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주 차 28-11월 3일까지
24년 10월 28일 월요일. 구름이 조금 있고 뭔가 차분한 월요일.
날씨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와이프를 직장에 내려주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정비해서 강변으로 나갔다. 구름이 껴 있어서 해는 덜 하다. 아침이라고 공기도 조금 차갑게 느껴진다.
오늘은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힘을 빼고 리듬으로 툭툭 차고 나가려고 해도 어느새 긴장해 있었다. 정말 빠른 페이스에서 몸이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럴 페이스가 아닌데 오늘은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내 마음이 변했겠지..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안간힘을 쓸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매일 다니는 길을 따라 가만히 달렸다.
2시간 49분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30km 35km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조깅하듯이 간다고 한다. 그 후에 남은 거리야 힘을 써가면서 또는 어금니 바득바득 갈면서 버티면서 갈 수 있겠지만.. 그전에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달리고 있다면 2시간 49분은커녕.. 완주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본다.
얼마나 훈련을 강하게 많이 해야 4분 페이스에서 조깅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본다. 무엇이 핵심일까. 훈련의 핵심이 무엇이 되어야 대회 목표 페이스가 조깅과 같은 가볍게 느껴질 수 있을까. 훈련의 강도와 양도 중요하지만.. 분명히 어떤.. 느낌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24년 10월 29일 화요일. 구름이 조금 있고 비가 떨어지나? 싶은 날씨.
아침부터 친구 놈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쉬는 날이라고 점심 먹으면서 맥주 마시자는.. 연락이었다. 이게 흔히 말하는 낮술인가. 하나 있는 친구 놈이랑 고작 한다는 짓이 낮술이라니...
이렇게 일탈을 하려면 그전에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오늘 달리기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집 근처에 언덕을 좀 찾아야 한다. 급하고 짧은 언덕길 말고 완만하고 긴 언덕을 하나 찾고 싶었다. 내가 항상 달리는 길은 20km 구간 처음부터 끝까지 상승고도가 10m도 나오지 않는 완전 평지이다.
언덕 달리기를 하려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달리기용 근력 훈련"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쾃, 런지, 복근 운동, 상체 운동 등 달리기를 조금 더 편하고 빨리 달리기 위해 많은 보강 운동을 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 근력 운동, 보디빌딩 형태의 근력 운동은 효과가 없지 않지만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그 이유는 형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덕 달리기는 우리가 달리고 있는 와중에 경사도만큼 중력을 거슬러 오르기 위한 더 큰 힘을 내야 한다. 달리기와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더 많은 근력을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달리기에 필요한 근력 운동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질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80분 조깅이든 90분 조깅이든 조깅을 마무리하면서 100m 또는 200m 빠른 질주를 4-8회 정도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단거리 선수들을 보면 전신의 근육이 발달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근육은 더 큰 힘을 써야 한다. 이 역시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을 자극하고 달리기와 똑같은 형태의 근육 수축을 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근데 없다. 평소와는 다른 길로 달리면서 90분 이상을 돌아다녀봤지만 언덕은 없었다. 언덕길을 찾으려는 와중에 새로운 느낌이 하나 생겼다. 예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미쳐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웨이트는 고관절과 견갑대를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힘을 아주 빼서 터벅터벅 뛰는 것보다. 특정 수준의 긴장도를 유지하고 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 것이다. 그리고 긴장도의 중심을.. 어디다 두어야 옳을까.. 앞으로 며칠 천천히 느끼면서 찾아보겠습니다. 보통.. 이 느낌인가 저 느낌인가 고민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느낌이 어느새 생겨잇는.. 그렇게 운동을 배워왔는데요. 이번에도 좋은 답이 "창발"했으면 좋겠습니다.
24년 10월 30일 수요일. 정말 깨끗한 가을 하늘 공활한데.
머릿속에는 어떤 보강 운동을 어느 시점에 진행해야 할지 대충 그림을 그려 놓았다. 하지만 미루고만 있었다. 보강 운동을 하면.. 근육통에 시달릴 것도 걱정되고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10월 내내 보강 운동 시작해야지 시작해야지 노래만 부르다가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했다. 보강 운동.
워킹 런지 500개.
그렇다. 내가 보강 운동에서 제일 효과적인 근력 보강 운동 하나만 딱 꼽으라면 나는 고민 없이 워킹 런지를 꼽을 것이다. 근력 운동 중에서 가장 달리기의 형태와 비슷하고 이동하며 근력 운동을 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달리기는 끝없이 이동한다. 그런데 양발을 바닥에 딱 대놓고 하는 스쿼트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워킹 런지를 시작하자마자 몇 걸음 안 가서 다리가 빡빡해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이상의 불편함은 없다. 일단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했다. 300개쯤 넘어가지 다리가 살짝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딱 후들거리는 정도이지 더 이상 힘든 것은 없었다. 450개쯤 가니 괜히 짜증이 난다.
500개를 다 하고 잠시 걸으면서 쉬는데. 오랜만에 빡빡함을 느낀다. "아 맞다. 이러고 뛰는 게 더 힘든데.." 맞다. 나는 지난겨울 24년 서울 마라톤을 준비할 때에도 400m 트랙을 워킹 런지로 돌고 10km 조깅을 했다. 역시..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는데 허벅지에서 난리가 난다.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딱 여기까지다.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2-3km만 잘 참고 가면 또 달릴만하다는 것을 나는 매우 잘 안다. 그렇게 7km를 달려갔다. 화장실 잠시 들렀다가 다시 뛰어오려니 막막했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다시 뛰어와야지 뭘 어쩌겠는가.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42km를 2시간 49분에 들어가는 것은 내 인생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하던 짓을 똑같이 하면서 새로운 영역에 들어가려는 게.. 욕심?이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이 말 했는지 아닌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런 문구가 하나 있다. 미친짓이란 항상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 한다.
일단 다행인 것은 내가 미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24년 10월 31일 목요일. 비가 오려는지 약간 습하고 더운 날씨.
수요일 워킹 런지 500개의 여파인지 하체 근육통이 너무 심했다. 이런날은 스트레칭이나 하고 집에서 경제 방송이나 보면서 쉬는게 딱이다. 하지만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까지 90분정도 달리기를 하면 10월 400km를 달리게 된다.
뭐 사실.. 400km를 채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냥 가볍게 달리기를 하면 근육통이 더 빨리 해소될 것 같아서 대충 챙겨서 또 나왔다. 한걸음 한걸음 딛을 때마다 하체에서 근육통에 저릿저릿한 느낌이 계속해서 밀려온다. 그래도 잠시 지나면 괜찮아 지겠거니.. 하지만 100분동안 근육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11월부터 포인트 훈련을 시작한다. 대충 타임라인을 만들어봤다. 핵심은 날이 추워지고 눈이 오기 전까지는 5km, 10km를 단축하는 스피드 훈련을 진행한다. 그렇게 10km 대회와 진주 마라톤 대회의 하프에서 기록을 확인한다.
그리고 스피드 훈련을 바탕으로 한 마라톤 훈련은 진주 마라톤 이후에 시작한다. 그리고 여수 해양 마라톤에서 서브 3 템포런, 매주 빌드다운으로 트랙 지속주를 진행한다. 이때 트랙 훈련은 2시간 49분을 위한 기준 기록들을 깨꺼나 진입하는 페이스로 진행한다. 그리고 대구 마라톤에서 모의고사를 치를 생각이다.
주위에서 왜 마라톤 훈련을 하지 않고 21km 기록 단축을 위한 훈련을 하냐고 묻는다. 이것은.. 다니엘스의 러닝 포뮬러 훈련 프로그램을 참고한 것이다. 21km, 마라톤 기록 단축 프로그램을 비교해봤다. 내 생각에 21km 단축 프로그램도 우리 일반인에게 적용할 경우 마라톤까지 다 커버하고도 남을 강도와 설계라는 판단이다. 마라톤 프로그램은 차트만 봐도 그 강도와 고통이 훤히 보이는 정도이다. 정말.. 선수가 아니고서야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24년 11월 1일 금요일. 비가 한 바가지 내림.
비가 내려서 휴식한 것은 아니고. 토요일 지속주 훈련에서 쏟아버리려고 몸을 좀 쉬게했다. 5000m, 8000m, 10000m 중 뭐 할지 아직 결정 못했다. 내일 아침 현장에서 컨디션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24년 11월 2일 토요일 아침. 비가 그쳤으나 트랙에는 물이 한가득.
오늘은 토요일 아침. 팀 정기 훈련이 있는 날이다. 토요일은 보통 지속주 훈련을 하는데. 11월 3일 일요일이 JTBC 마라톤이라서 참가하지 않는 회원들만 참석했다. 23년 JTBC 마라톤. 그 폭우 속에 서브3에 성공은 평생 나의 자랑거리이자 안주거리 일 것이다.
오늘 훈련은 5000m 전력주이다. 간단하다 최고 기록을 본다는 마음으로 뛰면 된다. 나는 17분대 진입을 목표로 페이스를 설정했다. 400m를 86초 이내로 12.5회전 하면된다. 하지만 나는 86초로 뛰어본 일이 없다. 대게 인터벌 훈련할 때 한번씩 뛰어봤기 때문에 내가 이 페이스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역시 5000m를 다 달려내지 못했다. 1회전부터 이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디지겠는데." 그리고 몇 회전 지나지 않아서 다리가 잠기고 호흡이 딸려 가슴 통증이 시작된다. 7회전쯤 돌아가니 정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슴이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힘이 없다. 케이던스가 느려진다. 어쩌지. 그만할까. 아 씨... 별 생각이 다 들다가 결국 10회전 째 아웃되었다.
239주자 형님이 뒤에서 86초로 10000m뛰면서 딱 7회전째에 나에게 말했다. "와. 둘기야. 호흡도 안차고 엄청 잘 뛴다잉. 끝까지 해버려라." 나는 이 말을 일부러 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뒤에서 봤을 때 그리고 나의 수준으로 미루어 봤을 때 여기 어딘가가 사점이 오고 있다는 것을 그 형님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멈추고 1초만에 다시 뛸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을 좀 해봤다. 7회전을 넘어가면서 잡다한 생각이 다 드는 그 순간. 그 생각들에 휘말려서 집중력을 잃어버리면 실패하는 것 같다.
"다 뛰어낸다" 이 생각 하나로 집중력을 잃지않고 밀고가야...하는 것 같다.
24년 11월 3일 일요일 아침. 습하고 안개 자욱하고 쌀쌀한 날씨.
오늘은 24년 JTBC 서울 마라톤이 열리는 날이다. 8시 출발 이후 한 시간만에 16도까지 오른다는 기상 예보다. 그럼 레이스 중반 이후에는 체감온도가 적어도 20도는 될 것이다. 사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좋은 기록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날씨다. 이럴 때, 과감하게 페이스를 조절해야하는데. 함께 운동하는 팀에서 올라간 사람들의 경기 페이스를 확인하니. 페이스 조절을 한 사람이 없다. 생각보다 빠르거나, 계획한 페이스를 그대로 밀어버렸다. 이런 경우 날씨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 경기 후반을 장담할 수 없게된다. 어차피 훈수무용론자인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절 이래라 저래라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나는 오늘 25년 서울 마라톤 대비 첫 장거리 훈련을 다녀왔다. 반환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총 36km가 되는 코스이다. 나는 보통 장거리 훈련이라하면 35km 이상을 뛰어보기를 추천한다. 오늘 함께 운동한 JTBC 서울 마라톤 출전 선수들만 봐도 그렇다. 페이스가 빨랐던 사람들은 30km 전후로 페이스 다운을 겪고 장거리 훈련이 부족했던 사람들은 35km, 36km부터 페이스 다운을 겪는다. 그래서. 그 페이스 다운이 나타나는 시점까지는 장거리 훈련을 자주는 아니더라도 4주 또는 6주내에 한번씩은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코스는 총 상승고도가 500m를 훌쩍 뛰어넘는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평일에 조깅하는 코스가 완전 평지 코스이기 때문에 지긋한 언덕을 오르는 훈련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예전에는 언덕 훈련이 너무 싫었지만 최근에는 언덕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오히려.. 언덕을 가볍게 탕탕 차고 올라가는 느낌이 숨은 조금 차지만 편안한 느낌이 든다.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을 자극하는데에는 언덕 달리기만큼 좋은게 없다. 스쿼트 1000개 하는 것보다 지긋한 언덕을 같은 페이스로 꾸준히 밀고 올라가는 것이 더 큰 근력 보강 운동이라 생각한다.
장거리 훈련을 약.. 2주간격으로 할 생각이다. 아마 이 코스를 겨울 내내 훈련 장소로 쓰게 될 것 같다. 훈련 밸런스가 정말 좋은 코스인 것 같다.
이번 한 주도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