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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Feb 15. 2024

20대 해외여행을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 사람

이 연재의 기획 의도


해외여행의 빈도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듯하다. 한번 다녀온 사람은 그 맛을 보게 되어 계속 나가고, 나가보지 않은 사람은 은언 중의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없어서는 안 될 경험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인생에 꽤 괜찮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적극 추천하는 편이다. 주변에서 물어보면 여행 일정을 내가 가듯 신경 써준다. 괜찮은 숙소도 봐주고, 맛집도 추천해 준다.


브런치로도 공유고 싶었다.

한 사람의 10년간 많은 시간을 보냈던 여행인데, 추천 에세이를 어떤 형식으로 쓰면 좋을까?


'나 어디 어디 다녀왔다~'처럼 자랑 형식으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예쁜 사진을 보여주고, 어디를 갔고, 무엇을 먹었고, 어떤 활동이 있었고, 무슨 느낌이 들었다~라는 브이로그 형식도 마음에 차지 않았다. 내 생각에 일기 형식은 나에게 의미가 있지, 타인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을 거라 느껴졌다.


수많은 여행 기록을 묶어서 메시지를 얻고 싶었다. 골똘히 목차를 나누고 글을 쓰다 보니 이상하게 자꾸 '사람'과의 추억으로 귀결된다. 신기하다.




난 분명 유럽식 건축을 좋아했다.

오직 부의 상징인 성냥개비 같은 아파트로 가득 찬 멋없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유럽은 고유의 가치를 오랜 시간 간직하며 아름답게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과정이 식민지 제국주의로 돈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감안하더라도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정신은 충분히 배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고딕 등등 웅장한 건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뒤돌아보니 생각이 잘 안 난다. 분명 거대하고 섬세한 건물들을 보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며 내가 이곳에 있다니~ 감동하곤 했는데 말이지. 끝이 보이지 않게 거대한 쾰른 대성당은 전쟁에서도 문화유산이라 지켜야 할 정도로 엄청난 위용을 나타낸다. 그런 곳 앞에서 맥주 한잔하고 있는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근데 그 분위기와 그때 느꼈던 감정이 먼저 떠오르지, 건축물은 흐릿하다.


출처 픽사베이. 쾰른 대성당. 이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지역 명물 쾰시 생맥주는 내 인생 맥주다!


유럽의 자연경관이 너무 좋았다. (스위스의 풍경이나, 아기자기한 유럽 소도시를 생각하면 느낌이 온다.) 도시와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레 어우러진 모습이 끌렸고, 그 속에서 내재화된 사람들의 여유가 좋았다. 그래서 유럽에 자주 갔다.


동남아는 가성비가 좋아서 자주 갔다. 비행기표만 저렴하게 잘 끊으면 우리나라 제주도 가는 것보다 돈을 덜 썼다. 색다른 건축물, 활동, 새로운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일상에 자극이 되어 돌아왔다.




10년이 지나 다시 회상하니 건축도 자연도 희미해졌다. 건축양식이 어떻고, 역사가 어떤지, 수많은 지식이 가득한 여행 책을 한 손에 끼고 가지고 다니며 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왼손은 지도, 오른손은 책을 들고 목에는 가벼운 카메라를 메고 여행지 곳곳을 탐험하던 나. (여행 때는 핸드폰과 멀어지고 싶어서 로밍도 하지 않았다. 저녁때 와이파이 있는 숙소에서 연락을 하곤 했다. 이것이 아날로그의 매력!) 


내 기억 속에 몽글몽글 남는 것은 함께 다녔던 "사람"이었다. 꼭 새롭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만은 아니다. 함께 갔던 가족, 친구 등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낸 나 자신이기도 하다. 



세상 견문을 쌓는다는 의미는 결국 나에겐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나 보다. 특히나 20대에는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젊음의 싱그러움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누구한테든 환영받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생겼던 것 같다. 유럽의 한 소도시에서 하루를 함께 한 새로운 사람들,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세상의 소리를 들었다. 




내게 소중한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누리는 것이 그 당시의 내가 살아가는 즐거움이었다. 거기다 여행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이 어우러져 생각을 성장시키고 성격을 만들고 가치관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 시간들을 하나씩 풀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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