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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Nov 26. 2018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한국은 시기상조인 이유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2019년 하반기 혹은 2020년부터 부동산 시장은 '폭락'이 아닌 '조정'일 것이라는 점을 지난 포스팅을 통해 전달한 바 있는데요, 오늘은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맞이설' 또한 신중한 접근과 판단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현재 모습이 당시의 일본 부동산 시장과 겉모습이 유사해 보일지는 몰라도, 부동산 거품 정도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법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일본의 경제 활황,
그리고 급격한 화폐 가치 절상

1985년 9월 22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 등 G5가 합의한 이 플라자합의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시작점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플라자합의 이후 1~2년 사이 엔/달러 환율은 1달러 당 250엔 수준에서 150엔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10년 후인 1995년에는 100엔대로 떨어졌습니다.

엔화 절상은 강제적 조치였습니다 (출처: 뉴스핌)

미국을 제외한 특정 국가의 화폐가치가 단기간에 급상승하면, 당장 수출을 통해 성장한 구조를 가진 국가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급격한 엔화 절상이 이뤄지면서 1985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6% 대에서 2% 대로 주저앉습니다. 불황 조짐이 보이자, 1~2년 만에 5% 수준이었던 금리를 2.5% 수준으로 급격히 내립니다. 저금리 기조는 어떤 현상을 불러올까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가 겪었던 상황처럼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가 1997년 IMF 때 1달러에 1,000원을 돌파하더니 1년 새 2,000원을 돌파한 적이 있습니다. 상황은 반대지만, 그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있었던 일본입니다. 주식과 부동산 등에 미친 듯이 자금이 몰렸고, 그중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돼 엄청난 버블을 불러왔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불황을 극복하고자 저금리 정책을 쓴 부분은 우리나라와 닮았습니다.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과 주식에 자금이 몰린 것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당시 일본은 경제 활황기였고 개인과 기업의 자금 유동성 수준은 최근 우리나라와 상황이 달랐습니다. 플라자합의로 인한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 이로 인한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급격한 자금 이동. 이미 다수의 자료가 구글에 떠돌아다니겠지만, 당시 일본의 버블 수준에 우리나라 부동산 시세는 미치지 못합니다.

 

주택 버블이 극심했던 일본의 주택지가지수 그래프 (출처: 한국은행)


당황한 일본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

엄청난 부동산 시세 상승에 당황한 당시 일본은행은 1989년부터 1년간 금리를 3.5% 올려버립니다. 2.5%로 낮췄던 금리가 갑자기 6%가 된 것입니다. 당시 급격한 금리 인상 부담으로 부동산에 무리해 투자한 개인과 기업의 파산이 이어졌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일본의 선례도 한몫하고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컨트롤 능력이 더 중시되는데, 일본처럼 부동산 잡자고 금리를 올리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는 비금융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과 연관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버블을 잡으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질적 가계부채 개선을 요구한 중앙정부가 있어, 금융 기관에서 이를 해할 수 있는 정책을 독단적으로 전개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시세 상승률 등을 기준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연관 짓는 의견들이 있던데, 전개되는 상황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히려 버블에 대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처 과정이 어떤지 함께 고려해야 좀 더 나은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규 주택 공급 숨 고르기,
일본과 다른 한국의 대처

당시 일본은 금리 인상과 함께 신규 주택 공급을 급하게 늘렸는데, 이 정책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트렌드와 맞물려 주택 가격을 하락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3기 신도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공급 물량 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습니다. 당시 일본의 상황처럼 신규 물량을 증가시키는 추세를 따라가고 있지 않는 것이지요.


한국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트렌드에 맞춰 부동산 시세가 조정받아 장기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지탱될 수 있는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자연스럽게 주택 시세를 조정하는 것이 이상적 (출처: 한국경제)


우리 정부는 가격 하락 아닌
입지별 균형 시세 형성이 목적

그동안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서 어떤 정책에서도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겠다는 말은 듣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가격을 잡겠다', '다주택자가 상승을 부추겼다' 등의 표현은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시세를 균형 있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느꼈습니다.


언급했듯 한국인의 비금융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시세가 대폭 '하락'하는 국면은 정부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폭락은 경제 전반에 좋을 영향을 미칠 곳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비이성적으로 급격하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의 정상화를 목표로, 지역 간 균형 발전과 고른 시세 형성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 하락 전조 현상은 정부 정책에 기대기보단 분양 시장의 분위기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특이점으로 '분양'을 꼽을 수 있는데, 정말 부동산 열기가 식을 땐 분양 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옵니다. 추후 서울 및 수도권 분양 물량을 봐서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고 있다고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정말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웃을 수 있는 사람 몇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이 도래할 텐데요, 부동산 시세 폭등에만 초점을 맞춰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보다 정부의 상황 컨트롤 능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두고 판단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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