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떠오를 때 우리는 진다
어둠에 맞설 의지조차 없는 듯
조용히 피어오르는 밤하늘을
끌어안으며 서로를 놓는다
온기를 나누어주던 손바닥 위에 펼쳐진
차가운 밤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풍속을 알 수 없는 세찬 바람 한 줄기가
내 몸을 휘감고 너와 나를 갈라놓는다
바람을 따라 흘러 떠나며 나는
네 눈에 담겨 있던 세상을 본다
다시는 볼 수 없을 너의 세계를 뒤로한 채
나는 이제 떠나련다
우리가 없던 저 멀리 태초의 그곳
다시는 만나지 못할 아득한 새벽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