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사일. 멜버른 씨라이프 수족관
멜버른 씨라이프 수족관 투어는 계속된다.
지하 2층인 해양 생물관에서 올라가면 보이는 구역, 크로커다일 럴. 호주에서 가장 큰 바다악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얼마나 악어가 큰지 감이 잘 안 왔지만 내 발밑에 커다란 악어 유리통이 있는 걸 보고서는 얼마나 큰지 슬슬 조금 심장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계단을 모두 올라와 보니 바로 2층이 시작되는 곳이 유리고 그 밑에 웬 커다란 악어가... 크기가 크다고 해봤자 있는 곳이 벽면에 붙은 유리통일 것이라 예상했던 내 상상력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바닥을 뚫어서 관을 만든다니...
우리가 악어를 봤던 시간은 악어의 낮잠 시간이라서 움직이는 악어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더 다행이었던 게, 자던 악어가 움찔거리기만 해도 우리가 우와, 우와,하면서 온갖 호들갑을 떨어서... 가만히 있는 악어를 본 게 덜 무서운 경험이어서 다행이었다.
크로커다일 럴 입구는 이렇게 호주 최대의 악어가 반겨주지만, 그 중심에 있는 파충류 친구들은 귀엽고 깜찍하기 그지없었다. 구역 중앙에는 실제 생태계를 구현해놓은 것처럼 진흙으로 쌓아 봉곳 솟아오른 흙 섬, 그 주위를 졸졸 흐르는 시냇물까지 구현해두었다. 동그란 유리로 가로막혀 있어 빙글빙글 돌면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생물들을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흙 속에 파묻혀 있어 자세히 보이지 않아 좋았던 것 같다. 만약 자세하게 봤다면 여행기에 적진 않았을 것 같다. 개구리 같은 파충류는 정말 불호라서...
크로커다일 럴을 모두 다 보고 나면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때 씨라이프 수족관이 끼고 있는 야라 강을 볼 수 있는 테라스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된 카페테리아가 나온다. 여러 간식을 파는 모양이었지만 우리는 사 먹진 않고 테라스로 바로 향했다.
야라 강을 기준으로 멜버른의 북쪽과 남쪽이 나뉘는데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북쪽에서 보냈다. 남쪽은 일주일간의 시간 중 이틀 정도를 할애해 구경하기로 계획했다. 야라 강을 방문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기대되는 마음이 가득했다. 날씨도 선선하고 바람도 차게 불지 않아 테라스에 기대 포즈를 취한 알라를 찍어줬다. 개인적으로 저 때 입은 분홍 코트와 빨강 베레모 조합이 알라에게 잘 어울려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다 잘 나왔다!
테라스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마침내 나오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관, 펭귄 플레이그라운드에 도착한다! 구역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펭귄 하나만을 위한 구역이다. 구역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 U자 모양이었는데, 3분의 2가 통유리관으로 덮여 펭귄들이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걸 구경할 수 있었다.
아가 펭귄부터 다 자란 펭귄들이 투닥거리고 헤엄치는 것도 구경할 수 있었다! 관 내부가 아예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고 구역이 휘어지는 부분에 펭귄들이 헤엄칠 수 있는 풀장이 마련돼있었다. 지상에서는 뒤뚱거리면서 느리게 걷는 펭귄들이 물 안에만 들어가면 언제 저쪽으로 이동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라 내 옆에서 같이 신기하다고 좋아하는 호주 꼬맹이와 같은 나이가 된 기분이었다. 펭귄들이 헤엄치는 걸 유심히 보면 몸이 반짝거려서 중학교 과학 생물 시간에 배운 걸 실전으로 확인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수영장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시는 잠수부를 쿡쿡 찌르는 펭귄도 너무나 귀여웠다. 사육사가 먹이를 주지는 않으려나, 하고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시간대는 식사 시간이 아니었던지 먹이를 먹는 건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귀여운 펭귄을 실컷 봤으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펭귄 플레이그라운드가 멜버른 씨라이프 수족관의 마지막 구역이지만 어트랙션은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아이스 에이지 영화 4D 관람이다. 아이스 에이지 1이 개봉했을 때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더라 단편 영화를 호주에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언제나처럼 다람쥐는 도토리를 향해 달려가고 달려가는 도중에 타임머신을 잘못 건드려 주인공들이 사건에 휘말리는 줄거리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찾았는지, 또 찾으러 가야 하는 엔딩인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가서 엔딩을 확인하고 와야지...!
아이스 에이지까지 모두 관람이 끝났다면 정말 어트랙션과 씨라이프 수족관 투어는 모두 끝나게 된다. 출구로 향하다 보면 어김없이 기념품 가게가 보인다. 원래대로라면 사지 않을 성격이지만 저번에 멜버른 동물원에서 부엉이 인형이나 얼룩말, 사자 인형을 못 산 게 아쉽기도 하고 수족관 외에 다른 곳에서 인형을 팔지 않을 것 같아 냉큼 가장 작은 펭귄 인형을 집어 들어 결제했다.
짠, 호주 여행 4일째에 산 나의 펭귄 친구, 귀니다.
이 녀석은 아직도 내 침대 머리맡에 있다. 아까워서 아직도 가격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포동포동하니 통통한 볼따구가 귀여워서 자기 전에 조물조물하기도 하는데, 요 녀석 볼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처음 사서 사진을 찍은 야라 강이 기억난다.
그럼 지금 씨라이프에서 야라 강으로 이동한 거냐고? 맞다. 그렇다! 그렇지만 멜버른 남부로 이동한 건 아니고, 남부보다 더 밑으로 향한다.
멜버른 남부보다 더 밑을 향해 어디로 갔는지는 다음 이야기에 귀니와 함께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