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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의 하루 Oct 21. 2023

암 환자의 단골질문

제가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만

4년 전에 암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고 커밍아웃을 했다. 단골 질문이 이어진다.


"완치되었나요?"


'당신이 말씀하는 완치는 무엇입니까'는 말을 건네고 싶지만 참는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것만큼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일이 없다. 잠시 머뭇거리다 '추적관찰하며 지켜보고 있어요' 정도로 답을 건넨다. 기대한 반응이 아니었는지 그다음 대화는 이어지지 못하고 만다. 복직했을 무렵 비슷한 질문을 거의 매일 받았다. 그때마다 진심으로 궁금했다. 당신이 말하는 완치란 어떤 의미일까몸 안에 암세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CT 상으로 깨끗하냐는 질문인가. 면역 체계가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 상태일까. 아니면 항암이나 방사선 같은 표준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인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냐는 질문일까. 아니면 의사의 소견서에 적힌 단어를 의미하는 것일까.


'완치'란 단어를 두고 참 민감하게도 반응한다 싶은가? 상대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해야 제대로 답할 수 있다고, 단어의 의미부터 명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하지만 실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반짝이는 두려움 때문이다. '나도 완치될 수 있을까' 조심스러운 마음, 때로는 의문스러운 마음이 든다. 소위 2차 병원 이상에서 의사들이 내리는 '완치 판정'이 있다. 현대의학 기준으로 재발이나 전이 환자의 95%가 치료 후 5년 내에 발생한다는 통계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완치 판정 직전에 혹은 그 후로도 재발과 전이를 겪는 사례를 보면 나도 모르게 멈칫하기 십상이다. 생존율은 결국 평균이고 통계일 뿐이라지만 온전히 무시하지도 못한다. 표준 치료를 마치고 추적관찰 중인 경우, 컨디션도 좋고 일상생활과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건강해짐을 직접 느끼더라도 내가 의사도 아닌데 스스로 완치됨을 판정을 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된다. 


(암 치유과정기 1편에도 적었지만) 하루동안 몸속에 암세포 오천 개가 생겼다 없어진다. 프로그래밍 실수로 암세포가 생기더라도 면역 세포가 발견하고 처리한다. CT 상으로 깨끗하니 암세포가 없다고 단정 짓기란 어렵다. 1cm 정도는 되어야 암을 의심하게 되는데, 악성종양이 맞다면 암세포 10억 개가 모여있다는 뜻이다. 결국 온갖 검사를 해도 암세포 1만 개로는 암이 발견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암 환자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우리 몸 치유체계 동작 원리다. 이러니 지난 정기 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해서 완치라 말하기엔 무리스럽다는 생각이다.



그럼 글쓴이가 생각하는 '완치'는 무엇입니까


사전적 의미로 완치(完治)란 '질병이 완전히 치유됨'이다. 질병의 반대 선상은 건강이다. 자가치유력을 잃었을 때 건강이 무너지고 질병을 얻게 된다. 셀프 치유력, 즉 우리 몸의 회복과 방어 시스템을 온전하게 되찾고 질병으로부터 멀어진 상태를 완치라 정의하고 싶다.


그런데 더 이상 사람들이 건네는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의미를 물어볼 필요도 없어졌다. 뭔가 달라졌다. 치유 생활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당신 질문이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고, 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 여겼다. 예민함의 극한이라 해도 더할 말이 없다. 그냥 "네, 완치되었습니다"라고 말해버릴까 싶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렸다. 질문을 건네는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이었다. 그 의미를 애써 꼬아버리는 나의 해석이 문제였다. 자신의 내면 돌보기를 거듭할수록 마음이 노란 유채꽃 들판처럼 하늘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완치되었냐는 질문이 관심과 사랑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보내는 응원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점에 자가치유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분명 뭔가 달라졌다. 문자로 표현한다면 '몸이 가벼웠다' 정도겠지만.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사랑을.






내게 대안 질문을 묻는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싶다.


"요즘 컨디션은 어때요?"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의 매일 매 순간 치유체계가 제대로 동작하는 것이니 말이다.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로 힘에 부친다면 격려의 박수를, 컨디션이 좋다면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자. 박수에 담긴 파동 에너지가 본인과 환우 모두에게 치유 에너지로 전달될 거라 믿는다. 아니다. 떠오르는 질문을 건네자. 핵심은 단어가 아니라, 당신이 건네는 진심이니 말이다. 당신이 전하는 응원에 나의 사랑 에너지를 한 스푼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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