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교육의 '수맥'을 찾다

제3지대 역사교육 Note: 초창기 #5

by 샤를마뉴

2022년 7~8월,

일복이 터진 여름방학이었다.

업무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좋았다. 필자한테 딱 맞는 일이었다.


7월 말~8월 초는 '쓰리잡(Three Job)'을 뛰기까지 했다.

왜 일복이 터졌는지 단번에 이해했으리라 생각된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검토를 보는 것 말고도,

집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두 가지를 더 했다.

그 과정을 얘기하기에 앞서서,

'7월 초'에 있었던 일들을 잠깐 짚어보겠다.


7월 11일, 세 번째 출근 때 먹었던 피자

7월 11일,

이때가 세 번째로 출근한 날이었다.

업무는 여느 때와 똑같았는데, 특별했던 이유라면

피자를 먹었기 때문이다.

'피자를 먹은 게 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원래 공짜 밥이나 간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듯이,

그 날이 그랬던 날이었다.


업무하는 동안에는 말이 없다.

검토 업무 특성상 그렇다.

그런데 피자를 먹는 동안에는 분위기가

약간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좋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콘텐츠들의 존재도

알아가게 되었다.

보통 시험지와 해설지 검토를 주로 하지만,

드문드문 개념서(교과목의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한 교재) 원고도 봤었다.

이는 검토진 모집 공고 기간에 질문을 해서 확인한 내용이기도 했으니

그러려니 했었다.

개념서 원고

개념서도 신기했었다.

어떤 부분이 신기했냐면, '개념의 재구조화'를

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개념서 원고의 사진을 보면,

'서양 중세사', '서양 근세사 2' 이런 식으로

시대구분을 한 게 보일 것이다.

이런 역사 시대구분은

대학 역사 전공 수업에서나 하지,

일반 초중등 역사교육에서는 하지 않는다.


시대를 구분한다는 건,

구분한 시대만을 틀로 정해놓고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 있다.

그래서 대학 역사 전공 수업에서 이같은 방식을 따른다.


그런데 그걸 수능 역사 개념서에 적용한 게 신기했었다.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서양사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도 많기 때문에, 쪼개주는 절차가 필요하다.

쪼개주는 절차 중 하나가 '시대 구분', '흐름 이해'일 것이다.

중등 역사교육에서 채택하는 시대 구분도 해봤자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이렇게일 텐데

개념서에는 '근세'로 시대구분을 한 게 신기했다.


물론 개념서상의 시대구분은

실제 역사학계에서의 시대구분과 딱 들어맞진 않는다.

개념의 재구조화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것일 테다.

근세라는 시대구분이 나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지식을 얻었다.

공교육 밖의 교재, 그러니까 제3지대 교육에서 쓰고

제2지대 교육인 사교육에서 공급하는 교재는

'거기에서만 통용되는' 몇몇 원칙이 적용됐음을 확인했다.


7월 검토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제 어떻게 일복이 터졌는지를 설명하겠다.

사무실에 와서 검토하는 콘텐츠들은 '내부용 콘텐츠'이다.

즉, 재수학원에 등록한 학생들에게만 제공되는 콘텐츠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 팀을 알게 된 계기는 '외부용 콘텐츠',

공개적으로 출판되는 교재의 존재를 알면서였다.

이 외부용 콘텐츠도 검토하게 되면서 바빠졌다.


동시에 설레기도 했다.

이걸 검토하고, 교재가 출판되면

이름이 적힌다는 사실이 필자를 설레게 했다.

원했던 것을 직접 이루게 되는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출판 교재 검토 업무는 사무실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검토할 원고를 받고, 집에서 알아서 검토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이미 겨울방학 때 했던 검토 업무 때도 경험해봤기에

그리 낯설지 않았다.

다만, 재택 업무 방식을 이 팀에서도 채택하는 걸 아니

제3지대 교육 업무 방식이 '보편성'이 있다는 걸 실감하였다.


'금액 산정 방식'은 겨울방학 검토 업무를 재택으로 했을 때와 차이점이 있었다.

겨울방학 검토 업무는 '시급'으로 급여가 정해졌다.

이 팀의 내부용 콘텐츠 검토 업무(오프라인) 역시 시급으로 급여가 정해졌다.

그런데 출판 교재 검토 업무(재택)의 급여가 정해지는 방식은

필자 인생에서 처음 본 방식이었다.

일단 업무를 다 하고, 업무 결과의 질에 따라 급여를 정했다.

잘하면 최대치의 급여를 받고, 못하면 그보다 못한 급여를 받는 것이다.

묘하게 경쟁 심리를 자극했다.


정리하면, 출판 교재 검토 업무의 금액 산정 방식은 '건당 금액 지급'이다.

업무를 '한 건'으로 간주한 뒤, 금액을 정해주는 방식이다.

'돈을 이런 식으로도 주는구나'라는 또 하나의 지식을 얻었다.


필자 이름이 처음으로 들어간 출판 교재는 N제였다.

N제는 문제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학에서 N은 임의의 자연수로 정의한다.

그것이 문제 앞에서 붙였다는 건, 교재에 문제를 임의로 많이 실었다는 뜻이다.

'풍부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문제들을 수록해주니 스스로 연습하라는

사교육식 교재이다.


그 N제를 3주에 걸쳐 집에서 검토했다.

총 100문제였는데, 40문제/30문제/20문제로 나눠서 검토했다.

(나머지 10문제는 사무실에서 검토했다.)

문제들에 대한 해설은 덤이다.

'겨우 100문제를 3주에 걸쳐서 한다고?'라고 생각할 걸로 예상되는데,

쉬운 난도의 100문제였다면 '일복이 터졌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난도 N제 원고

지금은 표현하기 조심스러운 킬러 문제,

순화해서(?) 고난도 문제만을 모아둔 100문제였다.

수험생이 시험을 두려워하는 주요한 원인이

손도 못 댈 어려운 문제가 나오는 것일 테다.

술술 시험을 풀다가 이런 문제들로 턱 막히고,

결과적으로 틀려버리면 슬픈 일이다.

모두가 수험생 때 그런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괴랄한 문제가 나와도 다 씹어먹게

해주는' 사교육식 기획의 산물이

바로 고난도 문제만을 모아둔 N제였다.


풀면서 '수능 역사에서 이런 문제들이 나올까?'

'어떤 생각을 해야 괴랄한 문제들을 만들지?'라는 생각을 했다.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든, 만점을 받았든

그런 게 다 무색해지는 '고통'이었다.

채점을 하면 비가 내리기도 했다.


그래도 검토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필자가 수험생 때 이런 콘텐츠가 있었다면

정말 도움 많이 됐겠다.'였다.

검토진도 나름 '실력자'이니 그 반열에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고난도 N제는 검토진이든 일반 학생이든 똑같이 문제를 틀릴 정도로

난도가 극악이니, 문제를 풀어보는 동안에는 다시 수험생이 된 것 같았다.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검토진 체면이 있는데, 하나라도 문제를 더 맞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고난도 문제들을 풀었던 기억이 난다.


검토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도 겨울방학 때와 똑같았다.

다만, 이 팀에서는 따로 형식을 정한 검토 폼같은 걸 주진 않았다.

그냥 한글 파일에 충실히 정리해서 팀장님 메일로 보냈다.

이렇게 투잡을 했다.

병합2.jpg 필자가 쓴 고난도 N제 검토 내용의 일부(왼쪽은 첫째 주, 오른쪽 위는 둘째 주, 오른쪽 아래는 셋째 주에 검토한 내용), 문제에 대한 심상, 개선하면 좋을 점 등을 기록했다.

N제 제작 과정을 다룬, 후속 글 바로 가기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51


그렇다면 투잡에서 쓰리잡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이야기를 간략히 해보겠다.


언제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검토진 톡방을 관리하는 분이

학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과목 Q&A 조교'를

검토진 중에서 받는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그래서 '기회가 될 수 있는 경험은 뭐든 해보자.'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7월 3째주(평일 기준: 2022.7.11~7.15)쯤에

출근했을 때, 팀장님이 회의실로 슬쩍 불러서 말씀하시기를,

당초 온라인 과목 Q&A 조교를 받는 것이었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일을 주선해줄 테니 병행해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했던 일은

사무실에서 하는 검토 업무와 유사한데,

100% 재택 업무 방식으로 하는 일이었다.

이 정도까지만 언급하겠다.

그 이유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체결한 계약서에

엄격한 '비밀 유지 의무'가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물 자료도 따로 첨부하지 않는다.

이 점은 양해 바란다.


결과적으로, 팀장님의 힘을 빌려 더 이익을 보았던 일이다.

거물, 권력이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필자는 '스스로의 실력으로 승부보는 걸 중시하는'

사람임을 분명히 밝힌다.

이렇게 쓰리잡을 행했다.


'일복이 터진다'가 좋은지 나쁜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적당히만 일하고 싶은 사람,

주어진 일만 한다는 사람에게는 악재이다.

반면, 성장하는 사람에게는 호재이다.


이 시기의 필자는

제3지대 교육에 대해 열렬한 관심을 가졌고,

더 큰 기회를 좇고 싶었다.


물고기도 큰물에서 노는 게 좋다고 한다.

7월부터 '큰물 제3지대 교육 조직'의 검토진으로 소속되어

사무실에 출근해 정기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또 집에서 따로 시간을 내 출판 교재 검토를 보고,

이와 비슷한 형태의 100% 재택 업무를 병행한 '일복이 터진 경험'은

필자가 제3지대 교육이라는 세계에 발판을 다지고 성장하는

정말로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 즈음부터 제3지대 교육에 우연히, 경험삼아, 단발적으로

몸을 담궈보는 '초창기'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

'1차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1차'란 말을 붙인 이유는 안정기가 그리 오래 가지 않고

이내 '전환기'로 변했기 때문이다.


다음 장부터 전환기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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