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나: 5화] 당근마켓 매너온도 59.9℃

by 챠밍맘Charming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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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육아용품을 준비했다. 기저귀, 아기욕조, 수유쿠션, 타이니모빌 등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았고, 그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당근마켓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간 날 때마다 키워드 검색하고, 알림 설정해 두고, 괜찮은 물건이 올라오면 재빠르게 연락했다. 특히, 타이니모빌을 구매하기가 어려웠는데, 저렴하게 올라온 걸 10초 만에 놓친 적도 있었다. 몇 천 원 아끼려고 왕복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둘 필요한 것들을 채워갔다.





이건 어디서 샀어?


아기가 집에 오고 준비해 놨던 육아용품들을 하나씩 꺼내 쓰기 시작했다. 남편은 종종 내게 "이건 어디서 샀어?"라고 묻곤 했다. "이것도 당근, 저것도 당근, 저건 친구가 준 거...". 만삭의 몸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당근거래했던 물건들, 친구들에게 얻어온 물건들을 잘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괜스레 뿌듯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알뜰하게 잘 해낸 것 같았다.






육아는 사랑으로 시작되지만
현실은 숫자로 채워진다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 당근마켓 어플을 들어가던 어느 날, 상태가 괜찮은 아기책장이 '나눔'으로 올라왔다. 나는 재빠르게 연락했고 책장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신나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말했더니 "꼭 비 오는 날 가야 해? 그렇게 중요한 거 아니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남편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내가 애써 외면해 왔던 내 감정을 건드렸다.




‘천 원, 이천 원에 이렇게까지 목매야 하나… 뭔가 구질구질해지는 것 같아’. 물론 아낀 돈은 분명 가계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 몇 천 원이라도 더 아끼기 위한 과정에서 느낀 씁쓸함도 있었다. 내가 애써 외면했을 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길인데, 왠지 초라한 기분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준비하고 싶다’는 마음, ‘내 아이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데’라는 바람, 그리고 ‘그럴 수 없는 현실’이 겹쳐서 그런 감정을 만들어졌던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나는 수입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물건 하나 살 때마다 ‘이걸 꼭 사야 하나’ 머릿속에서는 셈이 시작된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보려 애쓰는 나를 보며, 어느 순간 마음속에선 나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그렇게 산다


갑자기 나 자신이 초라해져서 눈물이 났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건 다 똑같아". 초라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건, 어쩌면 내 자존감이 낮아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천 원, 오천 원, 만 원 아끼는 그 행동 자체가 초라한 것이 아니라, 그걸 초라하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의 기준이 나를 힘들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이제는 당근마켓 들어가는 내 손길에 주저함이 없다. 천 원 아끼는 거? 내 특기다. 이젠 초라한 게 아니라, 현명한 소비자로 나를 바라본다. 누군가가 내게 "그거 어디서 샀어?"라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당. 근. 이. 지~!"라고 말할 테야!




낯설지만 따뜻한 하루들.

엄마가 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씁니다.

육아와 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엄마가 된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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