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딱 좋은 계절, 가을이 와 버렸다.
아이들이랑 올레길 걷고 계신 거예요? 와... 대단하시다 진짜! 근데 이 힘든 길을 엄마 아빠 따라서 걷고 있는 너희가 더 대단한데? 존경스러울 정도야!
물론 중간에 아이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면서 '나 못해~'라고 하면 그만 둘 생각도 있었다. 제주를 두 발로 걸어서 한 바퀴 도는 건 나만의 오랜 로망이었지, 애꿎은 아이들까지 동참시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꾸준히 걸었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나보다 더 잘 걸었다. 아이들과 함께 걸었기 때문에 나도 힘내서 매번 완주할 수 있었다. 나에게 딸들은 올레길을 함께 걷는 소중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엄마, 언제부터 다시 올레길 걸을 거야?
유난히 길었던 여름이 끝나갈 쯤, 아이들은 심심하면 물어 보았다. 언제부터 올레길을 걷게 될 지에 관하여. 아이들은 이미 주체적인 올레꾼이었다. 올레길을 완주하는 것에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계획까지 하는^^
3월 셋째주 주말부터 5월 마지막주 주말까지 걷고 나니까 무더운 여름이 시작 돼서 올레길 걷기를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다시 부지런히 올레길 걷자고 아이들과 얘기했었는데...
어느새 걷기 딱 좋은 계절, 가을이 성큼 와 버렸다. 아이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는 듯 결연한 자세로 올레길을 걸을 때 메는 자신들의 배낭을 꺼내고 있었다. 귀엽고도 기특한 딸들!
우리 가족의 제주 일년 살이는 2월 중순이면 끝이 난다. 우리는 원래 살던 도시의 아파트로, 각자의 직장으로,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 어떻게든 제주를 떠나기 전까지 올레길을 다 걷고 싶은 마음이다.
남아 있는 올레길은 19개. 너무 추운 겨울이나 비 오는 날을 제외한 주말에만 한 코스씩 아이들과 걸을 수 있는데, 매주 걸어도 시간이 빠듯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설사 완주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 가족에겐 너무나도 큰 성취감과 행복감을 안겨준 올레길 걷기 여정이기에! 그저 꼬닥꼬닥 즐겁게, 최선을 다해서 걸어가 보고 싶다.
글은 올레길을 걷게 되어야만 쓸 수 있어 비정기적으로 연재될 예정임을 감안해 주시길 바라며... 아이들과 올 봄에 열심히 걸었던 올레길 여정기를 먼저 읽고 오시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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