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끈적한 더위의 끝판왕’ 같던 여름도 드디어 끝이 보이는 기분이 드는 날이에요, 필화 님.
여름이 가는 것이 몹시 기쁜 한편, 너무나 두려운 가을이 기다리고 있어서 - 제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바빴던 해는 여름 내내 평균 수면시간이 3시간 정도였던 1998년이었는데, 올해도 못잖을 듯해 두렵습니다 - 기대 반 긴장 반입니다.
이러나저러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리고요.
이번에는 책 소개를 아주 상세하게 해 주셔서, 그것도 제가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 몹시 흥미진진했습니다. 필화 님께선 《리진》을 '그야말로 아름답고 슬프고 좋은 책'으로 소개하셨군요. 그 문구를 조금 변주해서, 저는 '그야말로 아름답고 잔혹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슬픈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긴장해 주세요!
솔직히 말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이 말도 여러 번 쓴 것 같…)
제 생각엔, 필화 님은 이 책을 못 읽으실 것 같습니다. 꼭 읽으시라고 권유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일전에 《SWEEP》을 가져왔을 때도 심적으로 힘들어하셨잖아요? 이 책은 《SWEEP》의 백 배쯤 무겁고 천 배쯤 슬픕니다.
제가 말한 그대로, 잔인하며 잔혹하고, 심지어는 혐오스럽게 느낄 수 있을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결국 이 책을 소개하기로 힘겨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윤리의식이나 어떠한 도덕적 성찰조차 없이 내달리는 작금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몹시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의 인공지능 관련한 R&D가 게임판처럼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분들이 왜 그러시는지는 알겠어요. 부분 이해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에요. 현실은 피드백만큼이나 성찰이 필요합니다.
바로 직전의 어떤 명확한 한계(최대 스코어)를 경신하고 무조건 다음 스테이지로 진출하는 것만이 목적인 것처럼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그리하여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증유의 세계를 불러오고야 말 그것이 차분히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마냥 두렵게 지켜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한 번쯤 돌이켜 짚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것이 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 누구도 몰라요. 형체를 식별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다음에는, 글쎄요. 모르겠군요. 방금 게임 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상업 영화처럼 표현하자면 꼭 '굳이 풀지 않아도 될, 고대의 봉인을 기어코 풀겠다고 낑낑거리며 매달리는' 레인저들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지금 이 문장에는 특정한 품사가 (의도적으로) 생략돼 있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절대로. 누군가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저 지금 소설 첫 문장 쓰는 거 아닙니다. 현실 얘기 하는 거예요(쓸까 보다).
이 간단한 진리를 누구나 마음에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요즘처럼 절실하게 품어본 적이 없습니다.
문명과 편리는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앞으로도 앗아갈 겁니다. 인공지능이 인간 문명에 완전히 뿌리를 내릴 때, 우리는 정말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21세기의 러다이트의 주동자가 될 생각이냐? 라면, 그럴리가요. 저는 신기술에 늘 우호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후, 그만해야겠습니다.
아무튼 《비밀》을 소개합니다.
《비밀》
시미즈 레이코라는 이름을 아실까요.
실로 아름답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림을 그리시는 작가입니다. 스토리의 짜임새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만화 좀 본다 하는 이들 중에서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을 한 번쯤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달의 아이》, 《월광천녀》와 같은 스케일 큰 걸작들을 만들어 내셨죠.
《비밀》의 시대 배경은 2050-2060년대입니다.
도쿄에는 과학경찰연구소 법의제9연구실, 통칭 제9- 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사망한 범인 또는 피해자의 손상 없는 뇌를 확보하여 MRI 스캐너에 넣어 그가 생전에 본 영상을 전부 재현하여 그 안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라는 것이 어디 플로우 차트처럼 흘러가는 것이던가요. 우리만 해도 이 생각하다가 느닷없이 엉뚱한 생각으로 점프하기 일쑤이고, 남들 앞에서 차마 말 못 할 생각도 종종 하지 않던가요.
아무리 사후라고 해도, 누군가가 우리가 죽기 직전까지 최신 5년간의 데이터를 영화처럼 만들어 관람한다고 하면, 얼마나 소름이 끼칩니까.
바로 그 점에서- 피해자의 은밀한 생각과 사생활조차 낱낱이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에서 ‘제9’는 인권단체의 강력한 비판과 직면해 있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 해도, 한 사람의 비밀을 바닥까지 파헤쳐볼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대전제는 섬찟함을 넘어 등골이 서늘해지게 합니다.
그러나 제9의 인물들은 철저하게 인간적인 선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자신들이 망자의 내밀한 사적 영역을 들여다보는 일에 대해 분명한 도덕적 규범을 내면화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그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제9를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적인(그리고 초절정 미소년 같은…) 실장 마키 츠요시 덕분입니다. 그럼,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슈퍼파워가 있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도덕성을 유지하고 있느냐? 그건 바로 그가 지독히 회의하고 반성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명확한 도덕적 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사건 해결을 위해 그 선을 위험천만하게 넘으려 할 때 반드시 그에 대한 지적과 치열한 자기반성이 뒤따릅니다.
저는 이 작품의 가장 훌륭한 점은, 아무리 인간의 편의 내지는 그럴듯한 당위를 가진 신기술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윤리적 책무를 아울러야 함을,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어떤 ‘선’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이 인간됨의 도리임을 일깨우고 있다는 데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작중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아오키 이츠코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의 한 축을 담당하고, 다른 주인공인 경시정 마키 츠요시는 고통의 축을 맡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이 각각 담당하는 서사의 축이, 작품 전체를 완벽한 차원을 가진 현실로 일으켜 세웁니다. 두 인물이 인생에서 상징하는 바가 너무나 명징해서 이 이야기를 현실처럼 느끼지 않기는 몹시 힘듭니다.
"당신은 유능한 감찰의로 실력도 뛰어나요. 만약 여기에 시체가 있어서 100명의 감찰의를 불러놓고 시험을 보듯이 시간을 잰다고 하면 당신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부해서 사인과 사망시간을 추정해 낼 수 있는 감찰의는 없을 겁니다.
머릿속의 방대한 데이터와 눈앞에 사체 상태를 종합해 즉각적으로 사인을 밝혀내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요.
하지만- 그런 만큼… 당신은 결정적으로 상상력이 부족해요.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을 둘러싼 행복한 인생밖에 상상 못 하죠. 죽은 자의 인생을- 사건을 포함한 사회를 부검하지는 못해요.
자신과 거리가 먼 불행한 사람들, 매일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으로 가득한 희생을- 이 사회 밑바닥에 존재하는 어둠을- 상상하려 하지 않아.
볼 생각조차 안 해.
아무리 경험을 쌓아도 변하지 않아요. 그것은- 감찰의로서 치명적인 결점입니다."-5권 중
저는 이 대목에서 순간 읽기를 멈췄습니다.
작가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이, 이 작품의 주제가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필화 님이 ‘그녀가 죽기 전에 왕비를 떠올리며 왜 그녀의 죽음이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를 깨닫는 장면도 참 아름답다고 느꼈어요.’라고 하셨는데, 타인의 삶의 흔적을 보고 그의 삶의 고통을 추체험하는 일은 힘겹지만 꼭 필요하지 않을까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타인의 아픔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일
타인의 아픔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일,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하는 일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매 에피소드를 읽어나가면서 눈물이 고이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모든 이야기들이 다 슬픕니다. 슬프고 아픈데, 우리 모두가 뉴스에서 한 번쯤 접했던 사건들이기도 하지요. "읽으시라!"고는 못하겠지만, 이런 작품이 있음은 알리고 싶어서 장황하게 썼습니다. 정말로 대단한 수작입니다. 평온한 일상을 누리던 사람의 안온한 정신을 뒤흔들고도 남을 만큼 강렬한 이야기죠.
오랜만에 쭉 가라앉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음 번엔 조금 명랑한 책을 선정하도록 노력해 볼게요(장담은 못하지만 ㅋㅋ)! 그럼, 오늘도 부디 좋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안녕하세요, 담화님.
오늘은 조금 정중하게 인사를 해봅니다.
인공지능의 연구 개발이 그 어떤 제재 없이 앞서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염려하시는 담화님의 마음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담화님 같은 분이 계시고, 《비밀》같은 작품으로 인해, 또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는 선한 마음의 사람들 덕분에 그 선은 지켜지리라 낙관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요즘 영화 <오펜하이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핵폭탄 개발 이후에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인류는 이 지구라는 마을에서 공생하고 있으므로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철저한 나비효과로 그 칼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이번 코로나 때도 그랬고요. 조금은 더 나은 세계가 되기를 바라보면서 염려를 잠재워 보아요.
담화님이 소개해주신 《비밀》은 참 좋은 책인 것 같아요.
물론 개별의 사건은 너무 모공이 송연해질 정도로 무서울지 모르나, 작가의 메시지는 엄중하게 선을 그어주고 있으니까요. 앗, 그러고 보니 우리 만화책 소개는 처음이네요? 저도 만화책 좋아합니다. 물론 그 소화량은 담화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겠습니다. 그래서 만화책 소개는 저에게 무리군요.. 아 아쉽다.
그 대신 일본 드라마 얘길 좀 해볼까 봐요... 소싯적에 어마어마한 일드를 섭렵한 자로써 그냥 넘어갈 수가 없으니까요. 일본 드라마는 형사물, 추리물이 아주 많이 상영되는 편입니다. 매 시즌 한 두 개 정도는 반드시 있더라고요. 인기 있었던 작품들은 시즌제로 상영되기도 합니다.
살인사건이나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으로는 천재 물리학자나,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절대 기억력을 가진 형사이거나, 텍스트•소리• 냄새 등에 민감하여 그것을 기억하고 연관시키는 능력이 있는 고기능성 자폐증(저는 이 표현을 싫어하지만, 드라마상의 설정이니 그대로 표현할게요) 환자이거나 혹은 아주 작은 힌트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형사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사건 수사의 핵심은 피해자가 쓰러진 자리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을 상상해 보거나 몽타주, 유류품, 프로파일링 등도 있고, ‘범인은 반드시 범행 장소에 다시 온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하고요.
무엇을 소재로 하든 항상 등장하는 것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익을 위해 바른 선택을 하는 주인공입니다.
조금은 뻔한 구조나 만화 같은 설정에 답답할 때도 있지만, '아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구석구석에 숨은 ‘작은 영웅’들의 노력으로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여담입니다만, 여기까지 쓰고 보니 담화님이 5회 차에 소개해주셨던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저는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바른 선택’을 담은 책들을 고르고 싶었는데 다 너무 저널리즘에 가까운 책들이라 고민 끝에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꺼내 들어 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이 책이 적당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지난 번에도 서가에 얌전히 꽂혀 있던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보고서 얼마나 통탄을 했던지... ‘이 책 소개할 걸...’ 이러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뭐 지나간 일이고, 다음에 또 이 책을 소개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오늘도 거침없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교수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죠.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담화님께서는 AI의 거침없는 질주를 걱정하셨으나,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앞에서 잔혹하기 그지없는 익명의 악마와도 같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이 책은 <새치기>, <인센티브>,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삶과 죽음의 시장>, <명명권>이라는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아주 충격적이었던 4장 <삶과 죽음의 시장>에서 한 이야기를 가져와보았습니다.
데스풀(Death Pools, 유명인사의 사망 시기를 추측하는 게임)
...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에게 상금 3천 달러, 2등에게는 500달러가 돌아간다.... 진지한 참가자들은 사망 예측 대상을 가볍게 고르지 않는다.... 일부 게임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사망을 예측한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데스풀은 인터넷보다 출발이 일렀다....
유명인사의 사망 시기를 놓고 도박을 벌이는 것은 일종의 오락 활동이다. 누구도 그러한 종류의 도박으로 생계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데스풀은 말기 환금과 청소부 보험과 똑같은 도덕적 문제를 안고 있다.... 누군가의 생명을 놓고 도박을 하고 그 사람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행위는 잘못된 것일가 하는 점이다.... 데스풀 게임의 도덕적 비열함은 주로 게임이 표현하고 조장하는 죽음에 대한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태도는 죽음에 집착하면서도 죽음을 가지고 장난하는, 강박과 경박함의 불건전한 혼합이다. 데스풀 참가자들은 단순히 도박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공유한다. P. 196~198중 일부 발췌
매우 충격적이지요. '사람의 죽음을 오락의 소재로 삼다니, 인간이 어쩌면 이리 악할 수 있단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릴 때, 성선설을 믿었어요. 당연히! ‘어째서 성악설이라는 게 동시에 존재하여 이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커갈수록 인간은 악한 본성과 선한 이성이 싸우는 가운데 성장해가는 존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과연 그 위용과 건축미는 대단한 것입디다. 그러나 그곳이 검투사들의 피가 흘러넘치는 장소였음에도 대단한 관광지가 되어 있다는 것에도 충격을 받았지요. 그 뒤에는 역시 자본주의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위대한 문화유산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데스풀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돈과 흥미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오락거리를 놓칠 수 없겠지요. 그것은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경기를 관람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과연 인간은 도파민의 노예가 되면 이성을 잃고 합리화하는 것인가 봅니다.
담화님이 써주신 《비밀》의 인용문에서 ‘자신과 거리가 먼 불행한 사람들, 매일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으로 가득한 희생을- 이 사회 밑바닥에 존재하는 어둠을- 상상하려 하지 않아. 볼 생각조차 안 해.’라는 부분을 다시 한 번 읽어봅니다...
어쩌면 인간은 원래 그런 게 정상일지도 모른다는 시니컬한 생각을 해보게 돼요.
그럼에도 편지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지요.
본성을 거스르고 이성적으로 자제하고 품위 있게 살려고 하는 선하고 바른 마음의 인간의 이성은 어디에서 어떻게 학습이 되는 것인가?하는 질문도 던져보게 됩니다.
양단의 뒤에는 어떤 영향력과 원동력이 있을지, 양극 사이에는 어떤 것들이 촘촘히 메워져 있을지 궁금합니다... 《비밀》같은 만화일까요? 아니면 영웅적 소시민일까요?
아 이 부분은 저의 개인적인 신앙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더 재미있는 토론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요즘 시국이 하수상한데 이런 화두를 던져놔도 되는 것인가... 하는 염려도 드는군요.
담화님
이 것에 대해서는 답은 꼭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저 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던져둔 것이니까요. 이렇게 질문을 던져두면 언젠가는 어떤 책 속에서, 어떤 이의 말 속에서, 어떤 사건 속에서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게 마련이니까요. 아 제가 혼자 뭐 이런 질문들을 가끔 던져두고 삽니다.
낮에는 폭염경보가 울리더니 밤바람은 시원합니다. 저희집 고양이 호야도 창가에 앉아 바람을 즐기다가 잠이 들었어요. 저도 이만..... 무거운 주제를 던져놓고 가서 미안하기도 합니다만, 다음 번 편지는 예전에 담화님이 말씀하셨던 “뇌내 명랑수치”를 높일 수 있는 책으로 만나요.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