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러닝을 하는 방법

나가기 싫다

by 채널김


춥다.
공기가 차가워졌다.
아침인데도 어둡다.
밖으로 나가려는 발걸음이 주춤해진다.
예쁘게 물들던 단풍들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겨울이 왔다.


여름 러닝은 지독했지만 겨울은 좀 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고 보니 여름에 쓴 글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계절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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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방 포기할 줄 알았던 달리기를 꽤 오래 하고 있다. 이제는 영하의 기온에 몸을 구기면서도 나 스스로에게 약속한 시간엔 어김없이 나가고 있다.


새벽에 나가다 보면 아직도 깊은 밤 같기도 하고, 별도 조금씩 볼 수 있다. 겨울의 낭만이라면 낭만이다. 하지만 몸을 잠시만 가만히 두면 곧바로 추위가 파고든다. 따뜻한 실내에 러닝머신이 있지만... 어쩐지 난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



춥긴 해도 좋은 점은 있다. 새벽의 공원은 확실히 사람이 적다. 한여름에는 새벽이어도 인파가 꽤 있었는데 지금은 길 위가 온통 내 전용 트랙이 됐다. 다른 계절엔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것도 은근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쾌적함을 만끽하는 중이다.


하지만 겨울 러닝의 단점도 분명하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날카롭고, 달려 나가려는 나를 밀어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몸에서는 땀이 날 지언정 베일 것 같은 바람은 두 손을 얼려버린다. 다가올 '한파'를 위해 나 나름대로 겨울 러닝을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을 정리해 봤다.




스트레칭은 과할 정도로

겨울에는 확실히 몸이 더 굳은 느낌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여름보다 백만 배는 더 힘들다. 그래도 오늘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니까 힘들어도 일어나야 한다.


집 안은 훈훈한 온기가 돌지만 창문너머의 공기는 심상치 않다. 날이 좋을 때야 눈만 비비고 바로 나갔지만 이렇게 추울 땐 몸부터 충분히 데워야 한다.


모든 운동을 하기 전에는 스트레칭이 필수다. 사소해 보이지만 항상 강조한다. 특히 겨울엔 '이렇게 많이 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많이 해야 한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약간 땀이 난다면 더 좋다. 겨울은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내 관절과 근육을 최대한 부드럽고 따뜻하게 준비해 둬야 운동을 해도 부상이 적다.




옷은 너무 두껍지 않게

겨울엔 무조건 두꺼운 옷을 입고 싶어진다. 최대한 두껍게 감싸줘서 밖에 나갈 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러닝을 할 땐 너무 두꺼운 외투가 오히려 거슬리게 된다.


집 밖을 나설 땐 춥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몸은 금방 땀으로 젖는다. 이럴 때 두꺼운 옷은 바로 벗기도 어렵고 또 계속 입고 뛰면 땀 배출이 잘 안 되다 보니 몸도 무거워진다.



그래서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게 좋다.

대략 반팔 → 기모긴팔 → 바람막이 or 얇은 패딩.


특히 바람막이는 필수라고 생각된다. 달릴 때 맞부딪히는 바람을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체감 온도가 크게 달라진다.


여기에 마스크와 장갑, 귀마개까지 하면 어느 정도 견딜만해진다. 맨 살만 노출 안 해도 뛰는 순간에는 춥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리고 몇 번 경험한 건데 뛰다가 힘들다고 쉬면 금방 추워진다. 그래서 쉼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보니 더 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춥긴 해도 보온만 잘 신경 쓰면 여름보다는 훨씬 수월하긴 하다. 여름엔 숨이 턱턱 막혀서 속도를 내는 게 쉽지 않았는데 겨울이 되니 빨리 뛰어야 열을 낼 수 있다. 나름 미지의 속도에 도전하고 있는 요즘이다.




눈이나 비가 오면 실내로

여름엔 빗속에서 달리는 짜릿한 경험을 해봤고, 겨울이 오면 자연스레 ‘눈을 맞으며 달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얼마나 멋질까?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가는 그 순간을 보며 뛰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세상 끝까지도 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뽀드득하는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면서, 코끝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풍경 속을 달리는 나. 상상만으로도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눈 내린 거리는 짧게 보면 낭만이지만, 길게 보면 빙판의 예고다. 멋진 풍경은 잠깐이고, 바로 미끄러지면서 발목 삐끗함이 대기하고 있다. ‘괜찮겠지 뭐’ 하고 나섰다가 그대로 ‘부상 예약했습니다’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눈 위를 달리면 정말 뽀드득 소리가 날까? 풍경이 바뀌는 동안 나는 어떤 기분일까? 분명 멋질 것 같지만...오래 달리고 싶다면, 그리고 내 다리를 오래 쓰고 싶다면, 차라리 상상으로만 즐기는 게 낫겠다.



대신 우리에겐 최고의 운동기구, 러닝머신(이라는 고문기구)이 있다. 너무 춥거나, 눈이 오거나, 길이 얼어붙었다면 아쉽지만 선택지는 없다.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건 바람도, 풍경도, 설렘도 없지만 최소한 안전하게 루틴을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겨울엔 루틴을 이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니까. 모두들 겨울에는 더 많이 다치고, 더 자주 포기하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준비하고,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오히려 여름보다 훨씬 개운한 러닝을 경험할 수 있다. 공기는 차고 깨끗하고, 호흡은 가벼워지고, 러닝 뒤 샤워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다.


겨울은 정말 길다.
하지만 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올 땐 또 얼마나 멋진 모습을 보면서 달릴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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