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럽게, 똘기있게
분위기를 압도하라.

지금 이순간의 주인공은?"나야,나"

by 천유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다. 특히 관계에 있어서는.


무슨 얘기냐고? 주도권을 앗아오는 것과 분위기를 압도하는 능청스러움이 면접에도 유효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다음은 아는 오빠 K의 이야기다.


대학 재학 중 타 대학에 다니던 그 오빠도 이제 나이가 많아 굵직한 어떤 기업의 영업, 최전선의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 영업계 거목(?)의 풋내기 시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닌가..??될성 싶은 나무의 떡잎인가. 무튼.)


외국계 프린터 회사의 면접을 보러간 K는 2차 면접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고 한다. 서류를 보던 면접관은 뭔가를 발견하고 질문을 했었다고 한다.


"자네, 골프를 치는가."

"아, 네!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취미와 특기를 쓰는 칸이 있어서 취미는 만만하게 '노래', 특기는 좀 있어 보이려고 '골프'라고 썼는데 그게 면접관들의 눈에 띄인 것이다. 당시만 해도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 '특기 골프'는 흔하지 않았던 반해, 기업 임원으로 꾸려진 면접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약간의 MSG, 허세가 뿌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좀 있어보이려고 쓴 것이기에... 때문에 K는 배운지 얼마 안되어서 아무 것도 모를 때라 깊이 있는 질문이 들어올까봐 무척 긴장했었다고 한다. (왜,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하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타수는 얼마나 되는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했을거 같은가.


'저, 사실은 배운지 얼마 안되서 잘못합니다' 등의 유사한 답을 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나 또한 그랬을테다.


중요한 점은 이 질문이 요구하는 것은 훌륭한 골프실력이나 정답이 아니라 출제자의 의도와 출제장소의 목적에 잘 부합하는 융통성 있는, 재치 있는 답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K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몇 타를 친다고 한들, 그게 저 분들에게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K가 내놓은 답.


"제가 높으신 분들 앞에서
어떻게 타수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캬, 개취지만 명답이지 않는가? 슬기롭게, 아주 기분 좋게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다. 지금부터는 면잡장에 앉은 면접관은 K를 보는 시선, 자세가 달라지게 된다. 널 뽑고 안뽑고의 문제가 아닌거다. '오호라, 너란 녀석 흥미로운데, 참 재밌다.'라는 인간에 대한 호감으로 변한 것이다. 즉, 촉을 세우는 예리한 잣대 칼날은 칼집에 쑥 들어간 셈이다.


"그럼, 자네 취미가 노래라고 써있는데 무슨 노래를 좋아하나. 불러볼 수 있겠나?"

"그럼, 제가 감히 한 곡조 뽑아 보것습니다."


K는 면접장에서 벌떡 일어나 한오백년을 목청껏 판소리하는 사람처럼 불렀다고 한다.


"하~~~~안~~~~많은!! 이 세사아앙~~~야~소옥하안~~~니임아아~~"


결과는? 당연히 합격! 기분 좋게 합격! 땅땅땅!


무조건 합격! 물론 몇 가지의 전제가 따르기는 한다. 철저히 화자 중심의 회상이라는 점, 때문에 그것만으로 합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지원의 업종상 이런 대담하고 유연한 상황대처능력이 더욱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K가 지원한 분야는 특수영업팀이었다.)




다음은 나의 경험이다.


입사 이후 첫 회식자리에서의 일이다. 이 자리는 전직원이 모이는 회식 이후에 마련된 자리로, 팀장급 이상만 회의 이후 참석한 자리였다. 본사 직영 3캠퍼스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첫 대면하는 상견례 자리와 같아 팽팽한 긴장감도 있었다.


"자. 이번에 입사하신 분들 차례로 일어나서 앞으로의 각오, 인사를 해주세요."


앞서 한명씩 차례로 "안녕하세요. 000부 000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등을 이야기하고 각 캠퍼스 담당자와 각 부서 책임자, 다들 한잔씩 반갑다고 술을 한잔씩 따라줬다.


가만히 지켜보니, 이거 다 마시면 회식 끝나고 집에 못 갈 것 같았다. 여러 모로 혼자 다 받아먹기 싫다는 느낌과 난처하다 라는 기분이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홍보실에 입사한 000 대리입니다. 이렇게 한 곳에서 모이는 일이 자주 없다고 들었는데, 너무나 영광입니다.
앞으로 업무 특성상 자주 뵈었으면 좋겠는데"


...까지 말하고 술잔을 번쩍 들었다.


"제가 앞으로 열심히 회사에 잘 적응하기 위해 도와주고 응원해주실 분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요! 술잔을 들어주세요!"


"와" 하는 소리와 함께 웅성웅성 거리더니, 이곳저곳에서 주섬주섬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부장님, 차장님, 대리님, 식당 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상무님이 앉아서 아주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


'오호, 아니될 일이지. 다같이 한잔 해야지. 빠짐없이. 나만 한잔 더 먹을 순 없지. 동일선상에서 시작하는거야.'


"상무님, 저는 상무님의 응원이 꼭 필요합니다. 함께 일어나 저에게 힘을 주세요!"


"와~!!"


그가 멋쩍게 웃더니 흔쾌히 일어나 술잔을 번쩍 위로 들어주었다.


"다들, 건배"

"건배"


다음날, 얼굴을 본적 없는, 기억하지 못하는 타 부서, 타 지역의 사람들의 전화가 홍보실로 빗발쳤다.

"어제, 대단하던데(술을 대단히 많이 먹었다는 얘기다) 괜찮아요? 집에 잘 들어갔어요??"


이 듣도 보고 못한 진풍경에, 소란에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같은 홍보실 식구들이 난리가 났다.


"도대체 어제 뭘 어떻게 하고 온거야?
이게 무슨 일이야"


아....글쎄, 나는 그냥 혼자

돌림빵처럼 주는 술을 마시기 싫었을 뿐이고,


혼자 죽기 싫어서 같이 죽자 했을 뿐이고,

"죽자" 할 수 없으니,

같이 "살자"했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