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과 말이 안통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
인간관계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친구를 처음에 만났을때를 생각해보자. 어떤 장소나 모임에서 만나 친해졌다면, 아마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그전까지 생각하던 내 사고방식이 나를 그 모임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대화가 잘 통하던 상대와 멀어지는 경우는 어째서 일까. 인간은 끊임없이 경험한다. 다만 경험의 종류는 다양하므로 이전에 했던 경험을 계속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전에 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될수도 있다.
각자 서로다른 경험을 하면서 추구하는 가치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즉 세계관이 달라질수 있다. 결국 전에는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상대도 시간이 지나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면서 대화가 통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발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데이터베이스 서버를 변경하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베이스 서버가 변경되면 내가 관리하는 서버가 바라보는 곳도 달라져야한다. 만약 데이터베이스 서버가 변경되었음에도 이전 데이터베이스를 바라보고 있다면 나는 과거 데이터를 현재 데이터라고 착각하고 지낼것이다.
신기하게도 친구들이 말하는 배경이나 대화주제를 생각하면 내가 예전에 속했던 그 모임의 특징을 알수 있게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내 과거의 모습을 알수있다. 내가 과거에 어떤 인간이었는지 말이다. 그래서 어떤 모임에 가느냐에 따라 다른 내가 살고 있는 느낌이다. 상대방의 변화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왜냐면 준거집단마다 매번 반복되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형이 변한 경우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변화의 모습이 겉으로 보이지 않을땐 여전히 과거 데이터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은 2019년의 나를 보면서 2013년의 나를 떠올리며 대화하는 것이다. 서로 같은 시간,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면 그건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