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토포스』 여름호
유리컵이 예뻐서 작은 화분을 샀다
주인은 바람 한 점 없어도 잘 자랄 거라고 했다
물을 줄 때마다
움트는 꿈들
그런 날엔 지하에서도 열심히 기도했다
받침대에 물이 넘치는 날이면
미로 같은 길을 흘러온 나
나는 언제나 그런 식물의 체위가 궁금했는데
작고 가벼운 씨앗은 어떻게 자랍니까?
바닥이 마를 때면 나도 따라 몸살을 앓았다
씨앗이 없어도 꽃 피우는 벽지처럼
낡은 무늬가 바람을 들일 때면
풍경은 오래전에 보았던 바깥을 닮았다
낮은 곳에 사는 것들은
종종 나와 맞서길 좋아하고
절반의 햇빛에도 그늘을 찾아다녔다
구석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먹구름처럼
그게 그들의 재능일 테지
반지하는 바람이 없어도 자꾸만 흔들렸고
그때마다 나는 몸살을 앓는다
그것참,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잠깐 다녀간 졸음에도 기분은 좋아지고
바람 한 점 없이도 잘 자라는 땅속 같은 집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 같은