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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n 26. 2022

여름 산 위에서

홍차쉬폰케이크

자꾸 넘어지던 쉬폰케이크.

발라당 뒤로 넘어진 케이크를 포크로 살살 어르고 달래 조심스레 일으켰다.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는데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운 마음이 들었다. 피식, 미소도 나왔다.

자두와 키위 그리고 오렌지가 홍차의 쌉싸름함과 잘 어울렸다. 이쪽과 저쪽 골이 깊게 파인 산등성이 한가운데엔 생크림이 풍만하게 가득 차 있었다. 꿈의 세계.

산에 올랐다. 자두는 곧 붉어질 노을, 키위는 낮게 뜬 달, 오렌지는 저물어가는 해.

자두는 노을, 키위는 달, 오렌지는 해

산의 중턱에서 해를 씹었다. 일몰의 순간에 가장 반짝이던 .  빛이 뿜어낸 즙이 식도를 타고 사라진다. 하늘은  능소화의 꿈이 된다. 다홍빛의 색종이로 뒤덮인 하늘. 노랑은 덤덤한 안녕을 닮은 은은함, 빨강은 사라지지 않으려는 미성숙한 반항,  둘의 인사를 천천히 씹었다.

달이 떴다. 정확한 반달, 하나 둘 떠오르는 별. 수많은 반짝임들이 옹기종이 모여 극강의 단맛을 만들었다. 입 안에 어스름한 저녁달이 꽉 차있다. 가로등 하나 없어도 밝은 시원하고 달콤한 기운이 드는 저녁. 여름 산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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