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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 May 15. 2022

병상일기 12

20194.21

1. 아침운동시간


할머니가 창밖을 내다본다. 죽고 싶은데 의사가 "더 연세 많으신 분도 수술하시는데 한 번 더 해 보자"라고 해서 입원하셨다 한다. 남편은 젊은 시절 죽고 딸아이는 돌 때쯤 죽고 아들 하나 죽어라 키우며 살았다는 할머니는 있는 돈 아들한테 다 쓰고 지금은 기초수급자라 하신다. 엄마한텐 딸이 꼭 있어야 한다는 할머니는 "나이 먹으면 죽어야지 요즘 세상은 젊은이들이 갑작스럽게 죽고 늙은이만 징하게 살아남는다"신다. "나라에서 계속 살려준다며 죽고 싶다"는 할머니시지만 우리 병실에서 병원밥은 가장 맛있게 드시고 주사 맞는 것은 제일 무서워하신다. 죽고 싶어도 살아 있으면 모든 감각은 수그러들지 않는 법이다. 

일찍 정부지원 요양원에 가게 되면 등급이 다른 중증환자와도 함께 지내야 하고 밥도 적게 준단다. 배변량이 많다고. 치매환자 침대 옆에는 몽둥이가 있다는데 노년의 삶이 이리도 가혹한 것인가 서글퍼진다. 


 2. 링거 없는 아침 식후 시간


짐 없이 병원 로비를 걷고 아침 햇살을 받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이 사소한 행복. 

작은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부재와 결핍이 감사와 행복을 만드는 것일까.

하늘의 푸른빛과 따스한 햇살, 시원한 봄바람, 도로 위 지나다니는 차들. 모든 것이 감사하다.


3. 병원의 나무 세 그루


내가 좋아하는 공간. 세 그루의 나무가 원을 그리며 자신들의 나뭇가지와 잎들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휘청 휘어버린 나무와 나뭇가지들이 조화를 이루며 평온하고 아늑한 공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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