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가을에 온다.

2021년 9월 1일

by Charlie Sung

네가 가을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건 봄이었다. 남쪽 마을에서는 벚꽃이 피었고 너는 우리에게 오고 있었다. 초음파로 겨우 형태만 알아볼 수 있는 너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내가 내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아빠로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 말을 들어 설피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네 심장 소리를 들었던 날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살구만 한 몸속 너의 심장이 우렁차게 뛰는 소리를 듣고 내 눈물샘이 열렸다. 그리고 내 마음도 함께 열렸다. 나는 너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졌다. 넌 아빠를 선택한 적이 없으니 다소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잘 보이고 싶다. 며칠 전에 너희 엄마가 아팠다. '오빠, 우리 병원에 가야 해'라고 엄마가 말했을 때 나는 손에 쥐이는 대로 옷을 입었는데 나중에 보니 남대문이 열려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 나는 너보다 엄마 걱정을 먼저 했다. 네가 이 글을 읽을 날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직 태어나기 전인 너보다 내 아내인 너희 엄마가 내겐 더 중요하다. 너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알게 될 거다.


가을에 네가 온다는 소식을 너의 엄마와 손을 잡고 들었다. 가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가을이 좋다기보다 가을에 입는 트렌치코트가 좋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내 모습이 평소보다 더 근사하기 때문이다. 가을에 네가 오면 나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너랑 인사하고 싶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차림을 하고 너를 맞이하고 싶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내 품에 쏙 안긴 너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이미 근사하다. 네가 '내 아빠 멋있어'라고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매달 너를 보러 병원에 간다. 매달 너의 심장 소리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매일 엄마 배에 손을 얹고 너의 발길질을 느낀다. 너는 이미 많이 온 것 같다.


네가 가을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건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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