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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ul 31. 2019

체육관 옆 도서관

지적 토대와 몸만들기는 한 곳에서

약속 없는 퇴근길에 종종 고민을 다. 헬스장을 갈까 서점을 갈까. 두 곳이 가까우면 좋을 텐데. 그런데 꼭 돈 들여 운동하고 책 사봐야 하나. 집 근처에 도서관과 생활체육시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몇 정거장 더 가도 교보 있는 롯데몰 헬스장으로 끊을 걸 그랬나...... 대규모 새 아파트 단지 사는 친구들은 좋겠다.


도시에서 공공건축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기술과 예술성, 사회성이 집약된 결과물로서 그 지역의 건축문화를 선도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라 배웠다. 자그마치 20년 전에. 하지만 앞으로의 공공건축은 더 작게 쪼개져 일상의 삶으로 스며드는 편리하고 친절한 건축이자 시설이었으면 좋겠다. 건축하는 나조차 건축적인 어떠함보다 내 살림에 보탬이 되는 콘텐츠들이 많은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개인적으로 공공건축 기획에도 관심이 많다며 넙죽 받은 일. 그것은  주민복지시설 기획으로 전체적인 콘셉트, 스페이스 프로그램과 규모를 정하는 것이었다. 작업하면서 정리한 것을 직업윤리와 상도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나눠볼까 한다.



1. 다케오 시립도서관 (일본)


사회성 : ★★★★

디자인성 : ★★★★☆

사업성 (지속 가능한 운영) : ★★★★★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이 담긴 지적 자본론을 읽으며 알게 된 시립도서관 사례이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보다 시민가치가 높은 시설로 만들기 위해 CCC가 운영하는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콘셉트를 도입하여 민간 위탁으로 도서관 운영 및 부속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도서관이지만 서점의 성격을 갖는 부분은 다이칸야마 츠타야 노하우를 활용하여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도서 분류방식 및 공간배치를 따른 것으로  잡지와 문구를 판매하는 라이프 스타일 샵이 있다.  또한 30~40대 직장인을 위해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개관을 하고 스타벅스 카페가 입점하여  커피와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른들의 문화공간이다. 츠타야 위탁운영으로 5만 인구의 도시에 일 년간 100만이 다녀갔고,  임대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도서관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츠타야 덕을 톡톡히 본 격이다.

사진의 서가는 무주공간으로 넒어 보이나, 사진과 다르게 연면적은 1,150평 정도로 적당한 도서관?
왼쪽이 어린이 도서관 오른쪽이 다목적 셰어룸

다케오시 어린이 도서관은 2017년 10월에 개관했다. 육아지원 시설에 대한 필요에 따라 다케오 시립도서관 옆에 별관 형태로 건설된 세대를 넘나드는 교류와 학습이 가능한 도서관이다. 2층은 푸드코트를 만들어 음식을 먹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다목적 스페이스는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다케오시로 돌아오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기존 CD&DVD 렌털 룸을 리모델링하여 중고생 대상의 학습실과 직장인 대상의 워크 스페이스로 함께 사용하는 셰어 룸이다. 주목할 점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어른들이 일하는 모습을 접하게 하여 지역에서의 진로를 모색할 수 있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나도 백수 시절에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곳에 학업과 취업준비 말고도 창업을 도와주는 제도와 시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2. 보드스코프 문화 스포츠 센터 (덴마크)


사회성 : ★★★★

디자인성 : ★★★★☆

사업성 (지속 가능한 운영) : ★★★


덴마크의 보드스코프 문화스포츠센터는 지역 협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통해 기존의 전형적인 스포츠센터를 마을 전체의 모임 장소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현재는 마을 거주민의 모든 스포츠 활동과 문화활동의 공간이 된 사례기존 실내 스포츠 공간에 도서관, 카페, 주니어 클럽 등 주민 커뮤니티 관련 시설을 집적해 놓았다. 규모는 470평 정도이다. 주니어 및 유스 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피트니스, 체조, 댄스, 노인운동(브린지, 빙고, 데이케어)을 운영하는 세대통합 복합 체육시설이자 도서관이다.




3. 민나노모리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 (일본)


사회성 : ★★★★

디자인성 : ★★★★

사업성 (지속 가능한 운영) : ★★★

지식허브(기후 시 중앙도서관) + 우호 허브(시민활동교류센터 및 다문화 교육 플라자) + 문화 허브(홀, 갤러리, 테라스)로 구성된 다목적 시설이다. 목조 격자 지붕과 글로브(2층 천장에 매달린 11개의 우산 같은 반투명 오브제)를 조합하여 큰 집과 작은집을 형상화함으로써 활기찬 마을의 모습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이토 도요 건축가의 작품이다. 평면 구성을 넓게 펼쳐진 커다란 마을과 같이 디자인하여 도서관 시민교류센터 전시 갤러리 등 각각의 기능이 구분되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일체감 있는 시각적 관계를 만들어 준다. 벽을 없앤 개방된 공간에서 마치 거리를 걷는 것과 같은 자유로움을 느낌과 동시에 글로브로 구분된 공간에서는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4. 템피니스 허브 (싱가포르)


사회성 : ★★★★

디자인성 : ★★★

사업성 (지속 가능한 운영) : ★★★★

2017년 8월 싱가포르 도시철도 템피니스 역 근처, 옛 템피니스 스타디움과 스포츠 홀이 있던 자리에 싱가포르 최초의 종합 라이프 스타일 허브인 템피니스 허브가 (OUR TAMPINES HUB, OTH) 오픈했다. OTH는 싱가포르 시민연합이 주도하고, 시민들의 복지, 주택, 문화, 근로 등을 담당하는 13개의 공공기관이 개발자로 참여했으며, 주민 15,000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기획했다. 개발자들은  OTH 성공을 바탕으로 향후 제2 제3의 허브를 싱가포르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복합 건물 내에는 축구장과 도서관 외에도 수영장 커뮤니티센터, 푸드센터, 슈퍼마켓 등이 들어서 있다. OTH에 방문하는 시민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스포츠 및 문화시설을 이용하면서 같은 공간 안에 있는 다양한 판매시설, 식당, 클리닉 등을 논스톱으로 이용하게 된다. 즉 OTH의 수익은 저렴한 스포츠 및 문화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매일 OTH를 찾는 시민들의 집객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다. 임차인들은 1일 3만 시민의 일상적인 소비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런 판을 깔아준 OTH에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공공시설이 상업적 배경을 입고 사람들의 삶 속으로 개인의 일상생활 가까이로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중 5층 규모의 템피니스 도서관은 3,300여 평의 면적에 약 40만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템피니스 공공도서관은 축구경기장을 품에 안은 모양을 하고 있다. 책 읽기에 지치면 유리창 너머 축구경기를 보거나 건강 서가 옆에 놓인 사이클을 탈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체력단련까지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템피니스 공공도서관은 2017년 8월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면적을 70%나 확장했다. 기존 도서관 단독 건물에서 상업지역으로 이주한 싱가포르의 첫 번 째 공공도서관이다.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지역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이익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하려는 슈퍼 도서관으로의 변신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상업시설로 도서관 이전을 추진하는 싱가포르의 정책 결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오픈 당일 싱가포르 총리는 OTH가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와 리테일을 공급하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허브로서 "퇴근하는 길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한다.




“ 10분 동네 ” 개념도
모든 시민이 자기 집 주변에 걸어서 10분 거리 안에 도서관, 국공립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 공원, 생활체육시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편익시설들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시를 지향하는 공간 정책 슬로건.
“ 복합 공유시설 ”
공공시설 인프라를 만들어 갈 때,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한 건물 안에서 제공. 기존의 공공 서비스가 공급자 입장에서의 단일 서비스 제공이라면 이곳은 시민의 니즈 중심으로 연관된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큐레이션 후 제공하는 시스템.




 

얼마 전에 지방 신도시 아파트 동네에 들어서는 상업시설  디자인 전략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상업시설을 단지 주민들에게 어떻게 어필할까 하는 것이 주된 고민이었다. 시민들에게 정서적 공감을 얻고, 사업주에겐 수익을 담보해주는 시설이면 좋을 것 같았다. 리테일 잡지를 정독하고 하나의 단어로 카피한 것이 문화 인프라였다. 유료이긴하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공공시설처럼 각인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동의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장사는 되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동네 커뮤니티 집결지에 모여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기며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나누는 곳. 돈이 좀 들겠지만.


가장 상업적인 장소가 공공적인 장소이다.
가장 공공적인 장소가 상업적인 장소이다.


나도 동네 도서관에서 스벅 커피 마시며 책 빌려 보고, 굿즈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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