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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샬롯H Oct 12. 2022

제 이름은 부르기 어렵지 않습니다만

 

작년 , 발레에 대한 열정이 극에 달했던 나는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저녁 시간에만 여유가 나서 다른 학원에서 3 정도 목요일 저녁 발레를 수강했었다. 스튜디오가 많이 낡았지만, 초급 수업임에도  난이도 있는 동작들을 배울 수 있어 나름대로 즐겁게 수업을 들었다.


문제는 선생님이 내 이름을 자꾸 잘못 부른다는 것이었다. 내 이름엔 '민(min)'이란 글자가 들어가 있는데 영어식 발음과는 달리 프랑스어에서는 'in'이 비모음 '앙'으로 발음된다. 수업 첫 시간엔 통성명을 해서 틀리지 않고 잘 불렀지만, 선생님은 그다음 주부터는 내내 내 이름 부를 때 '망'으로 발음했다.


스타벅스에서도 고통은 계속되었다. 한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주문 시 이름을 컵에 적고, 음료가 준비되면 이름을 불러준다. 나는 내 이름이 어려울 것 같아 '민'으로 불러준 적이 있다. 혹시 몰라서 '엠. 이. 엔(M.I.N)이에요'라고 힘줘서 말했는데도 무슨 일인지 나중에 음료를 받아보니 내 이름이 '님(NIM)'으로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프랑스에서 동양인으로 산다는 것은 한 마디로 소수민족으로 사는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인에게 아직 한국어의 억양, 발음은 너무도 이국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워낙 다민족 다문화로 구성된 국가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비교적 다양한 이름을 부르게 되고, 이름이 조금 어려워도 외우는 것이 예의이며, 따라서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것을 지적하는 경우, '미안해요(Pardon)'이라고 사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생으로 나보다 나이는 훨씬 어리지만 툴루즈에서 사귀게 된 친구 한 명이 있는데, 그녀는 모로코계 프랑스인으로 이름이 '이맨'이다. 이름 스펠링이 'Iman'이라 프랑스 사람들이 '이만' 또는 '이멍' 등 잘못 발음할 때가 많고, 학교에서 자기 이름을 틀리게 발음하는 교수나 동급생들에게 매번 '제 이름은 이맨이에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때로는 성이 앞에 표기될 때도 있고, 뒤에 올 때도 있어서 그런지 내 이름을 성인 줄 알고 말한다거나, 성을 이름인 줄 알고 말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지인이나 친구로 갖고 있는 수준으로 흔해서, 이름을 다시 말해줄 일은 거의 없이 살았지만 외국이라도 모음이라곤 'i(이)'소리만 들어간 이름이라 '걱정 없겠지' 했는데 이렇게 고통받을 줄을 누가 알았을까?


그럼에도 나는 이맨처럼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사람에게 매번 '제 성은 그렇게 읽는 게 아닌데요' 또는 '제 이름을 잘못 말하셨어요'라고 말을 끊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내향적인 성격 탓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내 이름이 그들에게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굳이 재확인하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기도 하다.


처음 발레 수업에서 와테투를 만났을 때는 우리는 모두 그녀를 에디트(Édith)로 불렀다. 하지만 점차 발레 수업을 듣는 우리끼리 점차 친해지면서 그녀는 공식 서류에는 그 이름을 주로 사용하지만 실제로 친한 친구들은 케냐식 이름인 와테투(Watetu)라는 이름 또는 그로부터 온 애칭인 테슈(Tesh)로 부른다고 알려주었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그럼 당연히 와테투라고 불러야지!'라고 합창하듯 대답했고 몇 주에 걸쳐서 그녀를 에디트로 부르는 것을 그만두고 와테투로 부르는 습관을 들였다.


흔해서 어릴 땐 많이 미워했던 내 이름이 이곳에서 그렇게나 이국적이라면 좀 더 특별대우를 해주고 싶다. 조금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나마 내 이름을 틀리게 말하는 사람을 마주하여 좀 더 당당히 말할 용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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