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사일. 강추강추강추!!!
호주 여행 도시 전역을 관통하는 주제를 꼽으라면 그중 하나는 분명 브런치다.
아침 식사 시간과 점심 식사 사이에 먹는 브렉퍼스트와 런치의 합성어인 브런치는 나에게 있어서 멀고도 가까운 존재였다. 원체 게으르니 느지막하게 오전 11시가 다 돼서 일어나니 그때쯤 밥을 먹는다면 브런치지만 또 그 놈의 게으름이 ‘기왕 아침은 물 건너갔으니 아주 점심에 먹는 게 어때?’라고 속삭여 브런치는 한국에 있을 때 브런치 카페에 가서 먹어본 것 빼고는 이렇다 할 기억이 없다.
그렇게 호주 여행을 떠났고,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다니다 보니 정말 호주에서도 오전 10시 반이나 11시에 느긋하게 호텔을 나서는 생활이 일상이 됐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오후 1시에 점심을 먹을 수 있던 이유는 일어나서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이다. 즉, 체력 나갈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일어나서 열심히 돌아다닐 텐데 2~3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건 문장만 읽어도 너무 배고픈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호주에서 브런치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고, 오늘 소개할 곳은 그 첫 번째다.
크림퍼Krimper. 멜버른 센트럴 근처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로 여기도 역시 우리 호텔처럼 구석에 있다. 트램을 타고 서너 정거장을 지나면 멜버른 센트럴 스테이션 - 스탑 5라는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는데, 이 정거장에서 내려 구석구석 골목으로 들어가 식물이 가득한 가게를 찾으면 그곳이 바로 크림퍼다.
이 브런치 카페는 빈티지하고 식물이 가득한 느낌이었는데, 빈티지한 느낌의 카페는 한국에서도 많이 봤지만, 여기에 식물을 조합하니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사진은 크림퍼 안에서 자리 잡은 뒤 알라가 찍어줬는데, 뒷면에서 볼 수 있듯이 갈색빛 가득한 가구들 군데군데 보이는 초록빛이 눈을 편안하게 만든다. 참고로 내 앞에 있는 올리브 빛 병은 기름병이 아니라 물병이다.
우리는 코코아 두 잔과 베이컨&와플 (Bacon & Waffles), 아몬드 프렌치토스트 (Almond French Toast)를 시켰다. 먼저 나온 코코아가 진하고 따뜻해서 마시다 손을 대고 손을 녹이기도 했다. 내가 시킨 건 베이컨&와플이었고 알라는 아몬드 프렌치토스트를 시켰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고 그만큼 예쁘장하고 따뜻한 브런치가 우리 앞에 당도했다!
먼저 베이컨&와플. 벨기에 와플 위에 반숙 계란 후라이와 긴 베이컨 한 줄, 햄 슬라이스 두 개, 블루베리 잼과 메이플 시럽이 둘려 있었다. 그 외에 볶은 견과류도 뿌려져 있었는데 칼로 반숙 노른자를 톡, 찌르니 노른자가 천천히 흘러 와플 전체를 덮었다. 그 따뜻한 후라이에 베이컨, 잼과 시럽에 절인 와플을 잘라 먹으니 달달한 맛과 든든한 느낌이 입안이 가득하게 찬다. 식사라는 본분도 잊지 않은 듯, 넉넉한 와플양은 이제 슬슬 배가 부른다, 는 느낌이 들 때면 한 두 입 정도 남아 있었다.
알라가 시킨 아몬드 프렌치토스트는 또 어떻고! 도톰하니 꿀에 절인 부드러운 프렌치토스트 위에 꽃이 두 송이 아담하게 피어있는 모습에 눈이 호강했다. 토스트 위에 계란 후라이 작은 것과 그 곁에 있는 생크림과 크랜베리, 딸기까지 옹기종기 놓여있었다. 개인적으로 빨갛고 보랏빛 꽃으로 플레이팅을 한 게 신의 한 수였다고 본다. 몇 번을 봐도 봐도 예쁘다!
든든하게 브런치를 먹고 가방을 메고, 계산하는 내 모습.
맛도, 보기에도 훌륭하고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나니 얼굴이 절로 웃음꽃이 피어나더라!
호주에 다녀오기 전에 브런치를 챙긴 적도, 맛있는 브런치 카페를 다녀온 적이 없어 이번 브런치도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지만 애초에 브런치가 서양에서 온 문화가 아닌가. 실패할 리가 없지! 크림퍼는 한 번 더 갔으면 더 좋았을 브런치 카페였지만 아쉽게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었다.
그러니 다들 크림퍼 기억하셔서 나와 알라보다도 더 맛있는 메뉴에 도전해 성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