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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un 08. 2021

시의 탄생


시의 시작은

놀람, 외침, 탄식이었으니

태어나고

죽으며

외마디로 던져졌을 뿐이다


그러므로

한숨을 자아내는

이른 아침 거울 속 부은 얼굴이 시고

끝없이 반복되는 출근길이 시다


종이컵에 담긴 믹스 피가 시고

컴퓨터 모니터에 반짝이는 커서가 시다


점심을 거른 채 걷다 만난

돌계단 틈 사이의 풀꽃이 시고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시다


하루를 견뎌내 맞은 저녁이 시고

홀로 온 밤을 지켜내는 가로등불이 시다


정처 없이 흐르는 마음이 시고

뜻 모를 생의 모호함이 시다


수없이 많은 맺힘으로 가득한 하루, 한 생


순간마다 피어났다 사그라드는

모두가

바로 시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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