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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Feb 14. 2024

S팸털이 3종세트

덮밥, 스햄순두부, 김치말이

  방학도 저물어가고 따뜻함이 몰려온다. 이제 느슨해지고 지칠 무렵 엄마가 설에 들어온 선물세트에서 스팸과 참치, 포도씨유와 올리고당을 몰아주셨다. 쓰레기도 버려주시고 알맹이만 쏘옥 끄집어온다. 못된 딸내미이다.

"엄마! 미얀~ 그리고 늘 고마웡~" 그 못된 × 못된 자식은 스팸을 보고 스팸을 예약해 놓는다. "엄마! 나 낼 스팸 구워줘~" "그래 알았어! 어서 자~" 엄마는 아침에 늦잠을 잤다. 부랴부랴 급히 스팸을 분해해 본다. 이럴 때 쓸려고 수학을 배웠나? 나눗셈, 분수를 하며 스팸을 반썰고 반, 반 나름의 오차 없이 썰어보려는 꾀를 쓰며 열심히 썰어본다. 하지만 스팸이 밀려  차이 나는 건 내 탓이 아니다 미루어본다. 냉동밥을 꺼내 갓한 밥처럼 잘 펴놓고 스팸을 구워낸다. 많아 보이게 조각을 내어 똑같은 모양으로 4등분을 한다! "봉봉아, 분수 이렇게 하는 거야" "똑같은 모양으로 나누는 거" 계란스크램블을 깔고 잘 구워진 스팸 조각들을 돌려 쌓는다. "여기에, 마요네즈 뿌려줄게~" "싫어!" "내 건 뿌리지 마!" '마요네즈에 파송송 올리는 게 엄마의 그림이었는데... 너희가 원하지 않는다면야~'

"엄마가 급해서 스크램블에 액젓을 쏟아부었어!" "스팸도 짠데 계란도 짜~" "엄마 괜찮은데?" "그래 다행이다." "그래도 짜니까 밥이랑 같이 먹어~" 체리와 봉봉은 그래도 맛있다며 허겁지겁 욱여넣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맛이 없을 텐데.... 스팸은 천하제일의 요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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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체리의 주문이다. "엄마 순두부가 먹고싶어~" "그럼 이따 순두부랑 조개 사오자!" "조개는 싫은데?" 너흰 참 원하는 것도 많고 싫은 것도 많구나~ 딸바보 엄마는 검색을 한다. 조개 없는 순두부라... '찾았다! 이번에도 어남선, 류수영의 스팸순두부찌개다. 아주 훌륭하신 분이다!' 스팸을 칼로 으깨고, 기름에 자글자글 갈색이 되게 볶은 뒤 설탕, 파, 마늘, 청양고추 넣기

그리고 불 끄고 고춧가루 넣어 고추기름 만들고, 간장, 굴소스 넣고 스가슥까~

물 넣고, 야채 넣고 5분 끓이기

순두부 넣고, 스팸 넣고 후추 넣고 계란 넣으면 끝 끝 끝!!!

'생각보다 훌륭하다' '맛있다~'체리와 봉봉도 맛있게 한참을 먹더니 좀 맵다며 요구르트와 요플레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맵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엄마가 다음엔 고춧가루를 좀 적게 넣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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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설이 지나니 엄마  뱃속이 버겁다. 도다를 다시 시작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스팸이라 쓰고 다이어트식이라 읽어본다. 그것은 바로 스팸으로 잔머리 쓰기 버전이다. 건강식이니 일단 스팸을 뜨거운 물에 데쳐낸다. 기름이 동동 뜬다. '아이고~ 나 저만큼 기름 쫘악 빼낸 거다 하며 합리화를 시킨다.' 씻은 배추를 물기를 꼭 짜고 종이타월로 톡톡톡 두들긴다. 줄기 부분을 적당히 자르고 반을 쭈욱 짜겐다. 그리고 밥에 간을 하고 들기름과 깨소금을 뿌릴까 하다 깔끔하게 담백하게 먹고 싶으니 생략해 본다. 스팸 깔고 밥 한 숟가락 뭉쳐 넣고 말아 본다. 도~올 돌 돌 집중하여 이파리를 안쪽으로 접어 예쁘게 매무새를 오므려 말아본다.

'와우~ 맛있다!' 그리고 '깔끔하다' 이 와중 봉봉이는 김치를 씻었다며 빨간 김치로 해달라는 까탈스러운 아드님이다. '알았다! 빨간 거로도 해줄게!!!' '수영 가기 전 이거 먹고 저녁 해결하자~ 엄마 이제 쉬련다!'

스팸으로 간편식, 일반식, 건강식까지 내가 하기 나름이다. 스팸 3종세트, 이제 지쳐가는 방학 끝무렵 빨리 개학해 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진다.

그래도 4년 전 코로나를 생각하면 뭐 이것도 감사하게 여기며 기쁨으로 여겨본다. 참자! 참자! 참을 인을 삼백구십오 번 더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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