나보다 한 치수 작은 그의 발이

내 신발에 꼭 맞으려

신발끈을 바짝 조이면

숨어있던 하얀 속살

풍파에 찌든 회색의 겉살

얼룩덜룩 무늬가 찍인다


내가 한창 신어 닳아 버린 밑창, 빈 공간

내 과거의 흔적 위로

그의 현재의 흔적 쌓이면

그와 나 사이의 빈 공간은 없어지겠지

그렇게 다 갈려버리겠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alangmalang.book/

블로그 : https://blog.naver.com/malangmalang_book


매거진의 이전글 그는 내게 '안녕'이라고 말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