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 07
자, 다들 노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건배~!
도쿄 워크숍의 하이라이트인 회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게임쇼 관람을 마친 일행은 카이힌마쿠하리를 떠나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로 향했다. 우리는 먼저 가든 타워의 무료 전망대에 올라 도쿄 시내를 수놓은 보석 같은 야경을 눈에 담았고, 곧장 옆에 자리한 ‘삿포로 비어 스테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차가운 맥주로 축배를 들었다.
전시장에서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시간을 보낸 덕분에, 술자리는 서로가 목격한 장면들을 쏟아내는 이야기 주머니가 되었다. 누가 진성 게이머들 아니랄까 봐, 각 부스에 전시된 게임의 역사부터 이번 TGS에서 공개된 따끈따끈한 신작 정보, 심지어 출처조차 불분명한 업계의 은밀한 TMI까지 안주 삼아 줄줄 흘러나왔다. 어떤 한정판 굿즈를 득템했는지, 어떤 기상천외한 체험을 했는지 자랑하는 목소리에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묻어났다. 서로 다른 눈으로 본 도쿄의 하루를 공유하며 웃고 떠드는 그 시간은, 말 그대로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 찼다.
숙소가 있는 신오쿠보와 지척인 신주쿠로 자리를 옮겨 2차를 이어갔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끝에, 쇼와 시대의 서정적인 향수를 오롯이 간직한 ‘오모이데요코초(추억의 골목)’를 찾았다. 좁은 골목 틈바구니에 빼곡히 들어선 선술집들 사이를 거닐다, 우연히 눈에 띈 가게의 비좁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여섯 명이라는 인원 탓에 테이블을 둘로 나누어 앉아야 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운치 있었다. 야키토리와 맥주를 주문하며 본격적인 밤의 대화가 시작됐다. 다락방처럼 아담한 공간은 낡은 목재와 희미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우리는 다양한 부위의 꼬치구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배가 터질 만큼 먹고 마시며 도쿄의 밤을 길게 즐겼다.
다음 날 아침, 채 가시지 않은 숙취를 안고 에어비앤비를 나섰다. 근처 우동집에서 뜨끈한 국물로 해장을 마친 뒤 공항으로 향했다. 다음 날이 주말이었던 덕분에, 미리 일정을 조율한 멤버들은 도쿄에 남아 자비로 여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일과 휴식의 경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도쿄를 더 만끽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으로, 우리의 2박 3일 공식 워크숍 일정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도쿄 워크숍의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우리는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의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버추얼 닌자’에 2인 협동 모드를 도입하는 업데이트였다.
당시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VR 게임은 혼자 즐기는 솔로 플레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실제 VR 카페나 테마파크는 보통 친구나 연인 등 두 명 이상이 함께 방문하는 공간이다. 한 명이 헤드셋을 쓰고 허공에 양손을 허우적대는 동안, 동행인은 옆에서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봐야만 했다. 기술은 철저히 개인을 지향했지만, 기술이 소비되는 공간은 철저히 사회적이었던 셈이다. 이 괴리감 때문에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몰입도도, 재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협동 모드가 탑재된 ‘버추얼 닌자’는 출시 직후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서 커플이나 친구 관람객을 위한 필수 코스로 입소문이 났다. 그 결과 코엑스와 인천 송도의 대형 VR 테마파크에서 한동안 이용 순위 1위를 독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후속작인 ‘버추얼 파이럿’은 한술 더 떠 최대 6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전 모드를 탑재했고, 이는 LA를 비롯한 해외 VR 테마파크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은 결국 ‘VR ZONE Shinjuku’에서 팀원 모두가 함께 체감했던 ‘공유하는 즐거움’이었다. 멤버들도 나처럼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이, 이번 여정의 ‘의미 있는 목표’가 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도쿄 게임쇼 현장에서 엉겁결에 내뱉었던 그 약속은, 우리를 곧 또 다른 여정으로 이끌게 된다.
다음편, '대만 타이베이 : 꽌시 대신 미래시 1' 로 이어집니다
'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 이번 주는 매일(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