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교육의 밀물: 새로운 사람, 뻗어나간 생각

제3지대 역사교육 Note: 짧은 절정기 #1

by 샤를마뉴

계속해서 2024년,

필자는 신입의 막내살이를 끝내고

새로운 신입을 맞이하는 위치가 되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엊그제만 해도 신입이었는데,

이제는 신입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치 대학 새내기가 헌내기된 기분이었다.


이 장에서는

신입 선발 과정, 신입을 보며 든 필자의 생각을

얘기해보겠다.

이 두 가지만 얘기해도 할 말이 많다.

다음 장에서도 신입과 관련된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을 풀 생각이다.


신입 모집은 간절한 것이었다.

부족한 인원으로 그 많은 업무를

감내할 수 없었다.


2022년 연말~2023년 연초에 그랬던 것처럼,

공개 집필진 모집 공고를 올렸다.

필자도 그 공고를 보고 지원했었는데,

이제는 그 공고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필자의 공개 집필진 모집 공고 지원 과정은 아래 링크의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39


역시 경쟁이 치열했다.

필자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지원자가 많았다.

서류 합격자를 추리고,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자를 추리는 데

한 달 못되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확실한 건 필자가 집필진 모집 공고에

지원했을 때보다는

나름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그때까지 필자는 신입의 위치였기 때문에

집필진 선발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서류평가는 팀장님과 부팀장님이 하셨고,

면접은 팀장님과 부팀장님에 더해

선임 집필진 분들이 돌아가면서 하셨는데,

필자는 그 두 과정 모두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도 집필진 선발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정보는 알아갈 수 있었다.

그 정보들을 들으면서

'아, 다른 기업도 채용을 이렇게 하겠구나'라고

넌지시 감을 잡았다.


크게 두 가지의 정보를 알았다.

신입 선발 후 어떻게 팀에 합류하게 되는지,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았다.


모집 공고를 올리기 약 두 달 전쯤,

즉 2023년 10월 무렵에

팀장님이 신입을 선발해도

곧바로 정식 팀원으로 합류시키지는

않을 거라는 언급을 하셨다.


그 언급은 현실이 되었는데,

2024년에 선발된 신입들은

'인턴'으로 분류해서 교육한 뒤

정식 팀원으로 합류할 만한지

다시 한 번 평가받았다.


그 평가에서 '승인'이 나야

비로소 정식 팀원으로 합류해서,

또 교육을 받게 되었다.

즉, '인턴 전용 맛보기 교육'과

'정식 팀원 합류를 위한 풀버전 교육'으로

나누어 놓은 셈이다.


그래서 필자 때와는 달리,

작년의 신입들이 업무에 투입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들은 5월이 되어서야 실무의 첫 발을 뗐다.

그 전까지는 신입의 존재는 알았지만,

기존 집필진끼리 업무를 처리했었다.


이렇게 신입 육성 방식이 변화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좋지 못한 선례'의 영향이다.

필자가 듣기로는

예전에 어떤 신입이 선발된 뒤

교육을 다 받고 업무에 투입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뒀다고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다.


팀장님도 이 선례를 언급하시면서,

신입을 곧바로 정식 팀원에 합류시키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결과가 '인턴 단계'의 신설이다.


다른 하나는, 영세한 학원이 아닌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이 팀이 꾸려지던 초창기에는

집필 업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뽑아서 썼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의 특징은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리고 한 번 뽑으면 다시 뽑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어떤 모집 공고에서

'상시 채용'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왜 그 조건이 붙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계속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생긴다는 뜻이다.


필자가 소속된 학원도 중견기업이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대기업에 준하는 원동력이 있다.

다만, 학원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겉은 세련된 기업임을 표방하지만,

속은 '학원스러운' 측면이 많이 남아있다.


성장세에 비해 기업다운 문화의 구축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단점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점은 차츰 개선되는 중이다.


필자가 속했던 팀도 성장세는 가파랐지만,

성장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문턱이 높았다.

그것이 인사상의 잦은 변동을 불러온 요인이기도 했다.

좋지 않은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분명히 변화는 필요했다.


팀장님은 기업에서 채용 때 선발한 사람들을

인턴 단계를 거쳐 정식 사원으로 임명하는 과정이

일반화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선언하셨다.


이게 교두보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신입 육성 방식의 변화를 기점으로

업무 프로세스도 정비되고,

과중한 업무 부담도 차츰 줄어들게 되었다.

면접 평가를 위한 질문지

한편, 면접 진행에 대한 정보도 알았다.

팀장님이 면접 평가를 위한 질문지를 나눠주시고

추가했으면 하는 질문, 뺐으면 하는 질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질문지의 내용을 보니,

필자가 집필진 선발 면접을 봤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전에 짜여진 질문을 바탕으로

면접이 진행됐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정보를 알게 되면서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더 절실하게 느꼈다.


그때 신입을 4명 뽑았는데,

놀랐던 점은 신입 모두가

'업무와 유관한 전공'을 하지 않았다.

역사교육과나 사학과에 재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원자 서류들을 슬쩍 봤을 때

사학과에 재학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은 서류평가에서 불합격됐는지

면접에서 불합격됐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팀의 일원이 되지 못했다.


어떤 교과목에 대한 교재를 집필할 때,

특히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는

확실히 그 교과목과 관련한 지식을 갖는 게 유리하다.

아는 지식이 많을수록, 써먹을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팀도

역사교육과, 사학과에 재학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필자 역시 그런 사람이었고,

공개적으로 집필진을 모집했을 때

마지막으로 선발된 '업무 유관 전공자'가 되었다.


이제 수능 역사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내후년이면 수능에서 역사 교과목은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적당히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갈아탈 준비를 해야 된다.

그래서 올해 신입 집필진은 비공개로 모집 및 선발을 했고,

내년에는 아예 선발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씁쓸하다.

역사 전공자가 숨틀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창구가 없어졌기에.


'곧 없어질 과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물려,

역사 관련 비전공자도 수험용 역사 교재를 집필하는 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역사의 대중화, 역사의 공공화'와 관련한 문제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공부할수록 함구한다.

역사는 그만큼 방대하고,

모르는 것도 많고

사실로 여겨지는 것도 언제든지

거짓말이 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의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15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25


학계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주장을 하는 순간

날카로운 반박이 이어진다.


이처럼 역사는

말하기 조심스러워지는 대상이다.


교육의 영역에서는 '가르치는 행위'가 있으므로,

역사를 교육하려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교육에서 역사를 다루는 방식은

학계에서 역사를 다루는 방식과 결이 다르다.


역사는 해석의 학문이다.

어떤 사람이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학설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사는 카멜레온처럼

여러 색깔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역사를 두고

'하나의 모습만 있어.'

'이 사실은 100% 분명한 거야!'라고

주장하는 건 어폐가 있다.


따라서 역사를 교육할 때는

'공격'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역사에서 색채를 뺀

'교과서적 사실'이라는 무미건조한 덩어리를

교육적 공법을 적용해 소화하기 쉽게 쪼갠다.


학문 그리고 교육에서

역사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해석되고 이용된다.

역사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셈이다.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교육은

'역사'라는 같은 요소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자에게는 학술이 생명인데,

역사교육에서의 역사는 학술과 거리가 멀다.

어쩌면 '애들 장난'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역사에는 일종의 계급이 생겼다.

제대로 된 역사, 즉 학술적 성격의 역사는

역사학자만이 다루는 영역으로 공고해졌다.

이 영역에 비전공자가 발을 들이고 목소리를 내려 하면

'네가 뭘 알아?'하고 매도하기 쉬워졌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는

학술적 성격의 역사를 현학적인 대상으로 인식하여

접근하려 하지도 않고, 관심도 두지 않기 마련이다.

반면, 대중의 시각에서 쉽게 이야기로 풀이하는

역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인문학의 위기가

정말 인문학 '전반'의 위기일까?

인문학을 '대중에 맞게 풀이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호황인데 말이다.


인문학의 위기를 정확히 정의하면,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 대중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해서

생계를 모색할 길을 찾기 어려운 것이겠다.


필자가 속했던 팀도

학계의 시선에서 보면

'그저 수험용 역사 교재를 만드는 게 뭐가 대단하다고?'라며

비아냥댈지도 모르겠다.

맞다. 학술과는 거리가 먼 조직이다.


그렇지만 그런 교재를 만들기 위해

학술도 적절히 활용하고,

열악한 역사교육 인프라 속에서

역사 교과목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학습 방법론을 제공한다면

그게 공익적으로는 더 좋지 않을까?

억대 수익은 덤이다.


학문으로서의 역사는 중요히 여기면서,

우리나라 사회에서

박하디도 박한 역사에 대한 대우를

개선하는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뜻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무력해지는 문제를 대물림하는 행위이다.


왜 사학과에 진학해도

대다수의 학생이 복수전공의 길로 빠지겠는가?

사학과가 현실에서 무력하다는 증거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사회라는 무대에 당당히 서고 활약하려면

대중이 역사를 '좋게, 유용하게' 인식하는

풍토가 깔리는 게 필요하다.

교육은 그 풍토를 국소적이지 않고,

보편적이게 만드는 관건이다.


따라서 역사 전공자도

교육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게

역사의 대중화, 역사의 공공화를 모색하는

현 시대의 흐름에도 걸맞고

역사학계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전공자도 수험용 역사 교재를 집필하겠다고

끼어드는 판국인데,

정작 역사 전공자들은 이에 무관심하니

탄식이 나왔다.


이건 개개인을 탓할 문제가 아니고

인문학계의 고질적 문제이다.

내후년에는 학생들이 한국사 이외의 역사를 배울 이유가 없어졌다.

그 영향이 대학 역사교육과, 사학과에도 파급될 것이다.

필자는 역사가 현실에서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교육에 뛰어든 사람이다.


사실 필자는 신입들하고 많은 협업을 하진 못했다.

신입들이 실무에 투입된 2024년 5월은

필자가 집필진에서 물러나기 불과 3개월 전의 시점이었다.


신입들의 업무 결과물을 보면서

'표준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수준은 됐지만,

'전문적이다'라고 하기엔 아쉬운 지점이 있음을 느꼈다.

물론 신입 때의 필자 역시 그랬다.

다만, 비전공자가 갖는 한계가 존재했었는데

다음 장에서 얘기할 예정이다.


신입이 생기면서

필자는 팀에서 중간 위치로 올라가게 되었다.

중간 위치에 올라온 만큼의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신입을 끌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것은 제3지대 교육의 중심에

'안착'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버텨온 시간 그리고 노력이 만든 결과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 장에서 얘기하지 못한 부분을 마저 짚고

다른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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