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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re Oct 31. 2021

7. 사랑? 연애? 나도 한번.. 해볼까..?

죽고 싶다 생각했고 죽음을 각오하고 떠났던 여행에서 죽기는커녕, 오히려 살기 위해 애쓰는 본심을 발견하고는 어차피 살 거라면 '이제는 좀 잘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위 '남들이 하는 거 나도 한번 해보자.' 싶은 마음도 들었다.

꼭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무조건 남들이 하는 것들을 다 따라 하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스무 살의 어느 날 내 기억을 깨웠던 친구의 말처럼 내 나이에 자연스러운 것들을 해보고 싶었고 여자로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스무 살 초반에 남자를 만나본 적이 있기는 했다. 우연히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다가 연인 아닌 연인 사이가 됐었다.

말로는 사귀는 사이라 했었지만 어느 연인들처럼 평범한 데이트를 해본 기억은 없었다.

그저 만나면 어떻게든 스킨십을 하려 했고 거부하자 결국엔 연락이 끊어졌다.

그런 그와도 남녀 간의 스킨십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억이 떠오르기 이전에도 나는 남녀 관계에 있어서 생각과 행동 모두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저 당시의 내 기준에 그나마 연애라는 건 해도 되는 나이가 됐으니 누군가를 만나 볼까 하고 시도했던 것뿐이었다.

좋고 싫음의 감정이 거의 없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사람과 만났던 기억조차 흐릿해졌다.

그저 남들과는 좀 더 가까운 스킨십과 교류가 있었으니 연애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과의 짧은 만남이 지나간 후 나는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며 그의 존재와 그 사람과의 시간들은 점점 더 멀리 잊혀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신이 들면서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고,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은 이미 남들처럼 평범하게 해 보려고 애쓰고 있었으니 이제는 20대 중반의 여자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성과의 교제가 궁금해지고 해보고 싶었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거나 애틋한 마음을 갖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 감정적인 부분은 두 번째 문제였다.

그저 기억이 돌아온 이후에는 남자와의 만남은 물론이고 스킨십 자체가 더더욱 불편해진 나에게 연애라는 일이 어떻게 다가올지가 궁금했고, 가능하긴 한 건지가 궁금하면서도 걱정될 뿐이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남자와의 접촉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고 하지만, 그런 상황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감정과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사실 연애에 대한 궁금증과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은 여행을 가기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결심이 더 컸기에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쳐 더욱 남자를 만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럽 여행을 위해 준비할 무렵 가깝게 지내던 남자가 있었다.

대학 동기였으나 그 사람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학기만 마치고 그만두었고,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살던 사람이라 학교를 그만둔 뒤에도 가끔씩 동기들과 만나거나 안부 인사를 하던 사람이었다.

처음에 학교에서 만나 친해지기 시작할 무렵 유난히 남자들이나 스킨십에 거부감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그 사람은 늘 장난을 쳤었다. 남자와 가까이 있는 것도 불편해했고 손이 닿는 것조차 싫어하는 나를 보면서 일부러 더 장난을 치고 다가왔던 사람이었다.

물론 그런 행동들이 과하거나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의도된 행동이었다면 상대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나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고 성격 자체가 활달하고 장난을 잘 치는 사람이라 좋아하고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와는 꽤 오랫동안 연락을 유지하며 한 번씩 만나기도 했었다.

그러다 언젠가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며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장난을 치는 건지 진심이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진심이었다고 해도 그러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고 넘겨 버렸다.

서로 여러 대화가 오간 것도 아니었고 진지한 분위기도 아니었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갔었다.

그 뒤로도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냈고 가끔은 한동안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가 다시 또 연락하고 만나며 지내기도 했었다.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도 한동안 자주 연락하고 만나며 지냈는데, 어느 날 그 사람을 보며 문득 '이 사람과 만나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간 알고 지냈고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이었다.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 호감을 표시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사람의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내가 아주 싫은 것만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 진지하게 만나 보고 싶다는 얘길 했다.

당시 그 사람의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거절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받아들인다는 대답을 하지도 않았다. 이렇다 저렇다 의사표현 없이 우리는 그저 전 보다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나는 두 달간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사람도 나도 우리의 관계에 대해 더 이상의 어떤 표현도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지냈다.

그리고 내가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 사람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제대로 된 첫 번째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이미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던 사이였기에 크게 불편하다거나 가까워지는 것에 부담이 되거나 하는 건 없었다.

다만, 친구가 아닌 연인 관계가 되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친구일 때와는 다르게 좀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부분들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조금은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가벼운 스킨십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내가 그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이 '사랑'이라는 온전한 감정인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친구일 때와는 분명 달랐고 그와의 육체적 접촉도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왜 인지 그 사람에게 내가 가진 상처를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서적 교류와 육체적 관계는  가깝고 깊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 그전에 말하고 싶었다. 왠지 그래야만   같았고 한편 으로는 그가  상처와 아픔을 같이 공유해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서로 좋아했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다가가는 사이였으니 그래 주길 바라는 마음과 기대가 있었던  같다.

교제하기 시작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경험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로 인해 남자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고 또 그랬기에 이성과의 정식 교제가 처음이라는 것 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그 사람은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당황하기도 했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받아들였지만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 뭘 해줘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듯 당황했고 내가 가진 상처가 그에게는 불편함이 된 듯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를 위로하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정도만 해도 괜찮았다. 형식적인 말이라지만 위로가 있었고 불편함이 보이면서도 감추려 노력하고 나를 안아 주는 그를 보며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조금 더 공감하고, 조금 더 보듬어 주기를 바랐지만 그 사람이 당연하게 해줘야 할 일은 아니니까 이 정도면 충분한 거라고 애써 스스로 위로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처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나 홀로 갇혀있던 틀 안에서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 것만 같았다.

그저, 그걸로 만족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게 조금 더 깊은 육체적 관계를 원했다.

사실 그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때에는 그런 부분에 있어 내가 조금은 서툴거나 느리고, 두려워해도 이해해 달라는 암묵적인 부탁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다가왔고 원하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바랬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다.

망설이는 듯한 내 모습에 그는 ‘사랑하니까,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말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도 그런 감정들은 뒤로한 채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한편으로는 궁금 한 마음도 있었다.

성관계가 남녀의 사랑을 나누는 행위라고 하지만, 나에겐 그저 역겹고 더러운 행위로 각인되어 있었기에 그런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수 있을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렇게 두렵고, 설레고, 궁금한 마음이 엉킨 채로 그와 같이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괜찮다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짐하면서도 내 머릿속에 있는 어린 시절의 그 TV 화면  속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고 그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그와 함께 있는 것조차 불편하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무엇보다 고통인지 쾌감인지 모를 표정으로 서로의 몸을 탐하던 화면 속 남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충격을 받았었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불쾌하고 징그럽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 화면 속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 스스로가 역겹고 더러운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의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머릿속의 생각을 떨쳐 내기가 어려웠다. 본능에 따라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순간임에도 몸의 반응보다는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먼저 뒤엉켜 나를 휘감고 있었다.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행위라고 생각하며 그와 함께 있는 시간에 집중하려 했지만 좀처럼 내 몸의 긴장감은 풀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짓, 하고 싶지 않은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점점 더 불편해 지기만 했다.

머릿속에서는 그 순간의 감정과 본능에 몸을 맡겨야 한다고 몇 번이고 대뇌이면서도 내 몸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런 감정도 쾌락도 느끼지 못한 체 그 사람의 품에 안겨 있다가 결국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구토를 했다.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데 몸에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하...'

입으로 작은 탄식이 세어 나왔다.

나도 알 수 없었고 그래서 나조차도 궁금했던 나의 모습이, 결과가 이런 거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렀다.

'내가 '여자'라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나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누구나 처음이라는 순간은 이럴 수 있는 걸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 이내 답을 찾았다. '나' 였기에 그런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이 이어지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깊게 숨을 내쉬어야만 호흡을 할 수 있었다.  

깊은숨을 몰아쉬며 앉아 있는데 그 사람이 들어와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내 모습에 그 사람 역시 당황하고 놀라워하면서도 이내 괜찮다며 나를 다독여 줬다.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그대로 그 사람의 품에 안겨 쓰러 지듯이 잠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내 몸의 반응과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것만 신경 쓰느라 다른 건 생각하지 못했다. 그 사람이 위로하고 안아 줬기 때문에 그게 다 일거라 생각했고 진심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에 한번 더 그 사람과 같이 밤을 보냈고 그날에도 내 몸의 반응은 똑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짐의 표면적인 이유는 그 사람의 상황 때문이었다.

나와 교제를 시작하기 전부터 갖고 있던 개인적인 문제가 더 커졌고, 그 사람의 여러 가지 상황과 위치가 바뀌게 되면서 나와는 더 이상 만남을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이 헤어짐의 이유였다.

며칠간 연락이 끊겼던 그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며 본인의 상황을 알려왔고, 말로는 헤어짐에 대한 선택은 나에게 맡기겠다고 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금전적인 문제까지 겹쳐져 있던 그 사람이 일을 해야 한다며 선택한 건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이었고, 직업이라 말하기는 어려운 일 있다.

그런 상황에 나에게 맡기겠다는 선택권은 사실상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나에게 인심을 베풀듯이 넘겨준 선택권에 나는 헤어짐을 말했다.

그가 말하는 모든 상황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우리가 더 이상 만남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 사람에게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인지 그저 헤어짐을 위한 핑계인지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을 돌려 보면 안 되겠냐는 부탁만 했고 그는 끝까지 거절했다.

결국 내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그리고 헤어짐을 말하던 내게 자신의 상황과 처지가 너무 어려워 나를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어 미안하다며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던 그 사람은, 헤어진 뒤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여자를 만났다.

그 사람과의 헤어짐은 가슴 한편이 저릿한 느낌이 드는 슬픔이 있었지만 견딜 수 있었다. 그 사람이 없다고 해서 죽을 것 같다거나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감정은 아니었다.

다만, 나 조차도 내가 보였던 모습이 충격이고 놀라움이었는데 그 사람 역시 그랬었을 것이었고 그게 이어져 이별을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비참함에 눈물이 흘렀다.

교제를 시작하기 전 그 사람의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어느 정도의 어려움과 불 폄 함은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그래서 내가 같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럴 생각이 있었고 그에게도 그러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나와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상황이 더 악화되었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과 처지가 힘들어 날 붙잡을 수 없다던 그 사람은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모든 상황들이 좌절감을 넘어 비참함을 느끼게 했다.

처음 내가 가진 상처에 대해 얘길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스치듯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럼 지금껏 남자와의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이냐고. 내 대답에 그는 흐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었다.

헤어지고 나서야 그때 그 사람의 질문과 표정이 더 또렷하게 생각났다.

그는 그저 제대로 된 이성교제 한번 못해본 내가 흥미로울 뿐이었고, 첫 연애 경험의 상대가 자신이라는 것이 즐거울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내밀었던 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본인이 기대했던 것,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을 거고 그러기에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원하는 것도 없을 거라 판단했던 것 같다.

헤어지는 과정, 헤어진 뒤에 그 사람이 보여준 모습에 화가 나고 원망스러워 한동안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많이 힘들었다.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고 알 수 없었던 내 모습을 알게 되면서 많이 힘들었고, 힘들게 시작했던 첫 연애가 남겨준 것이 좌절과 비참함 뿐인 것 같아 힘들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 30대가 되면서는 그 사람을 마냥 원망하고 미워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우리가 교제하던 때의 그 사람의 나이 보다도 훨씬 더 많은 나이가 되고 보니, 20대 중반의 남자에게 나 같은 여자는 부담이었고 불편함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 사이에 사랑을 나누며 함께 하다가 구토를 하러 뛰어가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을 생각하니 20대의 남자가 끌어안고 가기에는 그럴 이유도, 굳이 그러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 모습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어렸고 상처 투성이었던 그 당시의 나는, 첫 연애를 실패한 이후 더 큰 상처가 하나 더 생겨버려 더 아파하고 더 힘들어하며 휘청 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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