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이일. 멜버른 동물원
멜버른에서 눈을 뜬 지 3일째. 오늘 스케줄은 멜버른 여행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틀 중 하루였다. 바로 호주 최초의 동물원인 멜버른 동물원과 멜버른의 재래시장인 퀸 빅토리아 마켓 방문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먼저 멜버른 동물원에 대한 걸 이야기해 보려 한다.
멜버른 동물원은 호주 최초로 지어진 동물원으로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역사가 오래된 곳이라고 한다. 동물원 구역은 크게 7개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구역도 1시간은 잡고 걸어야 할 만큼 정말 커다랗다. 우리는 그날 갈 곳이 동물원을 빼면 퀸 빅토리아 마켓 뿐이어서 느긋하게 다니기로 했다. 우리 체력이 받쳐주는 만큼...
그나저나 멜버른 동물원은 숙소에서 멜버른 박물관까지 가는 거리의 두 배라서 (드디어!) 트램을 이용했는데 이 트램을 타본 경험은 3일 차 브이로그를 이야기할 때 함께 적어보겠다.
트램을 타고 도착한 멜버른 동물원 입구다! 성인이 38달러로 비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동물원 표값이나 놀이동산 표값을 생각해보면 나는 싼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 모바일 학생증으로 5달러 할인도 받았다. 해외에 나가보니 대학생 할인 혜택이 쏠쏠했다.
각 구역을 둘러보는 데 1시간이 걸리는 만큼 멜버른 동물원 자체는 정말 컸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3곳을 둘러봤다. 차례대로 호주 대표 동물들과 조류를 볼 수 있는 ‘오스트레일리안 부시’, 육식 야생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라이언 골지’, 그리고 바다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와일드 씨’다! 그리고 외전으로 원형 공원에서 사진도 왕창 찍었다.
먼저 오스트레일리안 부시.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이라고 하면 누구나 코알라와 캥거루를 떠올린다. 우리도 그 동물을 기대하고 먼저 방문한 곳이지만 우리가 본 것 중에 캥거루는 없었다 ㅎ; 그렇지만 한국 동물원보다 더 가까이서 본 기린과 얼룩말, 그리고 바로 내 위를 날아다니는 황새와 앵무새 등 온갖 종류의 새들. 거대한 온실을 돌아다니며 평소 자주 보지 못했던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니 감회가 정말 남달랐다.
기린과 얼룩말을 가장 먼저 봤는데,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서 봤냐면 5m 정도 거리에 바로 얼룩말이 있었다! 얼룩말 허벅지에 있는 힘줄이 아주 조금이나마 보일 거리였다면 가깝다는 게 설명이 될까? 뭔가 문과에 갈 수밖에 없던 내 머리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조금만 더 힘내서 과학도 잘해서 수의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내 기억에 아마 캥거루는 그때 동물들이 지쳐 내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물원인 만큼 동물을 전시해 그걸로 돈을 버는 건 똑같지만 호주의 동물원이 조금 더 동물의 건강을 위하는 것만 같았다. 캥거루를 보기 위해 멜버른 동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텐데, 그 캥거루에게 휴식을 주는 걸 보면 말이다. 어쩌면 이것도 과대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오스트레일리안 부시 마지막 부분에서 코알라를 봤는데 정말이지 예상보다 더 작고 더 느린 귀여운 친구였다. 느으으리이이잇 느으으으으으리이이이이잇하게 움직이며 오물오물 무언가를 계속 씹고 있는데 그게 참 태평스러우면서도 쫑긋 귀여운 반달 모양 귀와 초롱초롱한 눈을 계속 보고 있자니 왜 다들 코알라를 그렇게 귀엽다고 침이 마르도록 감상평을 남기는지 알 것만 같았다. 코알라는 정말이지 호주에 다시 가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드는 동물이다.
멜버른 동물원이 얼마나 커다랬냐면, 고작 한 곳 둘러봤는데도 배가 고팠다.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안 부시 입구 앞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랩 요리를 먹었다. 멕시칸 치킨 랩과 그릭 치킨 랩이었다. 특별하다거나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음식은 아니었고, 케밥처럼 얇은 빵에 멕시칸 치킨 랩에는 토마토소스, 치즈, 닭고기가 있었고 그릭 치킨 랩에는 루꼴라, 치즈, 후추로 양념된 닭고기가 있었다. 값이 비쌌지만 비싼 값을 하는 듯 두툼한 크기가 자랑하듯 안에는 닭고기가 가득하게 들어 있었다.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우리는 지도를 펴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맹수들을 보러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