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아침 6시에 일어나면 30분 동안은 잠과 사투하다
이불을 걷어차고 바로 일어난다.
전철도 휙 사람들도 휙 아침시간 점심 저녁 야근까지 시간이 휙 정신 차리면 집 근처 전철역에 도착한다.
무거운 몸뚱이는 한 주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작년에 생일선물로 받은 기프티콘으로 치킨 한 마리를 포장하며 집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간다.
어제 시골에 가신 부모님도 집에 있지 않으시니 전봇대 아래 있어도 새까만 우리 집, 주방에 불을 켜고 집에서 내 위치를 확인해 본다.
형은 친구와 제주도로 4박 5일, 동생은 예비군 훈련을 2박 3일 마루에 있는 창문을 통해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날 마주해도 모른척하며 바로 작업실로 들어간다.
잠까지 자는 이 방을 작업실이라고 부르기엔 시설들이 열악하지만 보랏빛 조명과 빵빵한 사운드가 있으니 작업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오늘은 보랏빛 채도를 조금 연하게 뜨끈한 치킨과 어젯밤에 채널 돌리다 마주한 영화를 구매해 꽉 찬 화면에 몰입을 해본다.
옆집 코 고는 아저씨를 배려해서 스피커는 덜 빵빵하게,
2시간의 러닝 타임이 치킨이 사라지는 속도에 비해 길게 느껴지더라도 시간은 아쉽게 흘러간다.
내가 있는 장소가 아닌 다른 공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게 영화 보기의 장점이 아닐까?
영화의 여운이 맴도는 걸 멈출 수 없기에 여러 리뷰도 확인해 본다.
여러 영상을 보다 감기는 눈은 도저히 막을 수 없어서 환한 집에서 다시 까만 집, 5시간이 지났을까 쉬는 날 알람이 거슬러 휴대폰 전원을 꺼버린다.
다시 눈을 떠보니 오전 11시, 주방으로 가서 시원한 정수기에 물 한입하고 다시 소파로 가서 잠든다.
강렬한 햇빛 대신 동생의 샤워소리에 눈이 번쩍, 오후 세시였다. 아직 더 잘 수 있을 거 같아서 다시 아빠의 이불을 덮고 소파 위에서 잠을 청한다.
두 시간이 지났을까, 쿵 하는 소리에 잠이 깬다.
간혹 소파에서 떨어진 아빠를 보곤 했는데 아빠의 이불이 날 아주 제대로 깨웠다.
꿈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한때 날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지 지금은 없는 사람이 날 쫓아와 사랑했던 시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꿈, 난 판단하는 배심원들 그리고 소리치며 호통되는 그녀 모든 게 어지러웠다.
오후 5시가 지나자 환기를 해야 될 거 같아 동네를 크게 한 바퀴를 돈다. 웃긴 건 이 동네 또한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충분한 장소이기에 눈을 감고 떨어져 본다.
떨어지고 나니 다시 오후 5시,
한동안 덮여놨던 장편 소설책도 몇 페이지 넘겨봐도 5시에서 멀어지지 않는 시간
이제 와서 몸뚱이가 무거워진 이유를 알 거 같아서
소파에서 괜히 떨어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