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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Sep 01. 2019

아는 도시 로테르담 살아 본 현지인처럼

세 번째 날


전 날의 폭풍 투어 덕분에 다음 날에는 조금 느린 호흡으로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 들러본 뮤지엄 파크로 가서 쿤스탈에서 전시를 보고 점심도 먹고, 건축가협회 책방에서 책도 보면서 현지인처럼 조금 느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에는 전철을 타고 평화로운 마을 스파이크니스에 다녀왔습니다. 이 날은 화창한 날씨였고 조금 열이 올라 상기되었지만, 긴 하루였고 잊지 못할 평화로운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유는 뮤지엄 파크에 도착한 후에나 찾아왔으니, 아침에는 지난 저녁에 정탐한 에라스무스 대학 캠퍼스 곳곳을 거쳐서, 도심에서 벗어나 반 넬레 팩토리에 다녀왔습니다.





로테르담 근교와 스파이크니스(Spijkenisse)


로테르담 중심가에서 반 넬레 팩토리는 9시방향, 에라스무스 대학교는 3시방향, 스파이크니스는 로테르담 중심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곳으로, 로테르담에 머무르며 반나절 다녀오기 좋은 곳입니다.




노란 불빛이 참 이국적이지 않아요



에라스무스 대학은 로테르담에서 동쪽 세시 방향인 외곽에 위치하고 있으며, 새로 지은 폴락 빌딩을 보려고 첫날 저녁에 미리 정탐한 곳이었습니다. 학교는 따뜻한 노란 불빛이 아름다웠고, 시간과 함께 기품이 든 도서관이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에라스무스라는 이름이 다리에, 대학교에, 의과대학과 병원에 붙어 있는데, 프랑스 친구들이 영어만 되면 떠나고 싶다고 말하던 에라스무스 !유럽연합 대학생 교류기관이 (European Union Action: A Scheme for the Mobility of University Students의 약자) 아니라 로테르담 출신 신학자 이름으로 로테르담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해가 질 무렵 전구색 조명? 노란빛 캠퍼스. ⓒ JIN
지금은 구현하지 못할 재미있는 디테일이 많았던 도서관 ⓒ CHI



Polak Building (Paul de Ruiter Architects, 2015)


에라스무스 대학교 로테르담 경영대학원 (RSM)은 유럽 최고의 경영 대학교 중 하나로 국제적인 경영 리더들을 많이 양성한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곳에 최근 지어진 폴락빌딩은 아키데일리 사이트에서 사진을 보고 궁금해서  본 곳입니다. 네덜란드 여행 중에 본 최근 준공한 건축 중에 가장 완성도 있는 곳이었습니다. 내부 공간은 각각 다른 성향의 유저들에게 최대한 맞추어진 Flexible Design으로 내부 아트리움에 학생들이 모여서 쉴 수 있는 공간배치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복도로 이어지다가 또 실내를 관통하기도 하게 만든 동선이 흥미로웠던 곳입니다. 공간 한 가운데 자리한 대형 아트리움을 통해 모든 층이 연결되어 개방적이고 쾌적했습니다. 오전에 천장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양광한 햇살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각 층은 흰색 배경에 목재를 주마감재료로 사용하여 순수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여기에 노랑, 주황색의 컬러풀한 가구와 조명이 더해져 생기발랄함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중앙 아뜨리움과 전층을 연결해 주는 동선 ⓒ Archidaily
신축 빌딩도 노란 불빛 ⓒ archdaily


기술설비를 최소화하고 실내온도와 외부온도에 따른 자연환기 시스템과 고효율 단열재를 사용하여 지속 가능한 친환경 건물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파사드 루버에는 손으로 여닫을 수 있는 해치를 달아 신선한 공기를 내부로 충분히 유입하고 있으며 유리창에는 수직 루버를 일정 간격으로 배열해 리듬감을 주고 일사량을 조절합니다.


갑자기 분량도 길고 디테일까지 설명을 하게 되는 것을 보니 공간도 훌륭했고 디테일과 친환경적인 계획까지 잘 되었다고 느낀 몇 안되는 건물이었나 봅니다.


꽃봉오리처럼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흥미로운 VOID 안으로  은은하게 스민 오전 햇살 ⓒ CHI



여기를 보려고
눈썹이 하얘져서야 왔는데......



Van Nelle Factory (1925-1931)


투어 날짜가 지정되어 있어 눈도장만 찍고 돌아왔습니다. 1931년에 완성된 공장에 다음 해 르꼬르뷔지에도 방문하게 됩니다. 그는 빛의 시, 완전무결한 서정시로, 정연한 배치와, 정직한 형태에 대하여 극찬을 했습니다. 진부사장님께서 왜 이렇게 아쉬워하셨는지..... 다음에 눈으로 확인할 날을 기약하며 아래 참고용 텍스트를 붙입니다


 ⓒ CHI
ⓒ CHI
반 넬레 공장은 네덜란드 모더니즘 건축의 아이콘이다. 네덜란드 내에서는 퍽 사랑받는 건축물이지만, 국외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도 커피와 차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점과, 건축가가 여러 명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중 어느 누구도 유명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될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 스틸, 유리 등 모두 인터내셔널 스타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하였다. 주요 건물은 놀라운 곡선미를 자랑하는 사무실동, 커튼 월 시스템의 멋진 예인, 원형 리셉션 룸이 딸린 8층짜리 공장 건물, 한 면만 경사진 지붕의 5층짜리 창고, L자형의 차고, 그리고 굴뚝이 있는 보일러동 등이다. 반 넬레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유리로 된 거리 위로 대각선으로 지나다니는 이동용 육교이다. 유리를 끼운 이 육교를 통해 근로자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반 넬레는 커피, 차, 담배 등을 정제하여 포장하는 공장으로, 건축가들은 이러한 기능을 미리 철저하게 분석하였다. 원재료는 건물 꼭대기로 들어와서 한 공정을 거칠 때마다 한 층씩 내려오는 구조이다. 또 하나 설계에서 중요한 점은 공장 안에서 노동의 사회적 측면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이다. 노동자들을 위한 야외 스포츠와 레저 시설 등이 포함되었다. 이들은 오늘날까지도 모두 남아 있지만, 조립과 생산 라인이 있던 자리에는 미디어와 IT 사무실이 들어섰다. 반 넬레 공장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기차이다.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선을 오가는 주요 노선을 타고 로테르담 중앙 역으로 들어오거나 떠날 때 짧은 순간이기는 하지만 그 당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건물 중 하나의 꼭대기 벽면에 'Van Nelle'라고 또렷이 새겨져 있어 밤이 되면 조명을 받아 빛난다.  

[네이버 지식백과] 반 넬레 공장 [Van Nelle Factory]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 2009. 



그날 전시는 hyper realism sculpture



Kunsthal (OMA, 1988~1992, 2014년 리노베이션)


도착해서 우선 점심을 먹고, 전시를 봤습니다. 그 날은 함께 보기 살짝 민망한 전라의 신체를 표현한 극사실주의 작품으로 작품만큼이나 전시장 안 동선도 모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사람 같아서 움찔하게 했던 작품들에 대한 반응이 보이는 ⓒ CHI
사람인지 작품인지 ⓒ CHI


쿤스탈은 전체적으로 커다란 램프 같은 경사진 공간으로 만들어 다이어그램이 바로 현장에 지어진 듯한 램쿨하스의 실험적인 첫 번째 작품으로 10년 전에만 왔어도 영감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 공간입니다. 


OMA 홈페이지에 올라온 초창기 쿤스탈 사진. 입면도이자 단면도이자 개념도이자 동선계획도를 대체할 만한 사진이라 판단!
개념과 공간이 일치하는 쿨한 쿨하스 작품 ⓒ CHI
램쿨하스 리즈시절의 사진. 개관때부터 있던 것인지.....ⓒ CHI
경사진 램프 위는 강연장 아래는 레스토랑 ⓒ JIN



평화로운 봄날에 만난
보석 같은 북 마운틴



북 마운틴에 가려면 스파이크니스역에서 내려 거위와 오리가 사는 조용한 호수를 지나고, 동화 같은 마을을 지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모여 있는 아웃렛 같은 동네를 지나야 합니다. 그 끝에 네덜란드에서 흔한 벽돌로 집을 지은 마을이 있는데, 집들 사이에 반짝이는 북 마운틴이 있습니다.


북 마운틴 가는 길 ⓒ CHI
북 마운틴 가는 길 ⓒ CHI
석경을 보진 못했지만....이렇게 아름답다고 합니다.




북 마운틴이라 불리는 Spijkenisse Public Library Foundation (MVRDV,2012)


이렇게 조용하고 소박한 동네에 MVRDV가 설계한 집들과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 곳에서 잠시나마 책을 보고 숨을 돌렸는데, 사진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고 조용해서 낮잠 올 것 같은 분위기에...... 짧았지만 긴 시간 같이 느껴진 그 날의 나른함은 잊히지 않습니다.


사진처럼 사람들이 바빠 보이지도 많지도 않은 분위기
광장에서 보이는 북마운틴


도서관은 천창을 통한 자연통풍 환기시스템과 목재 프레임 사이 차양으로 일사량을 조절하여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건물이라고 합니다. 태양 직사광에 노출된 책장에 보관된 책들이 바래는 등 도서관 운영자에게는 기능적인 도서관은 아닐 수 있지만, 책을 쌓아 올린 거대한 책더미를 산처럼 올라가게 만든 내부와 그 위를 덮은 유리 지붕의 독특한 디자인은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불리기 충분한 것 같습니다. 작고 조용한 도시에 있는 이 도서관은 2013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으로 뽑히며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도서관? 평범한 아이들? ⓒ CHI


동네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맨손으로 와서 책도 보지만 한 참 떠들며 놀다 가는 곳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이 곳이 유명한 곳인줄 아는지, 낯선 외국인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는 핵인싸이다가도, 막상 우리가 사진을 찍고 있으면 배경에 자기가 나왔나 확인을 하고 지워 달라고 요청하는 당돌함까지 두루 갖춘 아이들이었습니다.


 설계의도를 알 수 있게 준비된  패널 ⓒ CHI
 도서관 안에 전시된 모형  ⓒ CHI
 이런 시퀀스가 없었다면, 차를 타고 왔더라면 다르게 느꼈을 그날의 추억  ⓒ CHI



로테르담 국립도서관 (Van den Broek and Bakema, 1977~1983)


저녁 6시경에 다시 마켓홀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저녁시간에 맞은편 광장에 있는 로테르담 도서관 구경을 갔습니다. 조금 늦은 저녁이었지만 문을 닫지 않았고 광장에서 누구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일 년에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슈퍼 라이브러리>의 저자 신승수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로테르담 중앙도서관은 하나의 공공도서관이라기보다는 시장을 품은 광장의 일부이며, 더 나아가서 광장을 품은 도시의 일부다”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았고 트렌디함은 없었지만 촌스럽지도 않은 ⓒ JIN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연속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 1977년 당시에는 파격적인 도서관 공간이었을 듯 ⓒ JIN



세 번째 밤, 마지막 밤


발광하는 에라스무스 다리, 로테르담 야경 ⓒ JIN


내일이면 로테르담을 떠난다는 생각에 동네 한 바퀴를 크게 돌며 하얗게 불태운 밤.

더 역동적인 암스테르담에 입성하기 전에, 호텔에 묵기 전에 좀 쉬어야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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