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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May 12. 2020

코리빙 사업을 리드하는 공간 문법

g.style 코리빙 Trend  Insight


가끔 우리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공간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공간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과 그 속에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는 것인데요. 이것이 짓기와 거주하기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1회에 코리빙의 타깃을 밀레니얼 세대로 정의했습니다. 그럼 과연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코리빙이란 집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칼럼은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현재 코리빙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는 PM분들의 이야기와 간삼 코리빙팀과 외부 관계자분의 경험담을 정리하고 재해석한 이야기입니다.



1.코리빙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다수의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사용자적 측면)



Co-living은 방하나 빌려 쓰는 Co-location과는 다릅니다. 단순히 공간이 멋진 공유주택에 사는 목적보다 자기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선택하고 머무는 곳이 코리빙입니다. 요즘은 매력적인 이웃과 적정 비용으로 공존할 수 있는 커뮤니티 복합공간이 갖추어진 코리빙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취미와 라이프스타일중심으로 함께 사는 특색 있는 소규모의 코리빙에서 지금은 주거, 업무, 창업환경이 공존하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프리랜서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2010년 전후 코워킹 스페이스와 함께 코리빙 스페이스가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하는 공간에 함께 머무는 기능이 보태지면서 새롭게 생겨난 코리빙 스페이스는 새로운 직주근접의 라이프 공간으로 탄생합니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개인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주거, 업무, 창업 환경을 조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창업이나 업무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낮춰서 개인이 안정적으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세개의 사례는 새로운 일과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코리빙입니다.



체인지 메이커의 일과 삶을 위한 공간

: 헤이그라운드 & 디웰하우스


성수동의 헤이그라운드가 체인지 메이커의 일터(코워킹 스페이스)라면, 디웰하우스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삶터입니다. 소셜벤처의 메카인 성수동에 자리 잡은 헤이그라운드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아닌 코워킹 커뮤니티라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디웰하우스에 머무는 체인지 메이커들은 입주민을 선정할 때 인터뷰와 네트워킹 식사까지 마쳐야 입주가 결정됩니다. 체인지메이커는 스타업 CEO 등 창업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 보니 관심분야와 목표가 비슷한 식구와 함께 창업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기회와 정보도 적극적으로 주고받으며 업무적인 시너지뿐 아니라 생활에서 주고받는 유대도 특별하다고 합니다.



동네 생태계를 고민하는 코워킹 코리빙 스페이스

: 로컬스티치


영국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직군의 젊은 청년들이 500명 이상 함께 살 수 있는 더 콜렉티브 (The Collective) 등의 커뮤니티 하우스 기업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통이 좋은 곳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머무는 장기 공유 호텔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동네 호텔을 개조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여러 동네에 코워킹 코리빙 공간을 만들어가는 곳으로 로컬스티치가 있습니다. 김수민 대표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 접할 수 있는 콘텐츠와 기회가 많아져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좋은 동네"라고 말하며 다양성이 있는 동네에서 일하고 사는 생활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자기다움이 있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공간

: 인디워커스 & 엔스테이블


스테이블을 기획한 곳은 공유공간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 운영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리빙 공간을 개발하면서 공간을 조성하기 앞서서 비슷한 필요를 가진 크리에이터 그룹을 커뮤니티로 연결하는 것을 선행했다고 합니다. "커뮤니티가 먼저 공간은 그다음" (Community First, Space Second)과 같은 콘셉트를 지향하고 여러 실험적인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을 우선 실행해 보면서 사용자를 차츰 더 명확하게 정의하고, 페르소나에 부합하는 환경까지 결정해가며 코리빙 스페이스를 만들어 갔습니다.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경험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확실한 색을 입게 됩니다.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가에 대한 이해는 공간을 설계하고 구축하는데 중요한 요인입니다. 입주자를 의사결정에서 제외된 소비자로서 인식하지 않고, 개개인을 주체로서 인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코리빙이 늘어나면서 미래의 거주자의 특성을 백분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간 문법이 될 것입니다.  





2.코리빙은 독립된 공간과 공유하는 공간의 접속방식에 따라 특징지어진다.

(공간 구성적 측면)



독립된 공간은 최소 단위로 침대와 의류 수납공간 책상을 사용하는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공간이 벽으로 구분되어 있느냐의 여부가 코리 빙의 구분은 아니고 1인 실과 다인실을 구분 짓는 서비스 구분 기준이 됩니다.


공유 공간은 키친 거실 욕실 화장실 등의 주거에 필수적인 요소와 독서실 운동시설 영화관 오락장 루프탑 등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편의를 위해 만든 공간으로 구분합니다. 신사업하시는 분들은 전체 구성원 1/3 이상이 쾌적하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하며, 서비스 퀄리티에 따라 비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독립공간 대 개인 공간의 비율을 8:2 정도로 보기도 합니다.


각 코리빙 마다 독립공간과 공유 공간의 조합 사례를 보면  올드 오크는 2실, 쿼터스는 4실, 플랫 메이트는 6실이 하나의 유닛을 구성합니다. 쿼터스 같은 경우 이름처럼 4개의 방이 하나의 공용공간(거실이나 주방 화장실)을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수용인원과 방의 개수를 적절히 산정하여 코리빙을 합리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수익적 측면과 연결되지만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하게 기획해야 합니다.


출처 : 간삼건축 노고산동 코리빙 제안서



아래의 개념도는 오스카 뉴먼의 영역 위계 다이어그램을 코리빙에 적용하여 구성한 것입니다. 이 원리는 비단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코리빙에도 비슷하게 적용이 됩니다.


출처 : 간삼건축 서교동 공유 복합시설 제안서


공적 공간 (Public Space)은 입주민과 동시에 함께 쓰는 공용 공간으로 때로는 외부인에게도 개방된 공간으로 카페 등 상업시설, 로비, 라운지가 해당됩니다. 코리빙과 도시의 접촉점으로 동네의 콘텐츠를 받아들이기 좋은 곳입니다.


준공적 공간 (Semi Public Space)은 공적공간이되 사적 생활 영역들과 직접적인 교류가 가능한 공간으로 시간별로 나눠 쓰는 공용공간 입주자 전용 리셉션 위킹 룸, 미팅룸, 헬스장, 공용세탁실, 공용 주방으로 구성됩니다. 멤버십 서비스로 운영되기도 하고, 일부는 수익을 위해 일반인에게 제공되기도 합니다.


준사적 공간 (Semi Private Space)은 사적으로 쓰이나 공적 공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공간으로 층별 커뮤니티, 다인실의 공용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층별 커뮤니티 공간은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친하지 않은 입주민들의 분쟁의 장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한 가구 레이아웃과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 공간은 공유 호텔화 되는 코리빙에서는 축소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사적 공간 (Private Space)은 개인이 사용하는 완벽한 프라이버시가 존재하는 독립된 공간입니다.



오스카 뉴먼이 이렇게 공간을 구분하는 사고는 사적 공간과 공적공간이 만나는 방식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사적 공간이 급격하게 공적 공간에 노출되지 않도록 중간 성격의 매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입니다. 코리빙도 이런 매개 공간이 필요하지만 제삼자가 관리하는 집으로 독립된 공간과 공유공간의 on-off가 가능한 설계 또한 중요합니다. 이는 입주민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제삼자의 관리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에는 전염병 이슈에도 민감한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설계 시에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3.코리빙은 정서적 교감과 사회적 연대의 공간이자 시스템이다.

(사회적 측면)



 Community First, Space Second! 스테이블이 만든 코리빙의 경우 공간을 조성하기에 앞서 유사한 정서와 필요를 가진 커뮤니티로 연결하고 그 후에 코리빙, 즉 공간을 기획합니다. 이는 정서적 교감이 없이 하드웨어만으로 구성된 코리빙은 그냥 공동주택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입주민의 정서적 교감 공간은 다인실에서 함께 사용하는 OUR SPACE (준사적 공간)이나 층별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진다면, 사회적 연대는 입주민 간의 연대는 물론 입주민과 지역주민을 포함하여 지역사회로 확장된 연대를 말하며 저층부 상업시설에서 이루어집니다.

 

출처 : 간삼건축 서교동 공유 복합시설 제안서


도시와 접속되는 저층부의 상업시설을 계획할  일부분은 창업 공간으로 임대해 주고 지역 소상공인의 지속 가능한 활동에 대해 고민하는 코리사업주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만들며 지역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코리빙의 저층부 공간은 골목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동네의 분위기 스케일과 콘텐츠로 로컬리티를 살리는 공간으로 디자인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코리빙은 입주민에게  와 닿는 심미적 공간으로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디자인적 측면)



저렴한 임대료가 본인의 소득 수준을 반영한다고 착각하는 한국사회의 왜곡현상은 주거 수준이 열악할수록 주변인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오래된 원룸 건물은 관리가 안 되어 점 점 더 낙후되고 사는 사람의 마음도 황폐해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그러나 제삼자에 의해 관리되는 코리빙은 다릅니다. 같은 임대료이면 함께 사는 집은 좀 더 화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업주도 있습니다. 반면에 리빙은 커뮤니티와 콘텐츠의 감도를 높이기 위해 입면과 실내 디자인을 최소화하여 손익적인 부분과 관리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사업주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경험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확실한 색을 입게 되는 코리빙의 디자인은 사용자를 최대한 배려해야 합니다. UX 디자인을 고민하는 동시에 실내의 디자인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과 결을 같이 하는 분위기로 녹아 있어야 합니다.





5.코리빙은 제삼자가 관리하는 곳이다.

(운영적 측면)



거주자가 관리하는 곳은 진정한 코리빙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물리적인 공간의 관리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코리빙은 단순히 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삼자인 관리자의 역할과 관리범위 또한 서비스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공간은 물론 사람들의 관계까지 케어해 줄 수 있는 객관적인 제삼자의 관리가 코리빙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공유 주거가 공유 호텔처럼 운영되면서 호텔식 서비스도 제공되는 그런 서비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객관적인 주체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물리적인 공간 구성에서는 공동주택과 다르게 호텔처럼 BOH 관리 동선의 합리적인 설계가 중요합니다.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는 후미진 공간과 입주민 분쟁의 장소를 줄여가는 디자인이 중요해 보입니다. 시설의 관리뿐만 아니라 입주민간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 또한 커뮤니티 매니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사람 간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집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키워드인 '공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도 흔들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19는 개인의 삶에 '고립'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혼자 일하고 혼자 즐기는 나홀로족이 급증하면서 원격근무 등 고립형 업무도 안착되어가며 우리는 일하는 장소의 변화가 아닌 삶의 방식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환상이 깨졌을 뿐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졌다고 해서 사회적 관계의 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앞으로의 코리빙에도 피하기 어려운 변화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립은 단기 처방으로 남길 바랄 뿐입니다. 결국 우리는 공간적 물리적 시각적인 요소를 체계적으로 기획해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적 요소의 연출과 매끄러운 운영에도 심혈을 기울이며 함께 살아가는 집을 만드는 것을 이어가야 합니다. 다음 에는 코로나 19 이후 언택트(비대면)가 이슈로 떠오르는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에도 불구하고 함께 놀고 일하고 살아가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코리빙의 새로운 커뮤니티와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해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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