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동물원에서 본 공룡?!

칠월 이일. 멜버른 동물원

by 최칠칠


밥까지 든든하게 챙겨 먹은 우리는 온갖 맹수들을 보기 위해 ‘라이언 골지’ 구역에 도착했다. 아무리 드라이브를 꼼꼼하게 찾아봐도 사진이 보이지가 않아 이 글에 넣지 못했지만, 그때도 동물들이 하도 구석에 있어서 손톱만 한 사이즈로 봤던 기억이 있다. 몇몇 관에서는 아예 동물들이 나오지 않아서...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없다가 천천히 자연환경과 구분되면서 보였던 호랑이도 있었는데 이렇게 찾아보기 힘든 걸 보면 동물들이 사바나 같은 진정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똑똑한 방향으로 진화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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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라이언 골지 구역에 고양이 벽화와 온갖 맹수들이 그려진 벽화가 있어 그곳에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고양이 벽화는 구역 한 곳에 잔뜩 그려져 있길래 빵 터져서는 어딜 가나 고양이 집사는 똑같구나, 싶어 하며 사진을 찍었다. 벽화 속 고양이가 리얼하게 그려져 있길래 나도 착시 사진처럼 정말 고양이를 쓰다듬는 듯한 포즈로 찍어봤다. 찐집사도 아니고 강아지 파지만 그래도 귀여운 동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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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라이언 골지 끝부분에 가로로 길게 그려진 벽화! 이때는 핸드폰이 갤럭시여서 알라의 아이폰 파노라마 기능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광각이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그렇지만 넓은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지금 봐도 참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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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머리를 넣는 펠리컨!


마지막 구역은 바다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와일드 씨’였다. 와일드 씨를 들어가기 전 펠리컨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물속으로 머리를 쭉 들이미는 장면은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했다. 분명 물은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는데 집어넣었다 들어 올린 머리는 집어넣기 전과 마찬가지로 깔끔했다. 깃털에 있다는 기름 탓인가? 하며 와일드 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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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를 박박 긁는 물개


와일드 씨는 건물 안과 건물 밖이 연결돼 있었는데, 가장 크게 연결된 동물의 구역은 바로 물개였다. 건물 밖에는 물개가 밖으로 나와 다시 물에 들어가고 표면에서 헤엄치는 걸 볼 수 있었고, 건물 안에서는 물에 들어간 물개가 어떻게 헤엄치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꾸며둔 여러 가지 해초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흔들리는 물속 햇살과 그 안을 유유하고 부드럽게 헤엄치는 물개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멍하니 그 장면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개의 모습이 가렸다가도 다시 보이는 바람에 차라리 밖에 나가서 구경하는 것이 물개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겠다 싶어 우리는 건물 밖으로 호다닥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물개 쇼를 하는 것 같은 공연장이 있었지만, 우리가 겨울의 호주에 동물원을 방문한 탓인지 쇼를 열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동물들이 공연하는 모습도 학대처럼 보일 수 있으니 차라리 쇼를 보지 않았던 것이 더 나았다.


KakaoTalk_20201114_152102775_04.jpg 저화질을 뚫고 나오는 성질 더러움...


그 공연장 옆에 있는 구역이 바로 펭귄이었다! 펭귄 종류는 몇 없었는데 역시 가장 인상적인 펭귄은 남극의 깡패, 아델리 펭귄이었다. 아델리 펭귄의 모습은 사진이 아니라 영상에 남겨 브이로그에 있는데, 영상 캡처본으로 봐도 한 성깔 해 보인다...!




그렇게 와일드 씨 구역까지 구경하고 나오니 걸을 대로 걸어 지친 우리는 이쯤으로 멜버른 동물원 방문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와일드 씨를 나와 다시 동물원 입구로 돌아가기로 한 우리는 한가운데 동그랗게 펼쳐진 잔디밭을 발견했고, 멜버른 첫날에 잔디밭에 들어가지 못한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는 잔디밭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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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 들어가도 정말 아무도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왜 들어가지? 왜 저기서 사진을 찍어? 와 비슷한 종류의 눈길도 받지 않았다. 뭔가 그 해방감이랄까, 아무도 나를 모르고 그렇기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방인의 입장이 주는 독특함이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색감은 조금 흐릿해도 희미하게 보이는 미소가 더 자유로워 보인다.


사실 사진 찍는 잔디밭 맞은편에는 양서류와 파충류를 볼 수 있는 구역인 ‘렙타일 하우스 앤 월드 오브 프로그’가 있었지만 이미 지치기도 했고 개구리(...)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동물이어서 바로 패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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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가는 출구로 걷던 도중 발견한 공룡...!!


KakaoTalk_20201114_152102775_06.jpg 아래에 사람 다리가 보인다


이라고 착각한 공룡탈. 처음에 수풀 속에서 발견했을 때는 진짜 공룡인 줄 알고 너무 놀랐는데 공룡 발 쪽에 보인 사람 다리를 보니 진이 빠졌다. 그렇지만 수풀과 섞여 다리는 잘 보이지 않으니 다리만 잘 가리게 탈을 요모조모 뜯어고친다면 정말 조련사와 공룡 같은 듀오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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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출구 옆에는 기념품점이 있었는데, 원래 기념품점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편이지만 구경도 할 겸해서 이것저것을 들고 사진을 찍어봤다. 고로, 사진에서 쓰고 있는 모자도 내 것이 아니고, 부엉이 인형도 제대로 두고 왔다. 사실 인형은 살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렇지만 호주 올 때부터 내 캐리어는 빵빵했고 여기서 인형을 하나라도 더 샀다가는 나중에 기내 캐리어에 남은 짐을 구겨 넣을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눈물을 머금고 인형을 다시 제자리에 뒀다.


그렇다고 해서 기념품점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멜버른 동물원 자석과 에코백을 구매했다. 아주 어릴 적 캐나다로 유학 갔을 때도 나름 머리 굴려 사 온 냉장고 자석 구매는 몇 년이 지나도 고치지 못할 버릇인지, 이번에도 자석은 크기도 크지 않고 집에 있는 듯 없는 듯 붙여둘 수 있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하며 사 왔다.


그리고 에코백. 에코백를 구매하는 그 비용이 조류 보호 단체 기금으로 환원된다는 캐셔의 설명에 덜컥 구매했다. 계산대 근처 물품에 약한 것 같만 좋은 일에 돈을 썼으니 충동구매 치고 나쁘지 않았다는 자평으로 에코백에 자석을 담아갔다.




몇 년 만에 방문한 동물원이 멜버른 동물원이어서 들떴고, 그만큼 좋은 추억을 쌓았다. 이 기세로 우린 트램을 타고 퀸 빅토리아 마켓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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