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일
사람들은 서로가 좋을 때 연애한다. 연애할 때는 거의 매일 만난다. 그러다 떨어져 있는 잠깐의 시간도 견딜 수 없을 때 결혼한다. 나는 네 엄마랑 1년이 조금 넘게 연애하고 결혼했다. 연애할 때 재밌었다. 비슷한 점을 발견할 때 좋았고 다른 점을 발견할 때 도전 의식이 생겼다. 장애물 경주의 출발선에 선 육상 선수처럼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넘어 달릴 것을 생각하면서 설렜다. 사람들은 그런 두근거림으로 연애한다. 두근거림의 정점에서 네 엄마와 나는 결혼했고 너는 우리 연애의 결과다.
너의 엄마는 잘 걸었다. 나는 운전이 싫어서 네 엄마랑 데이트할 때 주로 걸었는데 너의 엄마는 싫은 소리 없이 웃으면서 걸었다. 그것이 예뻤다. 많은 곳을 걸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나와 네 엄마의 발끝이 닿아있다. 나랑 네 엄마는 사내 커플이다. 하라는 일도 열심히 하고 연애도 한 사람들이다. 네 엄마가 앉아 있는 사무실에 가서 내가 추파를 던졌고 네 엄마는 내 추파를 못 이기는 척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싫지 않은 내색이었다. 내가 야근하는 날 네 엄마는 회사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나를 기다렸다. 그날 나는 화장실에 가는 척 사무실에서 나와 도서관에 있는 네 엄마에게 인사했다. 네 엄마는 조용히 웃었다. 언제 끝냐나고 묻지 않았다. 네 엄마가 늦는 날엔 내가 기다렸다가 라면을 사줬다. 모락모락 면발 위로 피어 오른 하얀 김 뒤 네 엄마 얼굴은 더 하앴다. 후루룩후루룩.
네가 연애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결혼식 때 네 외할아버지께서 내게 보낸 눈빛을 이제 이해한다. 하지만 너도 언젠가는 연애를 할 것이고 나는 너의 연애가 찬란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너의 연애가 아름다운 결실을 맺길 기원한다. 연애에는 모범답안이 없기 때문에 나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간절한 마음으로 전지전능한 누군가에게 기도할 뿐이다. 네가 부디 멋진 연애를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