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넌 니가 말한 대로 하니까 되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되더군요. 그래서 부자 되었냐고 물으시면 아니오 라는 대답이겠습니다만, 다만 얻은 것이 있다면 제 투자 방식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겠네요. 지난 챕터 초반에 제가 가진 유동가능 자산은 해외주식 한 줌이라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사실 그전에는 한국 배당주에 주로 투자했었고, 그 결과는 ‘손해는 안봄’으로 마무리했었습니다. 그래서 가진 유동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 주식으로 옮기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애플 액면분할 전이니 2020년이 시작될 때 모두 옮겼습니다.
그래서 뭐 얼마나 먹었니?라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해야겠군요. 여러분들이 해외주식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주식 양도소득세 일 겁니다. 250만 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게 되면 이익금의 20%를 내야 한다는 거죠. 네. 저는 이 해외주식을 팔게 되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투자 금액과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렇게 울부짖었던 덩치 큰 자산에 대부분을 넣었습니다. 지수 추종이죠. 그러니 공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투자 인사이트 같은 것도 없고요. 유명하잖아요, QQQ, SPY, VOO, SPLG, DIA 등등..
그리고 저는 1년에 10번 미만으로 거래합니다. 파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로지 매수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지성입니다. 내가 투자한 주식이 무조건 오를 것이다? 글쎄요 그렇다기보다는 내릴 때도 같이 가겠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저는 지잡대 문과 출신이라 머리가 그렇게 빠르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야수적인 감각이나 동체시력도 없고요. 다만 신중하게 고를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다 보니 제가 날카로운 어떤 국제 정세를 읽고 미국의 경제 성장 동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캐치한 결과라기보다는, 글쎄요. 운이 좋았죠.
이야~~ 니 똥 참 굵네. 그래서 니가 투자한 건 다 잘되었다 이거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지수추종이 아닌 개별 주식 2개 중 하나는 -38%, 나머지 하나는 -47%입니다.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제 나름대로 정상화시켰다지만 중간에 투자했었던 스타벅스도, 델타항공도, 그렇게 좋은 결과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상하죠? 두 주식 다 코로나 이후 제법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저는 손해만 봤다니요. 다만, 그 친구들은 이제 전부 다 지수추종 ETF의 그림자로 들어갔으니, 결과적으로는 괜찮습니다.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하고 난 3년 뒤쯤 저도 깨닫게 된 거죠. 아. 나는 시장보다 멍청하구나. 시장이 시키는 대로 하자. 시장이 죽으면 죽는 거고, 살면 같이 살자. 다만, 투자 과정에서 실패하는 일이 생기면 잘되는 쪽으로 몰아주자. 그게 전부였죠.
그래서 깨닫게 된 이후로 제 딸의 주식계좌는 아예 단 하나의 지수추종을 목표로 돈을 넣고 있습니다. 간간히 받는 세뱃돈, 한 달 쓰고 남은 제 용돈 몇만 원 뭐 이런 거 모아서 싹 다 넣는 중이죠. 그리고 그 결과는 제 주식계좌보다도 나이가 적은 제 딸의 수익률이 저보다 높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저보다 부자가 될게 확실해 보입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이거 좋은 기업인가 보다 하고 덤벼들었다가 손해를 본 저따위와는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중입니다. 늙으면 엣헴 하고 큰소리 좀 치면서 용돈 좀 달라고 해야 될 판입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은 이익을 보고 있지만, 미국 상황이 안 좋아지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됩니다. 지금은 이익을 보고 있다지만 실현하지 않았으니 질투 내실 필요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이익을 실현한다는 건 미국과 상관없이 제가 돈이 필요해서 처분한다는 뜻이니 오히려 그쪽이 저에게는 더 좋지 않은 일이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이 계속 좋다는 걸 제가 어떻게 장담합니까? 내일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요. 미국이 안 좋아지면 저도 손해를 보겠죠. 그게 제 선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