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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도 하는 변호사 Mar 07. 2024

엄마는 멋지니까요

어느 평일 아침, 부엌에서는 뜻한 침이 지어지고 있었다. 부엌  냄새가 구수하게 퍼지고, 도도는 거실 저편에서 첫 끼니를 기리며 여러 가지 색 블록을 만지작 거리는 중이었다. 박 볶음에 넣을 호박을 인기척이  들려 뒤를 휙 돌아보니 블록을 가지고 놀던 도도가 쪼르르 다가 있었다. 무언가 궁금한 표정을 지어 보. 도도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한 후 입을 다. 요즘 질문이 많아진 도도마디 뱉는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도도가 던진 질문을 듣는 순간,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족스러운 대답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음...이라고 뜸을 들이는 소리를 내며, 머릿속으로 이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고르기 시작했다. 34개월 아이 갑자기 던진 질문에 어떤 대답이 적절할 고민하며. 좀처럼 생각해도 할 말이 없 내가  도도에게 물었다.

"도도야, 근데 그건 왜 궁금한 거니?"

"음.. 엄마, 나도 엄마가 되고 싶어요." 도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엄마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도도에게 듣게 될 줄이야. 도도의 대답에 나는 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엄마가 되고 싶은 이유가 궁금다.

"도도야, 근데 왜 엄마가 되고 싶은 거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도도에게 물었다.


"엄마는요..... 멋지니까요." 도도가 나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엄마는 멋지다는 도도의 이야기를 듣 순간 마음속이 하얀 구름 위를 걷는  뭉클뭉클해졌다. 도도는 엄마가 주는 보살핌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엄마 멋져 보인다는 이야기 내가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그렇다. 도도의 이야기처럼 엄마라는 존재는 참 멋진 사람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엄마가 되기 전에도 그리고 엄마가 되고 나서도 한동안은 엄마라는 단어와 멋지다는 단어가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며 살아왔었던 때가 있었다.


엄마가 되기 전 나는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에 성공해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을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돈을 많이 벌고 능력이 있성공 대로를 달리며 신문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었다. 그런 생각에 젖어 살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큰돈은 못 벌어도 직장에서 주는 월급을 알뜰이 모아 잘 살아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던 나는 연고 없는 곳에서 아를 키우게 되었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당시 우리 상황에 맞춰 고민 고민한 끝에 스로 내린 선택이었지만 그럼에도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기를 돌보느라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동안 나만 한참 뒤처지게 될까 싶어 전전긍긍하며 불안했던 시간들이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나의 선택이 어리석은 선택이었을까 하며 자책하기도 했다. 또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앞으로 끝없이 짊어지게 될 상상 속 짐들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져 눈물지었던 그런 날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이 주는 그 묵직함이 그저 버겁게만 느껴졌던 때였다.




그러던 중 늦가을 어느 날의 일이다. 오후 4시쯤 초등학교 남자아이 둘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그네를 타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였지만 남자아이 둘 다 덩치가 있었다. 씽씽 쌩쌩 서로 장난을 치며 그네와 그네를 부딪히기도 하, 누가 높이 타는가 시합도 하정신없이 그네 타기에 푹 빠져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네 근처로 이제 걸음마에 재미를 붙인 듯 보이는 여자 아기 모습이 보였다. 여자 아기는 무엇이 궁금한지 그네 근처에서 신나게 걷다가 갑자기 그네 앞 쪽으로 힘차게 전진했다. 멀리서 도도와 놀다 그 모습을 발견했고, 그네가 왔다 갔다 하는 반경 안으로 들어선 아기를 보며 나도 모르게 안돼! 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미 여자 아기는 그네가 왔다 갔다 하는 반경 안으로 진입한 후였다. 여자 아기는 계속 힘차게 걸었고, 다행히 첫 번째 그네가 씩 하고 지나간 후 여자 아기가 지나가 다행히 아기는 그네에 부딪히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옆에 있는 그네였다. 이미 첫 번째 그네를 지나친 여자 아기 쪽으로 옆에 있던 두 번째 그네가 힘차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나는 차마 그 광경을 지켜볼 수가 없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세차게 날아오는 그네로 몸을 던졌다. 쿵! 소리가 놀이터에 울려 퍼졌다. 그네로 몸을 던진 사람은 그네에 얼굴을 세게 맞았고, 엄청난 그네 속도에 밀려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두 번째 그네에 타고 있던 남자아이가 놀라서 급히 그네에서 내려왔고, 쓰러진 사람에게 괜찮으신지 물었다. 살펴보니 그네로 몸을 던진 사람은 여자 아기의 엄마였다. 여자 아기 엄마가 아기가 다가오는 그네를 막기 위해 급히 몸을 던져 그네로 뛰어든 것이었다. 결국 아기 엄마는 힘차게 앞으로 향해오는 그네에 얼굴을 강타당한 후 쓰러졌고, 다행히 여자 아기는 엄마의 희생으로 무사.


아기 엄마는 그네에 맞아 벌게진 얼굴이 아플 것임에도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나더니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저 멀리 걸어가는 여자 에게 급히 뛰어갔다. 아기 엄마는 빨개진 볼에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여자 아기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아기 엄마는 아기를 안고 급히 놀이터를 떠났다. 저 편으로 아기를 안고 사라지는 아기 엄마의 뒷습을 보며 아기를 위해 그네에 몸을 던질 때 그 아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저 작은 아기에게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며 달려오는 그네에 몸을 던진 아기 엄마의 마음이 생각났다. 아기를 향한 엄마의 마음과 아기가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해져 왔다.


늦가을 오후 빨강 단풍잎이 흩날리던 그날, 놀이터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멋진 사람을 보았다.




그날 일을 기억하고 보니, 도도와 엎치락뒤치락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3년에 가까운 시간  함께 지나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나를 변하게 한 것인지, 시간이 나를 변하게 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진정 멋진 사람이란 누구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떤 이가 짠하고 나타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묻는다면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품고 있는 사랑을 세상 밖으로 꺼내와 누군가를 위해 따뜻하게 녹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 멋진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멋진 엄마이고 싶다. 또 박완서 선생님의 글에서와 같이 내가 품는 사랑이 아이에게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우리의 품 안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에세이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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