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시작은
놀람, 외침, 탄식이었으니
태어나고
죽으며
외마디로 던져졌을 뿐이다
그러므로
한숨을 자아내는
이른 아침 거울 속 부은 얼굴이 시고
끝없이 반복되는 출근길이 시다
종이컵에 담긴 믹스 커피가 시고
컴퓨터 모니터에 반짝이는 커서가 시다
점심을 거른 채 걷다 만난
돌계단 틈 사이의 풀꽃이 시고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시다
하루를 견뎌내 맞은 저녁이 시고
홀로 온 밤을 지켜내는 가로등불이 시다
정처 없이 흐르는 마음이 시고
뜻 모를 생의 모호함이 시다
수없이 많은 맺힘으로 가득한 하루, 한 생
순간마다 피어났다 사그라드는
그 모두가
바로 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