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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만의 시간

by 젼정


모두에게는 자기 자신만이 추구하는 은밀한 기쁨이 있다. 그것을 말하기 전에 떠오르는 영화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 ‘아밀리에’ 나오는 주인공 아밀리에에 대해서 말이다. 아밀리에는 사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을 좋아한다. 곡식 자루에 손 집어넣기, 티스푼으로 크림브륄레 깨기, 성 마르탱 운하에서 물수제비 뜨기, 그런 것들을. 어느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아밀리에에게는 기쁨이 된다. 기쁨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할 수도 있나. 그렇게 사소할 수도 있나.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기쁨이라는 건 그럴 수도 있다. 그건 아주 개인적인 것이다. 기쁨은 개인적이고 사소하면서도 은밀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것에서 기쁨을 느낄까. 그런 생각에 접어드는 것 자체도 내게는 은밀한 기쁨이다.


나에게 해당되는 기쁨은 이런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의 은밀한 기쁨 리스트’는 이러하다. 쿼럼센싱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살피는 시간을 가지는 것. 그의 영상 중 하나인 ‘KIRINJI(키린지)의 ‘Crazy Summer(크레이지 섬머)‘와 함께 흐르는 영화 ‘섬머 불룸스’를 언젠가는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 그 영상 속에서 여자 주인공이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사뿐사뿐 거니는 장면을 ‘나’로 대체해 보는 것. 그 장면에서 봄과 여름 사이의 공기와 분위기를 상상해 보는 것. 지금 이 순간 마음에 드는 컵에 커피를 따르고 귀여운 접시에 디저트를 담는 것. 그것을 맛보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는 것. 지금 기분과 어울리는 책을 곁에 두는 것.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문장 끝에는 다른 순간으로 잠시 가보는 것. 시를 좋아하진 않지만 가방 안에 시집 한 권을 넣고 다닌다고 이야기하는 순간을 사랑하는 것. 영화나 드라마의 좋아하는 어떤 장면을 떠올리며 현재와 이어가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져보는, 누군가에게는 무용한 것들을 아름답게 보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적어보는 것. 모르겠는 것을 애써 찾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나만의 기쁨을 계속해서 쌓아가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한 자기 자신만의 시간. 이 모든 것은 내가 추구하는 은밀한 기쁨이디. 때로는 자기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을 취미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일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무수히 사랑해서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기 어려운, 나 같은 사람도 분명 있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언젠가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미래의 나를 위해 그 마음을 남겨두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조각의 달콤한 디저트를 거기 그대로 두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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