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이문화 적응기
캄보디아 1년차. 사랑스런 그들의 미소에 반하다
"교언영색" 이란 말이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을 바라보고 웃는다면, 우리는 내 옷에 뭐가 묻었나? 아니면 저 사람이 나에게 원하는 게 있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캄보디아인들은 항상 웃는다. 기뻐도 웃고, 슬퍼도 웃고, 화가 나도 웃는다. 심지어 잘 못 한걸 꾸짖어도 그들은 웃음으로 화답한다. 왜 웃지? 라면 갸우뚱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 때가 더 많다.
"Give and Take"
캄보디아의 첫인상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의 주재원들은 마치 예전 우리나라 항공사의 광고 카피처럼 "미소가 아름다운 그들"이라고 답한다. 어딜 가나 그들은 환하게 웃어준다. 회사에서 만나는 현지인 직원들의 미소는 존중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처음 만나는 공무원들도 환하게 웃으면 맞아주며, 그들은 의례적으로 "Thank you very much for investing in Cambodia"라며 우리를 반긴다. 앞으로 일이 참 잘되겠구나 하는 그런 기대감이 밀려든다. 역시 선진국 대한민국이 무지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들의 우리를 향한 선한 웃음은 인간적인 환대일 뿐 업무적인 관계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은 인식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제야 우리는 규제당국 앞에서는 약자임을 느끼기 시작한다. "Give and Take"는 캄보디아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분노유발 "I am confused"
우리를 대하는 회사 직원들의 웃음은 계속된다. 우리는 선진 금융과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쁨에 신이 난다. 나의 조언과 강의에 그들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이제 회사 업무가 금방 개선될 것 같다는 기대감과 함께. 그러나 기대가 곧 실망으로 변한다. 진행되지 못한 일에 대한 그들의 답변은 한결같다. "I am Confused", "I forget (forgot이 문법에 맞지만 현지어는 과거형이 없다. 문맥상으로 forgot이라고 알아들어야 한다)"이라고 한다. 환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Confused"의 의미는 뭘까? 제대로 이해를 못 했다. 이런 의미로 들린다. 50%는 이해했다는 뜻일까? 아니다 거의 90% 이상 이해를 못 한 것이다.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 것이다. 그들은 이해를 못 해도 다시 되묻지 않는다. 예의 바르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Forget"의 의미는 뭘까? 정말 잊은 것일까? 아니다 일부러 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현지인들은 업무지시를 한 사람도 받은 사람도 메모하지 않는다. 지시한 것은 항상 스마트폰 To-do list에 메모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나와는 다르다. 잊었다는 말은 "상사가 지시한 것을, 상사 자신이 기억하리라 미처 생각지 못했다"의 의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된다. 분노 게이지가 올라감을 느낀다.
"Written Communication"으로 "Confused"를 방지하다
현지인들은 생존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한다. 캄보디아 금융계는 말레이시아,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외국계회사가 즐비하고, 타 업종도 대체로 외국인 투자회사가 대부분이다. 유창한 영어실력은 곧 급여수준과 비례한다. 우리가 Konglish (Korea + English) 를 구사하듯, 그들은 유창한 Camglish (Cambodia + English) 를 구사한다. 영어를 술술 얘기하지만 듣다 보면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다. 시제(tense)를 거의 쓰지 않는다. 항상 현재형이다. "I report to you"는 "reported"인지 "will report" 인지 되묻지 않으면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다. 업무지시를 했을때는 반드시 written communication으로 확인해야 한다. 나는 구두로 업무지시를 한 후 항상 제대로 이해했는지 업무 지시사항과 주요일정을 다시 영어로 보내거나 이해한 바를 나에게 written memo로 보내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